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인구 고령화와 일손 부족, 소득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는 우리 농업·농촌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농가와 함께 ‘6차 산업’으로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6차 산업이라는 용어는 20년도 더 된 말이다. 1994년 일본 도쿄대학의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 奈良臣)가 제안한 용어다. 1990년대부터 일본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농업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 활기를 잃게 되자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로서 6차 산업을 제안하게 된 것.

▲ 일본의 6차 산업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그림. 출처=infocom

6차 산업은 농업·어업·임업 등의 1차 산업에 2차 산업(식품가공·제품생산)과 3차 산업(판매·서비스업)을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농업농촌의 활기를 되찾고 경쟁력을 키우는 농촌 경제모델을 의미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농업농촌의 고용 개선과 소득증진 차원에서 2011년 정부 주도로 6차산업화법(六次産業化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우수사례가 발굴되고 있다.

▲ 일반 양송이보다 10배 정도 큰 점보 양송이버섯. 출처=Funagata Mushroom

양송이버섯 가공한 장조림·카레, 버섯 전문레스토랑 운영으로 연 100억 원 매출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산케이biz> 등 매체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야마가타현(山形県)에 위치한 ‘후나가타 머쉬룸(Funagata Mushroom, 有限会社舟形マッシュルーム)’은 버섯으로 6차 산업에 나서고 있는 업체다. 올해로 설립 18년째를 맞은 후나가타 머쉬룸의 대표 상품은 일반 양송이버섯보다 10배 정도의 크기인 직경 13~15cm의 ‘점보 양송이버섯’이다.

후나가타 머쉬룸은 연평균 1200~1400t 규모의 점보 양송이버섯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양송이버섯의 품질 확보를 위해 일본농림규격(JAS) 인증 획득은 물론, 버섯 생산업계에서 드문 국제 위생관리인증인 HACCP(해썹) 인증을 현재 준비 중에 있다.

단순히 품질 좋은 버섯 재배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식품가공시설을 조성해 버섯을 활용한 슬라이스 건조버섯과 버섯소스, 버섯장조림, 건버섯을 비롯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면서 농가소득 창출에 나서고 있다. 식품전문업체와 함께 버섯카레·버섯 햄버그스테이크 등의 레토르트식품까지 개발하며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후나가타 머쉬룸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는 양송이 버섯과 가공제품. 출처=Funagata Mushroom
▲ 후나가타 머쉬룸의 신선 양송이버섯과 버섯카레 제품. 출처=Funagata Mushroom
▲ 양송이버섯요리 전문식당인 ‘머쉬룸스탠드 후나가타'. 출처=Funagata Mushroom

후나가타의 양송이버섯은 인터넷과 직판장, 지역 특산물 판매장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본 전국에 판매망이 있다. 또한 지난해 버섯농장에 양송이버섯요리 전문식당인 ‘머쉬룸스탠드 후나가타(マッシュルームスタンド舟形)’까지 열어 웰빙 레스트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나가사와(長澤 光芳) 후나가타 머쉬룸 사장은 “우리는 다른 농가와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판로를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며 “평균 연매출은 10억 엔(한화 약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12동 규모로 시작한 버섯 재배시설도 현재 60동 이상으로 늘었다. 종업원도 설립 초기에는 8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5명으로 증가해 지역 고용창출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무채를 활용해 만든 드레싱 소스. 출처=Nagata Foods

생선회 받치는 ‘무채’ 재활용 드레싱 소스로 75억 원 버는 일본의 6차 산업
생선회에 받치는 무채로 6차 산업의 성공사례를 거둔 업체도 있다. 이바라기현(茨城県)의 나가타식품(Nagata Foods, ナガタフーズ)이다.

우리는 보통 생선회의 건조를 막고 외관을 좋게 꾸미기 위해 우뭇가사리로 만든 천사채를 받침으로 사용하지만, 일본은 주로 무채를 쓴다. 횟감 받침용 무채는 일본에서 식당과 수산물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데, 이를 전문으로 생산업체는 드물다고 한다. 또한 받침용 무채는 한번 쓰고 주로 버리는 편이다.

1992년 설립된 나가타식품은 원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무를 생산하고 도매시장 위주로 공급했던 업체다. 그러나 무채 수요는 많지만 공급업체가 거의 없어 새로운 틈새시장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2009년부터 생산한 무를 무채로 가공해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버리는 무채를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식품가공업체와 공동으로 무채를 주원료로 한 드레싱 소스도 함께 개발했다.

▲ 나가타식품의 무채 드레싱 소스가 첨가된 요리 예시. 출처=Nagata Foods
▲ 나가타식품이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하는 무. 출처=Nagata Foods
▲ 나가타식품이 개발한 밤 간식 제품, 스위트마론. 출처=Nagata Foods

그 결과, 독특한 아이디어의 무채 드레싱 소스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 일본의 80여개 유통기업과 외식업체에 납품되며 새롭게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또한 식자재용으로 일식에 많이 곁들이는 갈은 무(大根おろし)도 공급하고, 지난해부터 무 수확을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무 농장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면서, 무를 매개로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나가타식품의 나가타 요시오(永田 良夫)사장은 "무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이바라기현 외에도 다른 지역 무 농장과 협업해 산지별로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릴레이 출하'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은 7억5000만 엔(약 75억 원)으로 설립 초창기와 비교해 6배 이상 증가했고, 종업원도 5명에서 60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가타 사장은 "앞으로 안전하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는 연매출 10억 엔을 목표로 무채로 만든 프리미엄 드레싱 소스와 함께 새롭게 개발한 밤 간식제품 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 규격 외 복숭아로 만든 디저트. 출처=農工房長者

시장판매 못하는 규격 외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로 부가가치 창출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는 규격 외 농산물을 디저트로 가공한 ‘노코보쵸자(農工房長者)’라는 업체도 주목할 만한 6차 산업 성공사례다.

토야마현(富山県) 소재의 노코보쵸자는 원래 쌀을 생산·판매한 기업이었는데, 2007년부터 농가와 계약을 맺고 신선복숭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산·유통과정에서 규격 외 복숭아 물량이 만만치 않아 처리 방법을 고민한 끝에, 복숭아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

규격 외 농산물은 일반 상품과 맛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크기와 모양에 맞지 않아 출하할 수 없는 제품을 말한다. 노코보쵸자의 경우, 복숭아 생산·유통 과정에서 규격 외 복숭아 물량이 약 30% 정도 발생했다.

처음에는 규격 외 복숭아 물량을 폐기처분했으나, 처리비용 부담이 커 주스나 파르페, 타르트 등으로 가공해 농장 내 직판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 노코보쵸자의 디저트 카페 외관. 출처=農工房長者
▲ 노코보쵸자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디저트 제품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한다. 출처=農工房長者
▲ 노코보쵸자의 런치 메뉴와 디저트 메뉴 할인 이벤트. 출처=農工房長者

이들 제품이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복숭아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농장까지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에 노코보쵸자는 ‘농장에서 당일 수확한 신선한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눈에 쉽게 띄는 화려한 자줏빛 색상의 외관으로 된 디저트 카페를 개설했고, 현재 일본의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노코보쵸자는 복숭아 외에도 블루베리와 무화과, 딸기 등 재배품목을 확대해 지역 식료품 기업들과 협업으로 다양한 디저트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한편, 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쌀과 채소를 재료로 하는 런치메뉴를 제공하는 등 부가소득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코보쵸자 관계자는 “설립 당시 3명의 농가로 시작했지만, 가공식품 제조와 외식업으로 확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종업원은 22명으로 늘었고, 규격 외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면서 농가소득 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