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저하, 증시 추락, 치솟는 환율 등 중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접어들고 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경제가 올해 들어 더욱 가중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총체적 난국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의 상호 보복관세로 시작된 무역전선 이상으로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위안화의 가파른 약세는 오히려 외자유출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런 펀더멘탈 변화와 자금시장 불안정성으로 30% 넘게 추락하며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그동안 수면 밑으로 내려앉아 있던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 공기업 등 공공 부채 문제 등 ‘회색 코뿔소’가 위기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면초가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제는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최악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작한 남부 광둥성 주요 도시 순방은 의미가 자못 크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이 과연 중국의 개혁개방을 가속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중국 경제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카드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 둔화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9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분기 성장률 6.7%는 물론 시장 예상치 6.6%를 밑돈 수치이며,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이 수백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7월부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3분기 성장률 발표로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조짐이 지표로 나타났지만, 중국 당국은 겉으로는 침착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전체적으로 중국 경제는 합리적인 구간에 있으며 균형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6.5%도 그대로 유지했다.

▲ 중국 3분기 경제 지표 – 소매 판매·고정자산투자·산업생산 증가율.    출처= 중국통계국   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GDP와 별도로 발표된 다른 경제지표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농촌을 제외한 고정자산 투자는 1~9월에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지만, 상반기 증가율 6.0%보다는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상반기의 7.3%에서 1~9월 3.3%로 축소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9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8월의 9.0%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1~9월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어 상반기 증가율 9.4%보다는 역시 소폭 둔화됐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의 소매 판매 증가율이 10.4%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 전쟁 여파로 올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9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5.8%로, 시장 전망인 6.0%를 밑돌고 전월의 6.1%에서도 하락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선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현 시점에 매우 약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도 중국의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코넬대학교 에스워 프라사드 무역정책 교수는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을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종합적인 대책이 없는 한 경제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분기 경제성장률은 낮아졌지만 중국의 무역 활동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관세 부과 전 미리 거래한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이런 수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향후 경제성장률도 부진을 탈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베이징의 컨설팅회사 트리비움(Trivium)의 앤드루 폴크는 “무역전쟁의 진짜 충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미래 전망이 더 불안함을 강조했다.

▲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고점과 비교해 30% 이상 떨어졌다.   출처= Shanghai Stock Exchange

추락하는 증시, 여전히 방향성이 안 보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일 2560.50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올 들어 최저치(2486.42)를 기록한 후 26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고점과 비교해서는 30% 이상 떨어진 수치다.

중국 증시를 덮은 검은 그림자는 마진콜(Margin Call) 우려다. 마진콜이란 선물거래에서 가격 하락에 따라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담보로 맡겨 놓은 주식 가격이 내려가면서 추가로 내야 하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투자자가 추가로 증거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팔아 손해를 보충하게 된다.

중국 증시의 주식담보대출 비중은 시가총액의 11% 정도다. 그만큼 많은 주식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의미인데, 마진콜로 대규모 정리매매가 발생하면 중국 증시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시장 개방 확대 조처를 발표하는 등 힘을 쏟고 있지만, 거의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궈슈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중국 금융계 3대 수장이 한 목소리로 주식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 불안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중국 증시가 매우 저평가됐다”면서 지방정부 기금이나 각종 사모펀드를 통해 주가지수를 부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졔(金融界)는 “인민은행과 은감·증감회가 한날한시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환율, 마지노선 7위안에 바짝 근접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자마자 위안화 절하를 다시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22일 달러기준환율을 6.9450으로 고시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위안 선에 바짝 다가 섰다.

미 재무부 출신의 경제학자 브래드 세스터는 “미 행정부가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할 수 있는 기반을 스스로 까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가 중국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중국이 주요 20개국(G20)에게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중국 환율을 경쟁적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확약한 점을 상당히 중요하게 계속 보고 있다”고 말하고 “중국이 환율, 외화보유액 운용 작업, 환율정책 목표에 대해 투명성을 확대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중국은 19일 위안화 환율을 0.16% 절하한 6.9387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위안선에 바짝 다가섰다.    출처= XE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7위안대 방어를 위해 견고한 방어막을 치고 있어 위안화 가치가 7위안대로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7위안을 넘을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위안화 약세 속에 대규모 자본이 유출되면 당장 금융안정의 버팀목인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조9000억~3조달러대에서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 2015~2016년 위안화 폭락 당시 1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사용한 적이 있다.

중국이 비록 3조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비축하고 있지만, 높은 정부 부채율과 인플레 우려는 금융 안정에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하가 미국의 고관세에 따른 중국 수출 충격을 단기적으로 완화해줄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이는 유효한 처방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방식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는 없으며, 현재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위안화의 절하 전략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안화 약세는 중국 국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더 많은 돈을 주고 달러로 표시된 벌크 상품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석유, 옥수수, 콩 등을 대량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면 국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 대외 무역 기업이 갚아야 하는 외화 부채 부담도 커진다. 중국의 데이터 플랫폼 윈드(Wind)에 따르면 만기 도래하는 중국의 달러 표시 부채가 2019년이 되면 1138억8100만 달러(12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홍콩 등지의 외자 회사가 빠져나갈 경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용기반도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대량의 외환 차손이 발생하면 생산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는 또 투자 심리를 냉각시켜 중국의 경제 체질 전환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위안화가 불안정해지면 금융 리스크 혹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져 장기 투자 계획이나 해외기업 간 전략적 협력 등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성장 구조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최대 40조 위안(6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출처=CNN 캡처

위기의 회색 코뿔소 –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부채·부동산 거품·그림자 금융

회색 코뿔소란 경제 주체들이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거대한 파급력을 가졌음에도 애써 무시하는 위험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을 꼽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168%로 미국(72%)이나 유럽(105%)에 비해 월등히 높다.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10조위안(1650조원)을 넘어서면서 부동산 재고 소진 기간이 2010년 4년에서 2017년에 8년으로 두 배나 뛸 정도로 부동산 거품도 쌓였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도 GDP 대비 2011년 29.6%에서 2017년 80%가까이 급등했다.

중국 정부 소유기업은 약 15만개 존재하는데 그중 좀비 상태의 기업이 상당수다. 이 기업들은 경제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며 도시 일자리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좀비 국영기업 경영자들은 은행에서 언제든지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인 많은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설비를 짓는 방법을 반복한다. 그 결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을 짓느라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축적되고 쓸모없이 예산을 낭비한다. 이런 세금만 내는 빈털터리 기업들이 계속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그림자 금융과 좀비 국영 기업들이 생산해 낸 것이 거대한 부채 덩어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부채였던 셈이다.

2008년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약 5조6000억위안이었지만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8년에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40조위안이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오는 23일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리는 세계 최장 대교인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Asia Times

시진핑 남순강화, 위기 돌파할까

중국 경제가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23일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을 필두로  광저우와 선전 등 중국 남부 주요 도시 순방에 나섰다. 홍콩과 광둥성,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는 전장 55km로 중국 토목굴기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다리 개통으로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주강 삼각지 경제 통합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이번 남부 지역 방문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와 비교된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을 돌며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를 통해 1989년 천안문 사건, 1991년 소련 붕괴 등으로 어수선한 중국 사회를 추스리고 개혁개방을 가속화해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 시 주석도 미국과의 무역전쟁, 빈부격차, 환경오염,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남부 시찰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제조업과 수출 기지인 광둥성 지역이 충격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에, 시 주석이 이 지역의 첨단기술 기업과 공장 등을 시찰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