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위안화 약세 압력은 여전하다. 중국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상반된 통화정책에 미국과 중국의 금리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금매입은 무역전쟁 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산 원유 수입도 대폭 줄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중국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에 시장이 동의하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 달러·위안 환율 ‘7위안’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펀더멘탈의 취약함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대비 6.5% 늘었다. 예상치를 0.1%포인트 하회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증시도 심상치 않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 2월 이후 본격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 2500대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위안 환율은 지속 올랐다.

앞서 미국은 예상과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시장은 안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달러·위안 환율은 오히려 상승(위안화 약세)해 6.94위안을 기록했다.

▲ 상해종합지수·달러·위안 환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달러·위안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통화정책이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방어를 위한 추가 완화책이 불가피한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10년물 국채 스프레드(중국-미국)는 4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양국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당 7위안은 중국의 취약한 펀더멘탈을 방증한다”며 “본토로부터 자금 유출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미중 금리스프레드(중국 10년물-미국 10년물) [출처:이코노믹리뷰, 인베스팅닷컴]

 

‘금/유가’ 지표로 본 중국 상황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인민은행이 달러 자산 편중에서 벗어나 보유 자산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금 보유량은 2015년 1분기 154톤에서 올해 2분기 1843톤으로 75% 증가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중국의 미국 원유 수입량이 제로(0)를 기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9월에도 3만 배럴 수준에 그쳤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하루 평균 35만 배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금매입과 원유 수입 제한은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 2011~2014년 금/서부텍사스유(WTI) 추이 (단위: 온스/배럴 달러) [출처:이코노믹리뷰, 한국거래소]
▲ 2011~2014년 중국 상해종합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금/유가’를 상해종합지수 추이를 비교해보면 2011~2014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금 사재기’ 루머는 점차 확대됐다. 2014년 하반기 국제 유가가 반토막이 나자 ‘금/유가’와 상해종합지수는 동반 급등한다. 중요한 것은 2011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시기”라며 “후강퉁 시행 후 자금들이 급격히 몰릴 수 있는 유인책으로 중국의 ‘금 사재기’가 지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투자대상 국가 선정 시 외환보유고, 금 보유량 등의 안전성을 점검한다. 중국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고 금융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중국이 금을 매수하고 원유를 매도했다면 시세 차익 측면에서도 상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이 탁월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 금융위기 후 금/서부텍사스유(WTI) 상해종합지수 추이 (단위: 온스/배럴 달러) [출처:이코노믹리뷰, 한국거래소]

2015년 이후 ‘금/유가’와 상해종합지수의 연관성은 낮아졌다. 재차 상관관계가 높아진 시기는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수면위로 드러난 올해 초부터다. 그러나 두 지표는 이전과 달리 상승이 아닌 하락세가 지속됐다. 시장은 이전과 달리 중국의 금 매수 전략을 신통치 않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7위안’은 중국이 금융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도 “달러의 시장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위기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수준도 좁혀지면서 외화유출입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