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15일 2015년 3월 카카오택시 출범 후 취합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자료지만 최근 카풀 합법화 서비스를 둘러싸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리포트를 통해 자사 서비스 생태계를 소개하는 한편, 택시업계의 어려움에 일부 동의하는 방식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략적 측면에서 택시업계의 위기감을 자극할 여지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카카오 T 택시 월별 운행건수. 출처=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재미있는 데이터가 많네"
리포트에는 재미있는 데이터가 많다. 9월 말 기준 카카오 T 누적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겼으며 카카오 T 택시 누적 운행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다. 4조8000억원의 소득 창출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누적 운행거리는 9월 기준 1억5539만 시간이며 2015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한 승객은 1600만명이 넘는다.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하는 기사는 9월 기준 22만4838명이다. 카카오 T 블랙과 카카오 T 대리와 관련된 정제된 데이터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 T 대리의 경우 2016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993만 호출이 있었고 이는 8125억원의 소득창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T 대리기사는 9월 기준 12만3962명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협력으로 탄력을 받은 카카오내비는 2016년 4월부터 9월까지 14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다. 월간 실질 이용자 수는 530만명이 넘는다. 한 달에 1억5000만건의 길 안내를 하고 있다.

▲ 카카오 T 택시 기사 월평균 소득. 출처=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자, 카풀이 왜 필요하냐면"
리포트는 2부로 넘어가며 더 흥미로워진다. '새로운 발견과 일상의 변화'로 카카오 T 택시를 설명하며 '진짜 필요할 때 왜 택시가 안잡힐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 서비스는 시간과 장소, 기상여건에 따라 수요와 공급 패턴이 크게 다르지만, 현재의 고정적인 요금 체계에는 이러한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공급과잉 또는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지역 출퇴근 시간, 그리고 퇴근 시간에 택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는 현상도 짚어줬다. 기상악화나 대형 이벤트가 있는 날 택시가 더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리포트에 적시된 택시의 수요와 공급 일시적 불일치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추진하며 내세운 가장 강력한 대의명분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일시적으로 불일치되는 순간에 대응하고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과 맥을 함께 한다.

재미있는 대목은 리포트에서 '택시의 낮은 요금수준도 택시가 부족해진 요인'이라고 적시한 대목이다. 리포트는 "국내 택시요금이 해외 주요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라면서 "세계적인 여행정보 사이트 프라이스 오브 트래블(Price of Travel)에 의하면 서울의 택시요금은 3km 주행 기준 2.8~5.4달러로, 각국의 소득수준을 가늠해 볼수 있는 1인당 GDP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의 고령화 추세와 심야시간 낮은 출근율도 원인으로 제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택시에 가입되어 있는 전체 기사들의 평균연령은 53.4세며 개인택시 기사들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구간은 60세 이상~65세 미만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구간은 55세 이상~60세 미만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근무는 시간과 무관하게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 반면, 개인택시 기사들의 근무는 소위 일과시간인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대 기사들은 심야시간이나 새벽시간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60대기사들의 근무는 주로 오전과 낮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리포트가 택시업계의 열악한 처우를 짚고 넘어간 장면은, 카풀 논란을 거치며 ICT 업계 일각의 변화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ICT 업계는 카풀 합법화를 주장하며 비정상적인 규제 완화를 주장했으나, 최근에는 "택시업계도 만만치 않은 규제에 허덕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ICT 업계와 택시업계 모두 비정상적인 규제의 희생양이며, 이러한 교집합을 통해 동질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결론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리포트가 택시업계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택시 사업구역 제한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라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시간대에 카풀 서비스를 시행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제시한 행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택시업계도 ICT 발전에 필요성을 느끼는 한편,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ICT 기업의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전제로 "밤 늦은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면 운행되지 않는 택시, 공급과잉 상태의 택시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요금인상 등을 통해 기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승차거부와 같은 부작용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리포트의 주장과 일부 부합되는 장면도 있다.

이 상무의 발언은 철저하게 택시업계 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하다. 반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리포트를 통해 카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업계가 서로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문제 해결의 방식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주체에 대해서는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협업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ICT 기술의 진화도 택시업계 스스로가 해낼 수 있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리포트를 통해 카카오 T의 다양한 수치를 공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통 문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카오 T의 VIP는 택시기사라는 표현도 사용했으며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T 택시 출시 후 소득이 평균 37% 올랐다는 점도 내세웠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배차 서비스 등 카카오 모빌리티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언급했다.

▲ 택시기사 형태별 연령대. 출처=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흥미로운 데이터..."이건?"
카카오 모빌리티의 다양한 데이터가 공개된 상태에서, 카풀 논란을 두고 이번 리포트가 현실적인 정책 수립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묘한 구석이 있다. 지난 4월 택시단체는 국회에서 단독 토론회를 열어 카풀 합법화에 반대하는 한편 카카오 모빌리티를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가 우리(택시기사들) 데이터를 모두 빼가 자기들 빅데이터만 구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택시업계가 ICT 발전과 진화의 실제 체득 속도와는 다르게, 최소한 자기들의 상황과 ICT 기업들의 의도는 일정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태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리포트를 통해 택시기사는 물론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정교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묘한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