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산업연구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 김종신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균 현대건설 상무.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국내 주택업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현재 국내 주거시장 안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부족지역과 공급과잉지역을 구분해 지역 맞춤형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다양한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8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와 공동으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택시장 현황 분석 및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산업연구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 김종신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균 현대건설 상무 등이 참여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추병직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은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 중심으로 주택이 급등한 반면 지방 주택 침체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주택수급문제는 몇 년에 걸쳐 누적된 결과로 선호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 공급의 적시성이 매우 중요하며 주택공급을 축소시키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서울과 같이 수요가 많지만 가용택지가 부족한 곳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로 나선 김태섭 박사는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에는 아파트 공급의 지역별 양극화와 아파트 매매가격 지역별 양극화, 주택유형별 매매가격 양극화, 청약양극화(미분양 양극화) 등 등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분석 대상에는 17개 시도와 30개 주요 도시 등 총 47개 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과거와 미래 아파트 공급(아파트 중심) 실태 등 공급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을 비롯한 13개 지역이 아파트 공급 부족 지역으로 분류됐다.

김태섭 박사는 “같은 공급부족 및 공급과잉지역이라도 주택 시장이 성장인지 회복인지에 따라, 정체·쇠퇴 진입지역이냐 쇠퇴지역이냐에 따라 다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서울은 대표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으로 주택시장 불안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즉 공급부족지역에는 공급촉진대책을, 공급과잉지역에서는 공급관리와 수요촉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신규주택 수요는 연 평균 5,5만호이지만 연 평균 6.4만호로 총 주탞공급량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파트 수요가 연 평균 4만호인데 반해 공급량은 연 평균 3.1만호로 최근 6년(2012년~2017년) 약 5.4만호의 누적 부족량을 보였다. 2015년 장기 평균 공급량과 대비하면 최근 더 크게 증가해 최근 6년간 7만호 이상 공급부족 현상을 보였다.

반면 비아파트 공급량은 최근 크게 증가하며 2005년부터 2011년간 연평균 공급량은 1.6만호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2년~2017년 연평균 4.4만호로 증가했다. 즉 최근 6년간 아파트 공급량이 감소한 대신 단독,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량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기반인 정비사업구역이 최근 5년간 354구역이 해제된 점 역시 아파트 공급 감소를 이끌었다. 서울시 전체 아파트 공급량에서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비중이 7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대안 없이 정비사업구역 해제는 서울시 아파트 공급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것이란 예측이다.

김 박사는 “서울시 주택가격 급등은 수요 대비 아파트 공급 부족량이 누적된 상태에서 정부규제로 매물잠김 효과가 가중돼 문제가 커졌다”면서 “주택공급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아파트 공급이 문제로 수요의 과잉확대 현상으로 외부 수요까지 서울에 있는 주택을 사면서 수요공급 간 간격이 굉장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서울 같은 공급 부족한 지역의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택지공급 대책은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시 거주 가구가 분양을 받아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는 6.2% 불과하지만 경기도 거주가구가 분양받아 이주하는 비율은 90%나 된다. 즉 경기도에서 택지개발을 하거나 신도시를 건설하면 대부분 경기도 주민이 분양을 받아 이동한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경기도 주민이 서울에 분양을 받아 이주하려는 가구가 약 15%로 2.5배에 달했다.

김 박사는 “서울이 아파트 수요 분산을 위해 경기도에 택지개발(신도시 개발)을 한다고 해도 서울시 아파트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렵다”면서 “서울시 주택 문제는 서울시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연 1만~1.2만호 아파트 공급용 택지가 필요하며 10여년간 약 10만호~12만호를 공급하기 위해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비사업 방법 외에도 택지공급 등으로 매년 이정도의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김 박사는 “만약 도심에서 공급여력이 없을 경우 필연적으로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면서 “거대 광역 통합 신도시 개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그린벨트를 포함해 20km 이내 최근거리에 경기도 인접 지역을 포함해 500만평 규모의 거대 광역통합신도시를 2개 이상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예시로 든 곳은 거대 광역 통합신도시 개발은 ▲서울남부(강남구, 서초구, 성남시, 과천시 연계 통합신도시) ▲서울동부(송파구, 강동구, 하남구, 광주시 연계 통합신도시) ▲서울북부(은평구, 마포구, 고양시 연계 통합신도시) 등이다.

