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미국채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라는 ‘임계점’을 넘어 더 높게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의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위험자산 회피현상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더 강해지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0~11일, 2거래일간 68.8%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채 금리 상승이 있었다.

▲ 미국채 10년물 금리·다우지수·나스닥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통상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하회하면서 뉴욕증시도 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최근까지는 미국 증시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탠 것이다.

기존의 금리 수준에 대한 임계치(자산 판도 변화)은 ‘3%’였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올해 Fed가 4번의 금리인상을 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며 “미국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성장률 기대치도 높아지면서 장단기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국 증시가 상승한 것은 금리 임계점이 상승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계치를 넘는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미국 경제 펀더멘탈과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 탓이라는 설명이다.

이미선 연구원은 “미국의 펀더멘탈과 인플레이션이 강해지는 가운데 무위험이자율 매력이 높아졌다”며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미 장기국채 일부를 현금성 자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주식과 금리의 동조화 현상이 깨지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포트폴리오 내 채권의 헷지기능 약화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신흥국 하이일드 스프레드 차별화

위험자산 선호 여부를 나타내는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대(위험자산 기피)되고 있다. 미국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위험자산 선호가 여전히 강함을 뜻한다.

▲ 이머징 하이일드 채권 ETF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금리 임계치가 높아진 점은 채권 하락(금리 상승) 배팅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 확대 요인이다. 이 지표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최근 증시 불안과 맞물려 시장 충격이 강해질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신흥국 시장에서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이 이어진다면 유동성 위축에 따른 제2의 터키, 아르헨티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부채 관리에 소홀해진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미국채 10년물과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 추이 [출처;FRED]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불안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강력한 지지선으로 꼽히는 주당순자산비율(PBR, 현재 0.85배) 1배를 하회하고 있다. 저평가라는 점에서 반등의 여지도 있지만 낙관은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수출호조에 힘입어 105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반기 1100원대를 돌파했지만 추가 상승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임계치가 상승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은도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과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과감하게 인하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무작정 올리기도 쉽지 않지만 그 피해는 신흥국이 더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미국채 금리 5% 시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