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JW중외제약에 관심이 모인다. JW중외제약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수출이 어렵고, 수익률이 낮아 제약사들이 기피하는 수액으로 든든한 매출 창출원을 만든 JW중외제약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최근 글로벌제약사인 레오파마(LEO Pharma)에 기술수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와 윈트(Wnt) 표적항암제, 윈트 탈모 치료제다. 이를 바탕으로 주춤했던 성장 둔화세를 극복한 JW중외제약에 관심이 모인다.

 

수액공장 투자로 기초 다졌다… 최근 자사주 매입은 자신감

JW중외제약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연결기준 전년 상반기 2445억원에 비해 7.68% 증가한 2633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5억원 대비 13.9% 감소한 99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1억8065만원에 비해 흑자 전환한 131억원이다.

JW중외제약 매출액은 연결기준 2015년 4343억원에서 2016년 4674억원, 지난해 502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215억원, 245억원, 217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9억원, -109억원, -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증감을 거듭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지만, R&D 투자비용은 같은 기간 290억원(매출액 대비 6.7%), 315억원(매출액 대비 6.8%), 348억원(매출액 대비 6.9%)로 증가했다.

JW중외제약은 수액사업부문을 2002년 분리해 수액생산 전문기업인 JW생명과학을 만들었다. 이후 두 기업의 모회사인 JW홀딩스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전체면적 9만4378㎡ 규모의 의약품·수액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의약품에 비해 수출 진입 장벽이 높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양수액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뒷말이 오갔지만 이 투자는 결국 JW생명과학의 매출에 기여했고, 이는 JW중외제약 연결기준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 JW생명과학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3체임버 수액 위너프 제품군. 출처=JW생명과학

JW당진생산단지가 준공된 이후에는 JW생명과학이 자체개발한 영양수액제 ‘위너프’가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위너프 제품군은 의약품시장 조사기업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4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혼합수액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환자에게 24시간 이내 투여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위너프는 한 개의 수액팩을 세 부분으로 각각 따로 나눠 투여 직전에 ‘포도당’, ‘지질’, ‘아미노산’ 등 3가지 영양소를 혼합하는 3체임버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JW그룹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JW홀딩스는 올해 5월 당진생산단지에서 생산되는 3체임버 종합영약수액제 ‘콤비플렉스 리피드’, ‘콤비플렉스 엠씨티’,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피나스테리드’ 등 6종의 완제의약품을 브라질 ‘시프 파티시파코’에 공급하고, 인도 ‘알니치 라이프사이언스’에는 4종의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제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해 신흥 제약시장(Pharmerging) 개척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은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자사주 매입으로 내보였다. 올해 9월 100억원 규모인 22만1240주를 매입해 주주 가치를 높였다. 이는 2007년 JW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처음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면서 “앞으로도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해서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혁신신약 개발은 제약사의 자존심… 관련 연구소만 세 곳

JW중외제약의 첫 중앙연구소는 1983년 설립됐다. 1992년에는 글로벌제약사 로슈 계열에 속한 일본의 쥬가이제약과 함께 C&C신약연구소를,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화학 유전체학 전문 연구기관인 ‘JW Theriac’을 구축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한국, 미국, 일본 글로벌 R&D 삼각체계를 기반으로 연구초기 단계에서 혁신신약 타깃 발굴과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AI와 빅데이터를 R&D에 활용하는 코어 테크놀로지 플랫폼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R&D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암줄기세포까지 제거할 수 있는 윈트 표적항암제다. 최근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의 기초 원리를 밝힌 두 과학자가 2018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등 면역항암제의 가능성에 의료제약계가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윈트 표적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병용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스테파니 슈프랑거(Stefani Spranger) 시카고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윈트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될 때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로 윈트 신호전달경로 활성화를 억제하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풀이된다. 이 경로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 게재 수(SCI급)는 2000년대 초 연간 약 50건에서 지난해 745건으로 급증했다.

▲ JW중외제약의 주요 파이프라인. 출처=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윈트/베타카테인(Wnt/β-catenin) 경로에 관심을 두고 2000년 초반부터 신약개발에 집중했다. 이경준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장은 “최근에야 밝혀진 윈트/베타카테인 경로는 줄기세포 증식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해당 경로를 차단하면 암이 재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암줄기세포까지 사멸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윈트 표적항암제인 ‘CWP291’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 엠디 앤더슨(M.D. Anderson), 프레드 허친슨(Fred Hutchinson) 암센터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임상 1a상(단독요법)이 진행됐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병용요법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신약 R&D, 아직 안 끝났다… 탈모 치료제 개발 중, 아토피 치료제는 이미 기술수출

JW중외제약은 보유 중인 윈트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 외에도 이와 관련한 연구를 통해 탈모 치료제뿐만 아니라 치매, 골다공증, 피부재생 분야로 신약개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표적 탈모 치료제 ‘CWL080061’은 지난해 10월께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피부과 연구팀(피부과장 조지 코트사렐리스, George Cotsarelis)과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고 전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탈모는 세계적으로 의료 수요가 높은 대표적인 질환으로 유전적 요인, 자가 면역 질환, 정신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이며, 이 중 외용제는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CWL080061은 탈모 진행 과정에서 감소하는 윈트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줄기세포(Hair Follicle Stem Cell)와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Primary Hair Cell)를 분화·증진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과의 공동연구로 2019년까지 CWL080061 전임상 시험을 완료하고, 2020년께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이 신약후보물질의 작용기전을 활용한 탈모방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인체시험도 2018년에 착수하는 등 상업화를 앞당겨 나갈 계획이다.

▲ JW중외제약이 24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레오파마와 혁신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JW1601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킴 퀄러(Kim D. Kjoeller,왼쪽 두 번째) 레오파마 글로벌 R&D본부장과 전재광 JW중외제약 대표가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이미 기술료 수익을 받은 혁신신약 후보물질도 보유했다. 이는 올해 8월 피부질환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제약사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인 ‘JW1601’이다. 계약에 따라 레오파마는 JW1601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의 독점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획득했고, 한국에서의 권리는 JW중외제약이 보유하게 됐다.

레오파마는 확정된 계약금 1700만달러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판매 등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8500만달러를 순차적으로 JW중외제약에 지급하게 된다. 총 계약규모는 4억200만 달러로 한화로는 약 4500억원에 이른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2016년 45억7500만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4년엔 73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