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 종료가 낸드플래시 업황 하락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삼성테크 데이가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설비 투자 규모 줄어들까"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은 D램이지만, 최근 낸드플래시의 성장세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트렌드,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로 서버용 SSD 수요가 살아났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64단 3D 낸드플래시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평택2공장을 통해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당분간 호조세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2분기 D램 출하량이 서버와 PC용 제품의 수요 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전 분기대비 16% 증가한 가운데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SSD 수요 확대와 중국 모바일 제품의 고용량화 추세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낸드플래시 생산 반도체 공장 M15를 준공하며 72단 낸드플래시 미세공정을 통해 낸드플래시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문제는 가격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낸드플래시(MLC 64Gb) 가격은 3.1달러를 기록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낸드플래시 가격은 4달러선이 무너진 상태에서 5월 3.7달러, 7월 3.4달러, 8월 3.2달러로 지속하락하고 있다. 계약가격은 굳건하다는 평가지만 현물가격이 시황을 더욱 확실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신호다. D램도 위기지만 낸드플래시도 위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 업계의 미묘한 변화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반면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B2B로 분류되는 서버용 낸드플래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들의 SSD 시장 공략이 빨라지고 있다. 큰 틀에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이 역시 발 밑의 경고등이라는 지적이다.

낸드플래시 업계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시선이 집중된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설비투자를 축소하면서 공급 물량을 조절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설비투자 자체가 줄어들면 관련 부품업계에도 연쇄적 후폭풍이 예상되며,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은 수요와 공급이 받쳐주는 것으로 안다"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공급 물량이 확정됐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 M15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특화 전략에 집중...플랜B 필요"
낸드플래시 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주법인 사옥에서 삼성테크 데이를 열었다. 'Samsung @ The Heart of Everything'이라는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 행사에는 글로벌 IT업체와 미디어, 애널리스트, 테크(Tech) 파워 블로거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미주 지역총괄 최주선 부사장과 메모리 D램 개발실 장성진 부사장을 비롯해 FLASH 개발실 경계현 부사장, 솔루션 개발실 정재헌 부사장 및 상품기획팀 한진만 전무, 글로벌 IT 업계 주요 인사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에서 세계최초 256GB 3DS RDIMM과 기업용 7.68TB 4비트(QLC) 서버 SSD, 6세대 V낸드플래시 기술, 2세대 Z-SSD 등을 공개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는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적용한 파운드리 7나노 공정(7LPP)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6세대 V낸드플래시 개발을 마치고 내년에 양산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초기술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V낸드플래시와 D램 양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파운드리의 카드는 7나노 EUV 양산이다. 10나노 이하 경쟁에서 대만 TSMC의 유일한 대항마로 부상한 가운데 올해 파운드리 매출 100억달러를 이루겠다는 설명이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며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맡긴 위탁생산 물량도 매출로 잡히는 등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호재도 생겼다. 삼성전자는 4위로 쳐진 파운드리 점유율 순위를 상당부분 끌어올릴 여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2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설비 투자를 포기한 상태에서 '한 방'이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도 M15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새롭게 지어진 M15의 건축면적은 축구장 8개 크기인 6만㎡(1만8000평, 길이 339m, 폭 172m, 높이 71m)이며, 복층으로 구성된 클린룸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게 된다. 핵심 생산 제품은 SK 하이닉스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72단 3D낸드플래시다.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도 다음해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공격 앞으로'를 외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최근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설비 투자와 관련한 현안은 유동적이라는 평가다. 낸드플래시 업계 전반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대한 갑론을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