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했을때만 해도 한화이글스는 10개 구단 중 약체로 평가받았습니다. 뚜렷한 전력보강 없이, 지난해와 비슷한 선수단 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있었다면 신임 감독과, 코칭스태프 변화정도였습니다.

이랬던 한화이글스는 시즌을 3위로 마감했습니다.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이변’이라는 말은 외부의 평가입니다. 신임 한용덕 감독, 한화 프런트, 선수들 등 한화이글스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한 결과물을 두고 ‘이변’이라고만 평가하기에는 왠지 성과가 가려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13일 포스트시즌 출정식에서 '판을 흔들어라' 슬로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출처=한화이글스

한화이글스가 가을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2007년 이후 11년만입니다. 그간 유명 감독 영입, FA(자유계약선수)영입 등 한화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가을야구 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11년만의 가을야구를 가장 좋아할 한화이글스의 팬들은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때부터 한화이글스 팬이었던 30대 송모씨는 “매년 시즌이 시작할 때 했던 기대감이 시즌 마지막일 때 실망감으로 끝났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이번 시즌의 좋은 결과는 참 기분이 좋다”면서 “일단 가을야구 진출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이왕이면 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들뜬 한화그룹 임직원들...“야구얘기하면 어깨 편다”

한화그룹 임직원들도 한화이글스로 인해 들뜬 분위기입니다.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지급됐던 티켓도 올해는 구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11년만의 가을야구에 잔뜩 기대감은 갖고 있습니다.

㈜한화에서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신입사원이었던 2007년에 가을야구를 하고 과장이 된 지금에서야 가을야구에 진출했는데 기분이 묘하면서도 참 좋다”면서 “올해 한화이글스가 시즌 중에 계속 2위~3위권을 유지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랑 야구얘기를 하면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첨단소재에 근무하는 30대의 한 직원도 “임직원들이 모두 다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에 고무돼 있는데 티켓이 많이 나오지 않아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면서 “준플레이오프를 잘 통과하고, 플레이오프까지 통과해 내친김에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화디펜스에서 근무하는 윤지혜씨는 “입사 16년차인데 올해 직접 야구장을 찾아갈 때 승률이 9할정도 됐다”면서 “이번에도 응원할 계획인데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경기에 집중해 내친김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젊은 직원들 뿐만 아니라 부장급들 직원도 이번 가을야구에 기대감이 큽니다. 한화 관계자는 “사회 초년병 시절 1999년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보고 이제 근 20여년이 흘렀다”면서 “이번 가을야구는 젊은 임직원 뿐만 아니라 연륜 있는 임직원들에게까지 큰 의미가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습니다.

▲ 김승연 회장. 출처=한화

“Break the Frame”...혁신의 여정에 종착역은 없다

‘판을 흔들어라(Break the Frame)’는 올해 한화이글스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 말대로 한화이글스는 프로야구판에서 판을 깨고 흔들었습니다.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캐치프레이즈가 참 맘에 든다”면서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써 있는 break the frame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9일 그룹 창립 66주년 기념사를 통해 창업 시대의 초심 경영을 강조하면서 “혁신의 여정에 종착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판을 흔드는것과 혁신의 여정에 종착역은 없다는 것. 묘하게 어울리는 말입니다.

김승연 회장도 야구를 매우 좋아한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 10여년간 구단 성적이 좋지 않아 전면에 나서 야구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한화이글스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과거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각각 삼성라이온즈, 두산베어스, 기아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 올랐을 때 직접 야구장을 찾은 것처럼 김 회장의 야구 관람도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11년만의 가을야구로 한화그룹이 들떠 있습니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이글스와 넥센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는 19일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