이달 중순 네팔에서 한국인 원정대가 조난을 당해

현지인을 포함해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원정대를 이끌었던 원장대장(49)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파문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르며

한국인으로 처음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무산소 등반했습니다.

이제까지 세계 최초로 오른 산만 3곳이고 8개의 새 루트를 개척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무산소 등정에 대해 ‘신과 공정한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변였습니다.

그의 성취로 보건데, 명예로운 현실에 안주해도 될 법했지만,

산에 가지 않으면 진정한 산악인이 아니라며

산으로 돌아가는 모험을 택했습니다.

그의 얘기들은 결이 한결같습니다.

그는 평소에 말했습니다.

대원 모두가 등반을 마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게

성공적인 등반이라고.

그래서 'From Home To Home'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대목이 가슴을 칩니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말이 있습니다.

봄에 집을 떠났다가도 찬바람 부는 가을이면 집에 돌아온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가 그걸 지키지 못한 겁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둘러보면

‘짧고 굵게’는 사라지고,

누구랄 것도 없이 ‘가늘고 길게’ ‘안전하게’ 살라고

온통 권하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등산 가방을 둘러메고,

히말라야로 떠난 이유는 무엇였을까요?

혹시 그는 매 선택 시마다 그 선택이

죽을 때 후회로 남을까, 아닐까를 늘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주말에 뒷동산을 오르는데 무언가가 나를 계속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진정한 산 사나이에게 크게 빚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을비가 오면 더 가을이 깊어지고,

사람이 더 그리워진다고 합니다.

바래봅니다.

가을비가 되도록 천천히 와서,가을도,겨울도 천천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남은 세 살짜리 딸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그리움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