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요즘 하루 세끼를 ‘쌀밥’으로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선 바쁜 생활 패턴 때문에 직장인과 학생들 중 아침을 거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따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변화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1인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밥 대신 간편하면서도 빨리 먹을 수 있는 빵과 면, 유제품 등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최근에는 쌀밥이 살을 잘 찌게 하는 고탄수화물 식단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밥 양을 줄이거나 아예 먹지 않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미(米)라클 칠리&크림새우 볶음밥 도시락(이하 미라클 도시락)’을 구입했다. 가격은 4600원. 편도(편의점도시락 준말)치고 좀 비싼 편.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올해 1인당 쌀 소비량 60㎏대 붕괴 전망…쌀 한가마도 못 먹는 한국인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년 만인 2005년에 80.7㎏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2010년 72.8㎏에서 2015년 62.9㎏, 지난해는 61.8㎏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올해는 60㎏대도 허물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제는 우리 주식을 ‘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조금은 민망한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쌀이 우리 농업농촌의 상징이면서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와 쌀 가공업계를 중심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시장 확대 등 지금의 식품 트렌드를 겨냥한 쌀 간편식 개발과 홍보가 활발한데, 국내 3대 편의점 브랜드 중 하나인 GS25 매장에 가면 찾아볼 수 있는 ‘미(米)라클프로젝트 픽미픽米’라는 독특한 이름의 간편 도시락 제품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 볶음밥과 칠리&새우튀김, 생선까스 등으로 구성된 미라클도시락. 전반적으로 느끼한 구성이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지난 9월 추석연휴에 jtbc에서 방송한 ‘미(米)라클프로젝트 픽미픽米'. 출처=jtbc

쌀 간편식 레시피 개발 미(米)라클프로젝트…수상작 전국 GS25 편의점에서 출시
미라클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쌀 소비 촉진 프로젝트다. 4회째인 올해는 ‘쌀 간편식’을 주제로 프로젝트 초기부터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올해 미라클프로젝트는 지난 6월부터 대국민을 대상으로 쌀 간편식 레시피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서류와 예선, 본선심사 등의 선정과정을 거쳤다. 특히 그동안의 프로젝트 과정과 최종 결선 경연은 지난 9월 추석연휴 기간 JTBC를 통해 특집방송 ‘미(米)라클프로젝트 픽미픽미’를 통해 공개됐다.

결선 경연을 통해 1~3등을 가렸는데, 1등 수상작으로 김태헌 씨의 ‘미소가지된장덮밥’이 선정됐다. 가지를 활용해 독특한 맛과 식감을 살린 점이 높이 평가를 받아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2등은 백종훈·송채영 부부의 ‘크림하새우’ 레시피다. 새우볶음밥과 크림소스, 스크램블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 일품으로, 맛과 상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3등은 ‘쉣킷! 쌀라드’인데, 다이어트 트렌드에 맞춰 쌀을 활용한 곡물 샐러드 형태의 식품으로 최문경 씨와 이한율 씨의 아이디어다. 이들 제품 모두 우리 쌀을 주원료로 만든 쌀 간편식 레시피다.

‘미(米)라클프로젝트 픽미픽米’의 수상작들은 단순히 레시피 개발에 그치지 않고, 상품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부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GS25 편의점에서 2등 수상작인 크림하새우의 콘셉트와 레시피 아이디어가 반영된 ‘미(米)라클 칠리&크림 새우볶음밥’ 도시락 제품이 4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농정원 소비문화실 관계자는 “19일부터 1위 수상작인 미소가지된장덮밥 레시피를 활용한 도시락이 GS25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3위 수상작 쉣킷! 쌀라드 레시피를 활용한 제품도 이달 안으로 출시될 계획”이라며 “풀무원에서도 1~3위 수상작 콘셉트를 활용한 저열량 쌀 간편식 제품이 다음 달 중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올해 ‘미(米)라클프로젝트 픽미픽米’에서 1등을 차지한 미소가지된장덮밥. 출처=jtbc
▲ 2등 수상작인 크림하새우. 출처=jtbc
▲ 3등 수상작 쉣킷! 쌀라드. 출처=jtbc

