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이 19일 준중형 스포츠세단 '라페스타'를 출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전용 스포티 세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올해 판매 목포 90만대를 달성하기 위한 현대차의 막바지 승부수다. 중국 내 판매 목표 달성은 현대차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이번 신차 발표는 의미가 크다.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18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에 위치한 중국기술연구소에서 중국 전용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중국명 菲斯塔)’ 출시 행사를 했다.

라페스타는 ‘세련된 디자인과 신기술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축제하는 기분으로 운전의 재미를 즐기기 위해 타는 차’를 콘셉트로 개발됐다. 역동적인 디자인과 최신 커넥티비티 기술, 강력한 주행성능 등이 특징이다.

라페스타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가 반영됐다. 롱 후드, 패스트백 스타일로 역동성을 강조한 외관을 지녔다. 내부 인테리어는 길게 뻗은 대시보드에 날렵한 날개 모양의 가니쉬를 적용했다.

▲ 현대자동차 중국법인 준중형 스포츠세단 '라페스타'. 사진=현대자동차

라페스타의 핵심은 첨단 기술이다. 최첨단 커넥티비티 기술인 ▲ 사용자의 목소리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홈 사물인터넷(IoT) 스피커 연동 서비스(홈투카) ▲바이두 두어(Duer) OS 음성인식 ▲텐센트 QQ 뮤직 서비스 등이 적용됐다.

바이두의 기술인 바이두 두어 OS 음성인식 시스템과 텐센트의 음악 스트리밍 연동 기술이 눈에 띈다. 바이두 두어 OS 음성인식 시스템은 운전 중에도 선루프, 윈도우, 공조, 열선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성 안내 중에 말해도 목소리를 인식하고 여러 가지 동작을 실행할 수 있다. 텐센트와 협업으로 만든 음악 서비스는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인 ‘QQ뮤직’이 최초로 적용됐다. 음성만으로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하는 등 좋아하는 음악을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국 최초로 적용된 홈 IoT 스피커 연동 서비스(홈투카)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바이두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해 음성으로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앱을 사용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원격 시동·공조 제어, 도어 잠금, 비상등 및 경적 제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동력계는 최고출력 204마력의 1.6 터보 GDi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다. 흡배기계 및 차체 구조 최적화를 통해 가속감과 일치하는 스포티한 사운드로 역동성을 더했다. 이밖에 4가지의 주행모드시스템(DMS)으로 편안하고 재미있는 운전 경험을 제공해 준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나 차선이탈경고(LDW), 스마트 크루즈콘트롤(SCC)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도 적용됐다.

▲ 현대자동차 중국법인 준중형 스포츠세단 '라페스타' 내부. 사진=현대자동차

SUV가 아니라 왜 준중형인가?

라페스타는 중국 현지 기준으로 C2 High(준중형) 급의 차량이다. 중국 C2급 시장은 연 600만여대 규모다. 라페스타가 속한 C2 High 차급은 최근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수요층이 증가하면서 디자인과 주행성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베이징현대는 이를 강조한 라페스타를 통해 중국 28~32세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가 SUV대신 승용 모델을 투입한 이유다. 중국 현지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당장 SUV라인업을 출시한다고 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없는 게 현지사정”이라면서 “로컬업체가 대부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충징에서 현대의 자동차를 보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차량 라인업은 승용차가 10대, SUV가 6대다. 글로벌 트렌드인 SUV 라인업 강화 대신에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라페스타 출시 행사를 진행한 옌타이 연구개발센터는 중국 전략 차종의 제품 기획과 설계, 규제 인증 등은 물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친환경차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라페스타는 현대차의 중국 5공장인 충칭 공장에서 생산된다.

현대차는 그간 문제돼 왔던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차량 측면에서는 다양한 중국 현지 기술을 도입하면서 판매 단가를 크게 낮췄다. 이탈리아어로 ‘축제’를 의미하는 라페스타의 판매가는 11만9800위안~15만4800위안(한화 약 1960만~2530만원)이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가격경쟁력에도 있다. 현대차의 중국 모델은 로컬브랜드 동급 모델보다 200~300만원 가량 더 비싸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과거 해외 진출 당시 저급 품질로 홍역을 치르면서 품질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예컨대 중국 로컬업체들의 자동차 강판은 상당히 얇지만 현대차의 강판은 로컬 업체보다 두 배는 두껍다. 이 때문에 품질 점검 장비와 라인을 대거 중국 공장에 투입했고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이 컸다. 

▲ 현대자동차 글로벌 시장 3분기 판매량. 사진=SK증권

90만대 달성하나?

현대차는 차별화된 마케팅, 현지 브랜드와 협업,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올해 9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상실한 점유율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으나, 올해 남은 기간 신차와 더불어 SUV라인을 추가로 투입해 판매 회복을 노릴 전망이다.

현재 기세로 보면 현대차의 판매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현대차가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한 56만1152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48만9340대)과 비교해 14.7% 증가한 기록이다. 14%의 월평균 성장을 가정했을 때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량(78만5006대)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특히 현대차가 중국 내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기간이 4분기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에만 29만566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의 37.6%에 이른다.

최근 현대차가 중국상품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정의선 현대차 총괄부회장의 핵심 인력인 연구개발(R&D) 본부장 권문식 부회장을 겸직도록 했다. 권 부회장은 연구개발 전문성과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중국 특화 상품 전략 수립과 제품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의 내년 판매 성장을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시장의 구조 변화, 합작사들의 로컬 M/S 등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중국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이 3.7%포인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확대된 공급능력으로 고정비 부담이 꾸준한 가운데 수익성이 악화한 게 현대차 중국법인의 골칫거리”라면서 “로컬 브랜드의 기세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이러한 경쟁 환경임은 중국 대응전략의 중요성을 키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