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밥’을 씹는 게 아니라 ‘마신다’? 생소할 수 있지만, 일본의 한 농협이 비상식량으로 개발한 ‘마시는 밥’이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특성을 고려한 비상식량이지만 농가소득 개선을 위해 지역 농산물을 주 원료로 사용했고, 포만감이 크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낮은 열량 등의 장점 덕분에 식사대용품·고령친화식품으로도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 북오사카 농협이 개발·판매한 ‘마시는 밥’ 제품. 출처=ashai

일본 북오사카 농협이 독자 개발…농가소득 개선에 도움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FNN 프라임뉴스> 등 매체에 따르면 일본의 북오사카 농협(JA北大阪)이 독자 기술로 지역에서 재배하는 쌀을 주원료로 만든 캔음료 ‘농협의 마시는 밥(農協の飲めるごはん)’은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기후 특성을 감안한 비축용 비상식량 제품이다.

지난 8월 1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북오사카 농협의 마시는 밥은 최근 들어 일본에서 지진과 태풍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본의 지자체와 개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구입 문의가 활발한 편이다.

마시는 밥의 주 원료는 쌀과 팥, 율무 등의 곡물이다. 특히 쌀은 북오사카 지역 농가들이 직접 재배한 히노히카리 쌀을 사용하고 있다. 히노히카리 품종은 우리가 잘 아는 고시히까리와 더불어 고품질 쌀로 알려졌다.

북오사카 농협의 기타오사카(北尾禎浩·45세) 관리부장은 “마시는 밥 제품은 비상식량으로서 의미가 있고, 농가 소득증진에서도 기여하는 면이 크다. 과거 고베 대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 최근의 잇따른 태풍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자연재해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갖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일본에서는 비상식량을 비축하는 국민들이 많다. 또한 지역 농업·농촌 경제사정이 갈수록 어렵다. 새로운 부가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왕이면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상품이 농가소득 개선에 도움 되기 때문에 연구 끝에 지금의 마시는 밥 제품을 개발·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상식량이지만 다양한 종류·부드러운 식감·충분한 포만감 등 장점
북오사카 농협의 마시는 밥 한 캔 용량은 245g으로, 최장 5년까지 장기보존 할 수 있다. 비상식량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따로 가열할 필요가 없고, 정전·단수 등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섭취하면 된다. 가격은 개당 260엔(약 2600원)이다.

세 종류가 있는데, 제품마다 차별화된 점이 있다. 어린이도 먹을 수 있는 코코아 맛, 일반인과 노년층을 위한 매실·다시마 맛, 아시아 등 해외 수출까지 겨냥한 시나몬(계피)맛으로 출시됐다. 제품 소비층을 다변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맛이나 외양에서 우리의 생식이나 미숫가루 음료와 다소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걸쭉하고 쌀알이 남아 있어 씹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제품 열량은 150㎉에 불과해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 없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계란·밀가루·메밀 등 27개의 식품 알레르기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기타오사카 부장은 “음료처럼 바로 마시기보다는 밥의 씹는 느낌을 일부러 주기 위해 쌀알을 남겼다. 마시면서 충분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식사대용식으로 먹어도 만족스러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 북오사카 농협 관계자들이 마시는 밥을 소개하고 있다. 가운데가 키노시타 아키오(木下昭男) 조합장. 출처=ashai

음식물 소화 힘든 노인도 간편 섭취
이처럼 마시는 밥 제품은 비상식량뿐만 아니라 식사대용품이나 고령친화식품 등 쓰임새가 다양해 향후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기타오사카 부장은 “마시는 밥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힘든 노년층도 간편히 섭취할 수 있고, 식품 알레르기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 특정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먹어도 괜찮다. 열량은 낮지만 포만감은 커 식사대용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량으로 많은 주문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상식량 비축용으로 효고현과 사이타마현, 오이타현 등 여러 지자체들과 일부 기업은 마시는 밥 제품을 구입했고, 개인 소비자들도 온라인과 전화로 꾸준히 구입 문의를 하고 있어 앞으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