생각보다 밥 양 적은 ‘미라클 칠리&크림새우 도시락’…쌀 소비촉진 도움 될까
‘미(米)라클 칠리&크림새우 볶음밥 도시락(이하 미라클 도시락)’의 맛이 궁금해 18일 오후 근처 GS25 편의점을 찾아갔는데, 다행히 상품 하나가 남아있었다. 출시된 지 열흘 가까이 된 미라클 도시락 반응이 궁금해 물어보니 GS25 배재공원점 관계자는 “가격이 4600원으로 다른 제품보다 20~30% 정도 비싼데, 점심 전후로 늘 재고가 없는 걸로 봐서 반응은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GS25 배재공원점은 하루 평균 열 종류의 도시락을 30여개 내외로 공급받는데, 미라클 도시락은 매일 2~3개 정도 납품되고 있다. 도시락들 대부분은 3000원대 초반 가격대의 제품이 가장 많은 것을 보니, 미라클 도시락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미라클 도시락을 구입한 후 외관을 살펴보니, 볶음밥과 새우튀김(칠리소스·크림소스), 생선까스, 볶음김치, 감자샐러드, 콘치즈샐러드로 구성됐다. 볶음밥의 주재료인 쌀은 올해 수확한 농협햅쌀이다. 볶음밥 비중은 도시락 면적의 25% 정도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기획된 상품 치고는 밥 양이 꽤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 부분은 기자뿐만 아니라 블로그 등 SNS을 통해 미라클 도시락을 맛본 일반 소비자 후기들에서도 꽤 언급됐다.

▲ 올해산 햅쌀을 사용한 볶음밥 식감은 적당히 부드럽고 꼬들꼬들해서 내 입맛에 맞았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새우튀김은 다소 눅눅했으나, 통통한 새우살 식감은 괜찮았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밥맛은 합격점, 느끼한 반찬 위주의 구성은 아쉬움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맛을 봤다. 볶음밥은 적당히 짭쪼름해서 입맛에 맞았다. 식감도 햅쌀 덕분인지 적당히 부드럽고 꼬들꼬들했다. 밥에 옥수수·완두콩·당근·계란 등이 들어있어 씹는 식감도 좋았다. 밥맛은 합격점이다.

칠리새우와 크림새우 각각 3개씩으로 구성된 새우튀김은 도시락 특성상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다시 데웠기 때문에 바삭한 느낌은 없었다. 새우살 식감이 통통하고 튀김옷이 크게 두껍지 않은 점은 괜찮았다. 함께 곁들인 생선까스는 가장 부피가 큰 반찬이지만, 눅눅하고 느끼했다.

이 외에 감자샐러드와 콘치즈샐러드가 약간씩 들어있는데, 새우튀김과 생선까스에 함께 곁들이기에는 느끼함이 과한 구성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볶음김치가 들어 있긴 했으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는 부족한 양이었다.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일반 소비자가 기획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도시락 제품이라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지만, 도시락 구성에서 기획의도와 달리 밥 양이 적어 가장 아쉬웠다. 느끼한 음식들 위주로 구성된 점도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생선까스·콘치즈샐러드 등의 반찬 수를 줄이는 대신 볶음밥 비중을 늘리고, 약간의 채소를 추가해 건강한 느낌을 주면서 판매가격을 조금 더 낮추는 게 쌀 소비 촉진에 부합하면서도 가성비도 챙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농정원 소비문화실 관계자는 “개인에 따라 밥 양이 적게 느껴질 수 있으나,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점을 감안해 밥과 반찬 양을 적절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밥 양을 늘려도 좋지만, 도시락 판매가 늘어나면 그만큼 우리 쌀 소비도 촉진 된다. 앞으로도 우리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간편식 레시피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