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熊本城(구마모토 성), 33.5×24.5㎝ Watercolor on paper, 2010

드로잉에는 어떤 양식에 갇히는 느낌의 것을 완전히 털어내고 그야말로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마음껏 발산하며 토로하는 솔직함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작가(서양화가 김명식,김명식 작가)의 일상 행적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하고, 작가의 따스한 온기와, 그리고 밑바닥에 내재해 있는 작가의 감각으로부터 생성되는 필치를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신선함이 있는 것이다.

▲ 北海道美瑛(비에이정), 41×31.8㎝, 2010

비록 익히 보아온 대표성 있는 페인팅만큼 밀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부류의 작업은 밀도보다는 다른 작업에서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근성과 재능의 면면들을 확인시켜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크로키나 드로잉을 본 상태에서 바라본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와, 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 大分県湯布院(오이타현 유후인), 33.3×24.5㎝, 2010

우리는 한 작가(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김명식 교수)가 캔버스에 모든 것을 쏟아낸 대표성 있는 페인팅과 그런 전시에만 익숙해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일기 쓰듯 소소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드로잉 종류가 곁들어졌을 때, 작가의 진면목이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조명된다.

▲ 札幌City(삿포로 시), 45.5×38㎝, 2010

후자의 영양가는 아무래도 제스츄어가 제거된, 보다 솔직한 육필이 살아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마침 이번에 갖는 전시는 작가의 귀국 보고전을 겸한 것으로, 이전의 <이스트사이드 스토리>과 함께 일본 일주 풍물화들이 함께 출품된다.

▲ 김명식 著, ‘일본수채화여행’표지

선화랑에서 갖는 세 번째 전시지만, 아마도 가장 볼거리가 풍성한 것이 이번이 아닐까 기대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상생의 이상을 꿈꾸는 작가가 우리에게 역설하는 바로 그 주제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식사로 치자면 이제야 우리는 정식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글=이재언(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