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된 전자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서 포트나이트(Fortnite)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참가자들.    출처= NewsLock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비디오 게임이 좀처럼 끄기 더 어렵게 만들어지면서, 끝없이 계속되는 게임 세션이 자녀들의 삶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 개발자들이 지난 수 년 동안 게임이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게임 엔진 작동을 멈추는 조작까지 더 복잡하게 바꿈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에 더 깊이 빠지도록 만드는데 열중해 왔다고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하며 이같은 우려를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의 업데이트 버전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추가하며, 그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게임 장애는 2022년 1월에 공식적으로 질병 분류에 포함될 예정이다.

오늘날 많은 게임이 무료이며 여러 종류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고, 사용 빈도도 소셜 네트워크의 2배에 달한다. 게임을 하다가 빠져나온 뒤에도 게임 회사는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보내주면서 사람들이 게임에 계속 접속하도록 자극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게임 콘텐츠는 사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만, 고객을 잃어버릴 까봐 계속 소매를 잡아당기는 작전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어린이와 성인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을 연구해 온 과학자 더글러스 A. 젠타일은 "비디오 게임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놀 수 있도록 특별하게 작동한다”며 "마치 도박처럼 뇌의 쾌락 중추(pleasure center)를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아폴리스에 사는 트레이시 마콘은 그녀의 14세 아들 매튜가 하루 온 종일 전술적 사격 게임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Tom Clancy 's Rainbow Six Siege)에 매달려 있다며 게임의 유혹에 대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게임을 하는 컴퓨터를 빼앗자 매튜는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녀는 “아들이 아무런 일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혀 동기를 느끼지 않는다. 아들 때문에 온 가족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비디오 게임 산업 오래 동안 게임의 해악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어 왔다. 비디오 게임 업계의 가장 큰 이익 단체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WHO가 국제질병분류에 게임 장애를 포함시킨 것을 ‘논쟁의 여지가 높고 확실하지 않은 연구’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신건강 전문가는 게임이 게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 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한 심리학자 레이첼 코워트 같은 사람은 게임이 학생들의 수학과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며, 팀 빌딩 기술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른 바 별 개수로 등급이 매겨지는 ‘평판 게임’(reputation game)도 도덕적 공황(moral panic) 심리에 의해 널리 유행됐지만 그 영향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적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에 따르면,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은 2013년에서 2017년까지 불과 4년 만에 80% 증가한 976억 달러(109조 2천억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084억 달러(121조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영화협회(MPAA)의 데이터에 따르면, 박스 오피스와 홈무비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매출은 2017년에 884억 달러에 그쳤다. 게임 산업이 영화 산업을 넘은 것이다.

비디오 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포트나이트’(Fortnite, 미국의 에픽 게임스<Epic Games>가 개발해 공전의 히트를 한 게임) 같은 메가 히트 게임이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 모이는 일종의 사교적 장소가 되어 쇼핑 몰이나 다른 취미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 게임개발업체 피크 게임스(Peak Games Inc.)사의 모바일 퍼즐게임 ‘툰 블라스트’(Toon Blast)가 친구들과 채팅하며 토너먼트 경기를 벌이는 기능을 추가한 이후, 사람들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30분에서 45분으로 늘어났다.   출처= Change.org

터키 이스탄불의 게임개발업체 피크 게임스(Peak Games Inc.)사의 모바일 퍼즐게임 ‘툰 블라스트’(Toon Blast)가 친구들과 채팅하며 토너먼트 경기를 벌이는 기능을 추가한 이후, 사람들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30분에서 45분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전략담당 이사 외머 이노누는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미국인이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평균 시간은 2017년에 주당 7.8 시간으로 2011년에 비해 60% 증가했다.

2017년 7월에 선보인 게임 포트나이트는 불과 1년 만에 1억 25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는데, 이것은 많은 전략 게임 개발자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게임에 붙잡아 놓으려고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다. 이 게임은 게임 콘솔, 컴퓨터,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에서 할 수 있으며 가장 있기 있는 ‘최후까지 남는 사람 모드’(last-person-standing mode)는 공짜다.

이 게임의 개발사인 에픽 게임스는 포트나이트의 풍경과 즐거리를 정기적으로 변경해 사람들이 계속 게임에 들어오게 만든다. 게임 상점에 가상 상품들을 자주 추가시켜 게임자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맞춤 설정하고 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도록 유혹한다.

텍사스주 화이트라이트(Whitewright)에 사는 16세의 제이크 클레이본은 매일 몇 시간씩 포트나이트에 접속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 친구들이 모두 이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게임 때문에 자주 부모님과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님이 하루에만도 서너 번씩 게임을 그만두라고 잔소리할 정도다.

이들이 이 게임에 이렇게 자주, 그리고 오래 접속해 있는 이유는, 게임에 접속해 있거나 ‘그 날의 성과 목록’를 작성하면 가상의 보상(virtual reward)을 주기 때문이다.

게임을 잘하는 기술이 직장이나 문화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온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의 패트릭 자고다 교수는 "이러한 종류의 부수적 보상이 게임자들이 게임에 정기적으로 들어오게 하는 습관을 만들고, 일부 게임자들에게는 강박 또는 중독성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25세 음악가 댄 해커는 매일 3시간씩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Inc.)가 개발한 FIFA 프랜차이즈라는 게임을 한다. 그가 이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가상 통화가 많아지는데 이 돈이 많아야 꿈의 팀을 만들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게임을 많이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