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가 이어지며 단말기 제조업체의 전략이 크게 변하고 있다. 카메라와 폴더블을 포함한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를 끌어내는 한편 인공지능의 결합, 음성 인터페이스와 생활밀착형 플랫폼 전략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궁극적으로 증강현실 글래스와 인공지능의 만남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나오며 시선을 끌고 있다.

▲ 출처=디지에코

시장 정체...다양한 시도
KT 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15년 1분기부터 연도별 출하량 성장률이 10%대로 감소한 후 2016년 1분기부터는 사실상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폰 출시 10주년을 맞이해 사실상 기술 혁신이 멈췄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멈춘 상태에서 제조사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며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폼팩터 기준으로 보면 카메라와 폴더블 전략이 대표사례다. LG전자는 LG V40 씽큐를 통해 5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펜타 카메라 시대를 열었고 화웨이도 최근 메이트 20으로 트리플 카메라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7을 통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프리미엄 라인업보다 먼저 중저가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4일(현지시각)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신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한 후 후속 중저가 라인업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갤럭시노트에 최신 기술을 넣은 후 후속으로 나오는 갤럭시A에도 이어가는 전략이다.

폴더블 전략도 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의 기선을 잡겠다는 각오며, 화웨이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F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철학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펼쳤을 때 기존 단말기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가 왜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플립폰과는 차원이 다른, 단말기를 접었을 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화웨이도 시동을 걸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연내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이라면서 "향후 폴더블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작기 때문에 화웨이가 폴더블폰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다. 연구개발 센터의 CTO가 직접 화웨이 폴더블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폴딩 방식에 5G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위 CEO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삼성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는 자심감도 보였다.

인공지능 전략도 눈길을 끈다. 애플은 시리,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특히 애플은 신규 인공지능 기술을 적절하게 배합해 프리미엄 단말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하드웨어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인 구글은 픽셀을 통해 인공지능 전략으로 완전히 돌아선 사례로 꼽힌다.

▲ 고동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에센셜과 팜
새로운 유형의 단말기 사용자 경험으로 승부수를 던진 업체도 있다. 에센셜과 팜이다.

에센셜은 앤디 루빈 CEO가 야심차게 에센셜폰을 출시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당분간 일반적인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접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에센셜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대신해 메시지에 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센셜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은 역설적으로 스마트폰 단말기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한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과의 결별을 추구하는 장면과 비슷하며,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부린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는 개념으로 풀이된다. 앤디 루빈은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튜에서 '나의 가상 버전'이라는 드림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앤디 루빈의 꿈은 인공지능 영화 <허(Her)>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디지에코는 "이 분야에서 선두는 구글의 듀플렉스"라면서 "아직은 인공지능이 기본적인 업무처리에만 동원되기 때문에 앤디 루빈의 이론이 강력하지만, 기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팜의 행보도 시선을 끈다. 팜은 2015년 HP로부터 팜 브랜드와 모든 권리를 인수한 TCL에게 브랜드 사용 권리를 인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규 단말기는 3.3인치 LCD에 스냅드래곤 435, 3GB램에 32GB 저장공간을 지원한다. 가격은 349달러다. 팜의 실험이 새로운 이유는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기기를 출시했다는 점에 있다. 팜의 핵심기능은 라이프 모드며, 이를 활성화하면 스마트폰에 방해를 받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팜의 새로운 단말기. 출처=디지에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사라질 것"
에센셜과 팜은 기존 스마트폰이 수행하던 사용자 경험을 강화,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내는 것에 있다. 차이점은 있다. 디지에코는 "에센셜은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등 스마트폰의 대체 개념이지만 팜은 캠패니언 단말기로 사용자들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는 대신 저가의 미니 스마트폰을 구매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에센셜의 실험은 성공한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으나 기술 실현 난위도가 높고, 팜은 세컨드 디바이스를 둘러싼 기능 등의 문제가 있어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약점도 있다.

디지에코는 스마트폰의 종말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넘어 스마트 글래스 시장을 열 것으로 봤다. 디지에코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비서로 구동되는 단말로 증강현실 안경에 필요한 음성 UI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에서의 증강현실은 증강현실 안경에 필요한 기술과 에코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로, 결국 제대로 된 스마트 안경이 개발된다면 스마트폰과 스피커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 글래스 상용화가 관건이다. 디지에코는 "앞으로 2~3년 내 스마트 글래스가 개발된다면 스마트폰 중심의 컴패니언 단말 조합은 살아남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나 "그 시간이 더 오래 걸리면 새로운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