이외에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측면도 강조했다. 주택노후화로 새 아파트에 대한 대체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2.3만호 규모로 공급되고 있는 정비사업 규모를 3.2만호로 확대하고 해제된 정비사업구역을 선별해 주민동의를 거쳐 구역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t는 투기대책과 규제완화, 용적률 인센ㅌ브 확대, 개발이익의 임대주택 환수가 필요한 요소라고 바라봤다.

김 박사는 “재건축 부담금제도는 폐지하고 대신 공공임대 환수로 일원화하되 사업시기별로 1차로 사업승인 시점에서 임대공급량을 결정하고 2차로 준공시점에서 개발이익을 산정한 후 일반분양분 중 후분양 예비물량을 확보해 정산하는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환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공급과잉지역에서는 공공택지와 민간 분양물량 수급조절 뿐 아니라 거래세 완화, 대출규제 완화, 전매제한 완화, 미분양 해소대책 등을 통해 서울 집중 수요를 분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포항, 울산, 창원, 구미 등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은 쇠퇴시장이면서 과잉공급지역에 해당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미분양 해소 및 지방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토론회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김태균 현대건설 상무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수급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김 상무는 “가용택지가 부족해 정비사업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상무가 제안한 것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격 제한 완화 ▲재건축 분담금 부과기준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기준의 합리적인 개선 등이다.

김 상무는 “서울의 재건축 사업장에서 인위적인 가격을 제한해 오히려 당첨시 로또 등의 큰 시세차익이 발생해 오히려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HUG의 분양가격 제한 제도 시행 이후 아파트 분양가격 인상률은 5.7%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아파트 가격 인상률은 25%가까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분양가 가격 제한이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격 제한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급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김 상무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도 분양가를 심의 받을 때 분양가의 인하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평균 분양가 기준을 기존 110%에서 120%로 완화해주거나 고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할 때에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바라본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인한 현재의 주택시장을 ‘동맥경화’ 상태로 비유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9.13 이후 시장 전망부터 보면 서울시장 양극화 속에서 외부수요까지 가미된 것처럼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공급은 정비사업이 꽉 묶여있다보니, 2-3년 뒤의 시장 상황이 뻔하다”면서 “동맥경화를 생각하면 혈관 내 다주택자 일부 투기수요가 껴있는 것이 아니라 꽈리형으로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관은 협소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수많은 대책들이 수요시장을 들쑤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이후에 추가적으로 이를 통과한 단지가 없는데 신규로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2~3년 뒤에 시장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에 대해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과장은 “정비사업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 물량이 전체 주택의 1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안전진단 강화 이후에 12개 사업장에서 재건축 사업을 신청했고 일부 사업장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현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도심으로 몰리는 수요 압력을 낮추기 위해 직주근접성을 갖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컨대 김포에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직장이 있는)서울과 연결된 지하철로 결국 도심에 몰리는 수요의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 수요만을 억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직장과 주거와의 편리한 접근성을 확보해주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결국 주택가격이 안정이 되는 것은 수요공급의 관점에서 봤을 가격은 언제나 결과로 나타났지 가격이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면서 “고용접근성은 주거입지를 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항목으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자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국토부 측에서는 제3기 신도시 개발 입장을 유지했다.

김영국 과장은 “서울시 거주 가구가 분양을 받아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는 6.2%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이 숫자자체도 유의미하다”면서 “제3기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어느정도 수요 분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광역 교통망과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같이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제3기 신도시 목표는 서울의 자가가구를 옮겨오는 것이 아닌 서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