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16일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카카오 T 카풀 크루를 모집하며 카풀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며 드라이버를 '크루'라고 표현한 대목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카카오는 내부 임직원을 크루라고 부르리 때문입니다. 카풀 드라이버를 크루라 명하면서 친밀감을 키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리 식구다'는 느낌. 참고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와 대리운전에서는 모두 '기사'라는 표현을 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15일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를 통해 자사 생태계를 전격적으로 보여준 바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카카오 T 누적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겼으며 카카오 T 택시 누적 운행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4조8000억원의 소득 창출에 기여했다는 설명. 누적 운행거리는 9월 기준 1억5539만 시간이며 2015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한 승객은 16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하는 기사는 9월 기준 22만4838명이라고 합니다. 카카오 T 블랙과 카카오 T 대리와 관련된 정제된 데이터도 눈길을 끕니다. 카카오 T 대리의 경우 2016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993만 호출이 있었고 이는 8125억원의 소득창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카카오 T 대리기사는 9월 기준 12만3962명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협력으로 탄력을 받은 카카오내비는 2016년 4월부터 9월까지 14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월간 실질 이용자 수는 530만명이 넘고 한 달에 1억5000만건의 길 안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리포트를 통해 의미심장한 키워드도 던졌습니다. '진짜 필요할 때 왜 택시가 안잡힐까?'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 서비스는 시간과 장소, 기상여건에 따라 수요와 공급 패턴이 크게 다르지만, 현재의 고정적인 요금 체계에는 이러한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공급과잉 또는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지역 출퇴근 시간, 그리고 퇴근 시간에 택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는 현상을 거론했습니다. 기상악화나 대형 이벤트가 있는 날 택시가 더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은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지적한 대목입니다.

리포트는 "국내 택시요금이 해외 주요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라면서 "세계적인 여행정보 사이트 프라이스 오브 트래블(Price of Travel)에 의하면 서울의 택시요금은 3km 주행 기준 2.8~5.4달러로, 각국의 소득수준을 가늠해 볼수 있는 1인당 GDP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택시기사의 고령화 추세와 심야시간 낮은 출근율도 지적했으며 법인택시 기사들의 근무는 시간과 무관하게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 반면, 개인택시 기사들의 근무는 소위 일과시간인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이 일부 보입니다. 카풀과 관련해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카카오 T의 강력한 플랫폼 인프라를 강조, '튼튼하고 건전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T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올랐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나아가 택시업계의 어려움도 부각시키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손을 내밉니다. 그것이 바로 카풀인 셈입니다.

택시업계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택시업계는 16일 성명서를 통해“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영업의 불법성 여부와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택시종사자의 생존권 침해 우려로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풀 영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라면서 “승차공유라는 미명아래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불법 여객운송행위를 알선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카풀앱 업체인 ‘럭시’를 인수하고, 카풀운전자 모집을 통해 서비스 개시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카카오 전반에 대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택시업계는는 “최근 한 시민단체가 2조8000억원 횡령혐의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고발했다”면서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영세업체인 택시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리운전 업계까지 진출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카풀 서비스에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가며 택시를 죽이는 것이 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범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교통질서 교란을 일으키는 한편,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ICT 발전을 위한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며, 택시업계가 스스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택시업계는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ICT 기업의 영리 카풀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카풀을 마냥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업계의 자정활동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카풀 서비스의 당위성 중 하나인 수요와 공급의 일시적 불일치도 택시업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40%는 기사가 부족해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택시 자체도 25만대에 이르는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밤 늦은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면 운행되지 않는 택시, 공급과잉 상태의 택시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한편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ICT 기술과 택시의 만남도 내부에서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이 상무에 따르면 모 통신사와 함께 택시업계가 구축한 ICT 플랫폼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며, 다양한 기업과 협업 가능성을 추가로 타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택시업계는 ICT 업계가 내민 손을 뿌리치는 한편,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실력행사에 돌입한다는 각오입니다. 여기에 헌법적 가치로 보장되는 생존권 보장과, 카카오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전선을 넓히려고 노력중입니다. 16일 성명서를 통해 김범수 의장의 횡령의혹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한편, ICT 플랫폼 기업들이 불편해하는 이른바 골목상권 프레임도 동원한 사실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상황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단계로 왔습니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 1기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막을 내린 가운데, 역설적으로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대중교통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겠다는 프레임으로 전격적인 출사표를 던졌고, 택시업계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일시에 꺼내든 분위기입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