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8일 중국 정부의 수입 품목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있던 '암흑의 날'을 이야기하는 중국의 한 SNS 게시물, 출처= 제보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개인 면세품 구매자들(소위 ‘따이공’이라고 불리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설’은 수개월 전부터 돌았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화해가 무르익는 시점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 전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 최악인 것은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한 배경은 한-중 관계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암흑의 날’

지난달 중국의 SNS에 어떤 작성자는 ‘0928 암흑의 날(黑暗日)’로 시작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작성자는 “내가 하고 싶은 한마디: 모든 대리상들의 일이 (이제는) 매우 어려워졌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이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게시글과 함께 중국 상해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열고 있는 수많은 중국인들의 사진, 그리고 공항 직원들이 이 물건을 공항 카트에 싣고 어딘가로 가져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중국의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사진. 공항 직원들이 압수한 수입품들을 옮기도 있다. 출처= 제보자

이에 대해 중국 세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모 세관에는 개인 소비자들이 한국에서 구입하거나 정식 수입된 상품에 대해 중국 정부가 폭탄세금을 매겨 10억위안(약 1600억원)어치의 물건이 버려져 있는 상태”라면서 “최근 불거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 중국이 외화의 반출을 막기 위한 규제를 시작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련의 정황으로 볼 때 중국 정부는 사드 갈등 국면에도 하지 않았던 개별 소비자들의 수입상품 구매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알리페이 등 소비처의 기록이 남는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발생한 소비까지도 중국 정부가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게 이것은 ‘중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재앙의 시작이다. 

면세점 의존도 '70%'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가량 늘어난 12조386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중국인 매출은 9조32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우리 면세점에서 1조1291억원씩 소비한 셈이다. 동시에 중국인 소비의 면세점 비중은 72.9%를 기록했다. 만약 이 비중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중국인이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70%를 넘는다. 

중국인들의 한국 면세점 이용객 수는 2016년 1616만명에서 2017년 1034만명으로 약 36% 감소했으나 중국인 매출은 22.1% 증가했다. 사드 긴장 국면이 풀린 후 아직까지는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을 공식 허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인 매출과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은 국내 면세업계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개별 단위 소비자를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변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5일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고가품을 사서 귀국하는 중국인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간 ‘설’로만 돌았던 중국 정부의 수입상품 단속 강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리는 보도였다. 그러나 이 보도들에서도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제품들이 단속됐는지 알리지는 않았다. 

▲ 중국의 한 공항에서 검열을 받기 위해 구매한 수입품을 꺼내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출처= 제보자

일련의 상황은 최근 강남에 시내면세점을 새롭게 연 신세계와 오는 11월 1일 시내면세점 개점을 앞둔 현대백화점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될 전망이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취하는 조치인지, 해외 상품에 대한 전면 단속의 시작인지는 앞으로의 추이를 두고봐야 할 것 같다”면서 “만약 현재 상황이 후자라면 우리나라는 면세점뿐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대(對) 중국 수출업체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장기 경기침체에서 조금씩 회복세를 하던 한국 경제에 최악의 경우 ‘사드’ 긴장 이상의 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