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라는 기업에게 총수의 의미는 다른 대기업들과 다르다. 물론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 시절의 강력한 ‘제왕적’ 경영 정도는 아니지만 그룹 전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그를 위한 모든 결정 권한은 차기 총수 신동빈 회장에게 일임됐다. 그런 신회장은 지난 2월 13일 법정 구속된 이후 234일의 옥살이를 마치고 지난 5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출소했고 석방된 지 3일 만인 8일 월요일부터 정상 출근해 경영에 복귀했다. 이에 신 회장 부재로 여러 방면에서 정체된 롯데의 변화들도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의 복귀는 롯데에게 ‘왕의 귀환’이 될 수 있을까.

신동빈 회장의 부재가 다른 어떤 것보다 롯데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점은 지난 몇 년 동안 롯데가 추진해 온 호텔롯데의 편입이 어려워진 점이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 지배구조에서 상당히 중요한 입지에 있는 포장재 회사 광윤사(光潤社) 그리고 일본 롯데 관계사들이 전체 지분의 약 99%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일본 롯데는 호텔롯데의 지분으로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 재계가 “(한국에 있는) 롯데가 어느 나라 기업인가”라고 던지는 질문에 대해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답하는 것이 석연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롯데는 지난 몇 년 동안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우리나라의 자본을 투자받는 기업으로 만들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의 보복 그리고 여기에 신동빈 회장의 구속 등으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남으로 일본 롯데 이사회의 한국 롯데에 대한 경영 간섭의 여지를 남겼기에 호텔롯데 상장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그렇기에 신 회장의 복귀는 그간 미뤄졌던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신 회장 복귀 후 빠른 속도로 그간에 미뤄진 많은 일들을 다시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다. 지난 10일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 자회사 롯데케미칼 지분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가지고 있는 롯데케미칼 지분 386만3734주를 합친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매입했다. 이번 인수로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의 화학 관련사들은 롯데지주로 편입된다. 

롯데 측은 “유통과 식음료에 국한된 롯데지주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라면서 “롯데는 앞으로도 지주사의 가치를 높이고 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편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잠시 지체된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사업과 대규모 현지 투자와 더불어 잠시 중단된 중국 선양 롯데타운 조성 등 해외사업에 대한 조율도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일련의 지배구조 개선은 궁극적으로 지주회사를 통한 신동빈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 확장과 호텔롯데의 상장을 동시에 염두해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신 회장 복귀후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문이 있으니 바로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이다. 롯데는 유통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롯데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그룹이 있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고 11일 밝혔다. 정확한 이전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신 회장 경영 복귀로 한동안 미뤄졌던 이커머스 추가 투자 계획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롯데는 현재 이커머스에 총 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 롯데 이커머스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이사.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내부 조직개편으로 인력 1000명 이상의 큰 조직이 된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문은 공간 부족의 문제 해결과 더불어 경영 의사결정의 중심인 롯데지주와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 이삿짐을 싸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변화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김명주 연구원은 “향후 롯데쇼핑은 차별화된 통합 플랫폼 통합 구축과 온라인 거래 금액 증가를 위해 배송 경쟁력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시스템 통일 그리고 플랫폼 집객을 위한 콘텐츠 투자 등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경쟁적인 이커머스 투자로 당분간 시장의 점유율은 격변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에게 신동빈 회장이 있고 없고는 분명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부재한 동안 롯데는 한껏 이리 치이고 저리 밟혀 이미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서도 롯데가 계획한 모든 일들이 그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과연 그의 복귀는 롯데에게 모든 판을 뒤엎는 ‘왕의 귀환’이 될 수 있을까. 신 회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