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의 바이주(baijiu, 白酒)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증류주이지만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그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바이주 제조사인 루저우 라오자오(Luzhou Laojiao Co.)가 서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쓰촨성(四川省)에 있는 이 국영 증류주 회사가 미국과 유럽의 기업가들과 함께 밍 리버(Ming River)라는 벤처 기업을 만들고 미국인과 유럽인들에게 이 인기 있는 술을 소개하기 위해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개 가장 흔한 곡물인 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바이주는 사실 중국 밖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바이주의 강한 알코올 함량(대개 50%가 넘는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젊은 애주가들 사이에서도 바이주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허베이성(河北省) 동부 청더(承德) 출신의 28세 청년인 창 키안은 "바이주하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술 취한 노인들이나 중국 전통 연회에서 마구 마셔대는 장면이 연상된다. 서양의 파티 개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해 바이주의 중국 내 소매 판매액은 1030억 달러로 전 세계 위스키 시장 규모의 두 배가 넘고, 보드카 시장의 3 배나 된다.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로 정부 관료들에게 값 비싼 바이주를 선물하는 오랜 관행이 단속의 대상이 되면서 중국의 바이주 매출 성장은 다소 위축됐다.

루저우 라오자오가 밍 리버에 투자한 초기 자본금 600만 달러(68억원)는 매출 90억 달러(10조 2천억원)를 자랑하는 이 회사에게는 매우 작은 금액이지만,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바이주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중국 소비자 제품이 서양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에널리스트들은 예측했다. 

전세계 글로벌 주류 시장을 전문으로 하는 데이터 및 리서치 회사 IWSR의 아담 로저 연구소장은 "독주(毒酒) 카테고리는 아직 미개발 영역이며 아직 미국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 접근법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의 소주나 멕시코의 전통주 메스칼(mescal) 같이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술들이 미국 시장에 출시되었지만,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에 각인되기 전에 많은 판매자와 경쟁 업체들의 참여가 요구된다며 “소수의 참가자들만으로는 새 제품을 알리는 것이 외롭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라보뱅크(Rabobank)의 음료 분석가 짐 왔슨은 지적했다.

바이주는 먹어볼수록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술이기 때문에, 밍 리버의 전략은 서양의 칵테일 문화를 활용해, 바이주를 혼합주로 사용하는 방안을 홍보하려고 한다. 밍 리버의 윌리엄 아이슬러 최고 경영자(CEO)는 맨해튼 이스트빌리지(East Village)에 있는 마더 오브 펄(Mother of Pearl)이라는 바의 바텐더들에게 4가지 종류의 바이주를 시음시키며 바이주를 칵테일 재료로 삼도록 시도했다.

바이주가 간장 맛이 난다거나 초콜릿 맛이 난다고 말하는 바텐더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주 흥미로워 하며 최소한 한 종류는 칵테일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주는 대개 빠르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술이지만, 아이슬러 CEO와 밍 리버의 파트너들은 그들이 4년 전 베이징에 오픈한 바에서 바이주 칵테일을 선보였다. 아이슬러 CEO는 “중국에서 술집에 자주 가는 사람들에게 바이주를 칵테일에 섞는 것은, 미국에서 중국인들에게 햄버거를 가지고 밀크 셰이크에 섞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양한 바이주 카테고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바이주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는 어느 한 곳의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6%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바이주의 종류가 매우 많다. 아이슬러 CEO는 베이징의 바가 인기를 얻으면서 바이주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수를 발효시켜 주조한 중국의 전통술 바이주(白酒)는 아직 서양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출처= The Drinks Business

바이주를 미국의 차이나 타운을 넘어 서양 시장 전체에 판매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던 루저우 라오자오가 서양 파트너들과 밍 리버를 설립한 것은 2015년, 마침 중국 당국이 부패 단속에 나서면서 바이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때였다.

바이주는 두부, 쌀 식초, 간장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효모, 곰팡이, 꾸(qu)라는 박테리아를 자연 수확 방식으로 발효시켜 주조된다. 이 술은 고체 형태로 발효되고 증류되며, 마스터 블렌더가 여러 개의 다른 배치(batch)를 혼합해 다양하고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바이주는 이름 그대로 무색이라 해서 바이주(白酒)라고 불리는데, 크게 장향(酱香), 농향(浓香), 청향(清香), 미향(米香) 등 4가지 맛으로 분류된다. 그 중 장향과 농향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장향은 장맛이 나며 깊은 뒷 맛이 있고, 농향은 약간은 달콤함과 진한 향이 나는 것으로 구분된다. 장향에 해당하는 바이주에는 마오타이(茅台)와 홍화랑(红花郎) 같은 술이 있고, 농향에 해당하는 바이주에는 우량예(五粮液), 공부가주(孔府家酒) 같은 술이 있다.

밍 리버의 바이주는 지하 갱에서 발효되며, 점토 용기에서 최대 2년간 숙성된다. 열대과일 맛, 후추 맛, 아니스(anise, 씨앗이 향미료로 쓰이는 미나리과 식물) 맛 등 다양한 맛의 바이주는 뉴욕에서 25 온스(0.9 리터)짜리 한 병에 34 달러에 판매된다.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에 있는 킹스 카운티 임페리얼(King's County Imperial) 바의 저스틴 레인 브리그스 바텐더는 바이주의 미국 진출을 응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밍 리버의 바이주, 베르무트(vermouth, 포도주에 향료를 넣어 우려 만든 술), 바나나향 음료를 섞어 만든 ‘Monkey Writes a Poem’은 그가 고객들에게 바이주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만든 칵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