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최근 카카오 T 카풀 크루 모집에 돌입하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택시업계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한편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제한적 카풀 운행이 가능한 가이드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카카오 등 ICT 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의 등장이 기존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택시업계는 고질적인 승차거부 등의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ICT의 미래도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받아칩니다. 이 과정에서 생존권 보장 프레임이 나오기도 합니다.

 

설득의 끈 놓지 말아야
택시업계가 카풀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하자,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우려됐던 교통대란은 없었습니다. 지자체가 적극 대응에 나서는 한편 파업선언이 나왔음에도 일부 택시는 여전히 운행됐기 때문입니다. 18일 집회 현장을 취재하면서, 택시기사들의 구호가 울려퍼지는 와중에도 근처를 지나며 운행하는 택시도 봤습니다.

파업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택시업계를 비웃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도로가 한적해져서 좋다는 말도 나오고 파업을 오랫동안 하라는 응원아닌 응원도 나옵니다. 택시업계가 파업을 선언하자 풀러스와 VCNC의 타다 서비스가 일시적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모빌리티 업계를 오랫동안 취재한 입장에서, ICT 업계에게 택시업계를 무작정 설득하라는 말은 못할 것 같습니다. 18일 택시업계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연단에 올라 "카카오를 처단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형시켜라, 문재인 대통령 퇴임해라, 공무원들 다 개**다"라는 구호를 들었는데,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이들은 귀를 닫고 있습니다.

최근 ICT 업계에서는 카풀 운행의 당위성을 확신하고 공격적인 서비스 출시 전략을 펼치는 자심감이 엿보이는데, 이는 예민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다소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정부는 규제개혁 로드맵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택시업계의 주장은 세련되지 못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택시파업의 여파도 낮은데다 택시업계의 원죄도 있기 때문에 사태의 주도권은 'ICT 업계에 있다'는 판단을 내릴 법 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맞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설득은 해야 합니다.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주장 논리를 살펴보면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그들의 주장이 당연하지만 '밥그릇 지키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나쁘게 볼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겁니다.

사태해결의 키를 여기서 찾아야 합니다. '카풀이 허용되면 정말 택시업계는 무너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카풀이 허용되면 현재의 택시기사들은 다 밥그릇을 빼앗기는가?'라는 질문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국토부의 방침을 보면 전업 카풀 사업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카풀이 당당한 교통 인프라 중 하나로 선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며 기사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카풀이 보완재로 운영되면서 ICT 업계와 택시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합니다. 이 부분을 설득해야 합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설득은 철저히 택시'기사'들을 향해야 합니다. 고질적인 사납금 제도와 부담이 큰 영업시간으로 고통받는 택시기사들에게 ICT 업계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들을 설득시킬 중요한 창구를 마련하고 프레임을 짜야합니다. 나아가 택시회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투트랙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정과 전부 맞지는 않지만, 핀란드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핀란드는 지난 7월부터 우버 운행을 결정하며 재미있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버 드라이버는 정부가 발급한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택시회사들에게는 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습니다. 우버 운행을 제한적으로 풀어줘 전체 시장의 크기를 키운 다음 택시회사에 반대급부로 '요금 자율화'라는 선물을 준 셈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버도 자연스럽게 안착하면서 드라이버의 범죄이력 조회 등도 당연한 제도가 됩니다. 택시회사는 유연하게 요금을 조절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에 나서는 한편, ICT에 관심을 가지며 우버와 경쟁하는 구도가 됩니다. 승객은 당연히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요.

▲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당장 국내에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개인택시 라이선스가 금전적 가치를 가지고 거래되는 상황, 나아가 택시회사들이 요금 자율화를 선뜻 받아들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택시기사 월급제를 도입하거나, ICT 기업들이 재단을 출연해 택시업계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부가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 않을까요? 양측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취사선택하는 겁니다.

택시업계는 적폐가 아닙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라이선스를 따고 운행을 하는 이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카르텔이 만들어졌으나 이를 무조건 색안경으로만 보면 곤란합니다.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고, 끝없는 소통을 해야 합니다. 이런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카풀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소모적인 논쟁을 거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공유경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지만 공유경제의 부작용이라는 괴물과도 만날겁니다. 온디맨드 플랫폼은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과 180도 대척점에 있습니다. 플랫폼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공급자를 휘어잡는 상황이 되면 플랫폼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겁니다. 이런 세상은 필요없습니다.

▲ 타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카오 T, 타다..."아직 많이 부족하다"
국내 ICT, 모빌리티 업계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우선, 택시업계를 구사업으로 몰며 '우리가 미래의 대세'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그 자격요건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 T는 생활밀착형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대단한 기술 플랫폼은 아닙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카카오택시를 보자면, 예전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부르던 것이 모바일로 그 수단이 변했을 뿐입니다. 경로 알고리즘이나 기타 다양한 ICT 기술력이 있다지만 큰 존재감이 없습니다. 그냥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으니 가능했던것 뿐입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O2O 플랫폼 비즈니스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로 대단한 플랫폼 비즈니스며, 기술의 도입과 즉각성, 시너지 측면에서 대단한 업적입니다. 클라우드가 다양한 기술을 순간적으로 묶어 빠르게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 혁명을 끌어내고, 5G가 4G와 비교해 별다른 기술적 특성이 없이 단순하게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다는 점 하나로 미래의 열쇠가 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모빌리티로 부르기는 부족하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모빌리티는 단순히 이동이 아닌,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이동하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겁니다. 리프트가 공유자전거 모티베이트를 인수해 이동의 라스트마일을 구축하고 도쿄급행전철이 내년 초 MaaS(Mobility-as-a-Service)를 통해 거점 관광지를 묶어내는 한편 대중교통의 개인화 플랫폼으로 끌어내는 장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버가 자가용을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차량호출을 모바일로 바꾸는 것을 넘어 Maas라는 큰 꿈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 호평이 쏟아지는 VCNC의 타다에도 비슷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쏘카의 비즈니스 모델이 그렇지만, 지금 타다 서비스도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현재 렌터카 업체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와 동일합니다. 타다의 서비스가 법적 분쟁이 별로 없는 이유도, 지금까지 기존 사업자들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 렌터카 업체들도 기사를 제공합니다.

현재 타다 서비스에 쏟아지는 호평은 친절한 기사, 깔끔한 내부 등 디테일한 사용자 경험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야말로 경쟁자들이 너무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 장기적 관점에서 특별한 모빌리티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대단한 서비스임에 분명하고 기존 택시 서비스와 비교해 특별한 사용자 경험도 맞지만 단순히 '넓고 쾌적한 공간에 친절한 기사님과 함께 인증샷 찍으며 웰컴박스들도 웃는 고객'이 과연 언제까지 환호만 보낼까요?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물론 ICT 업계도 이 지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초기 수준이 맞다"면서 "우버나 디디추싱도 처음부터 큰 회사가 아니었다. 시작은 미비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을 품는 종합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심 그대로,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