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이 정치인들과 친해서, 위기관리에 대해 그들의 방식을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란이 생기면 다른 논란으로 이전 논란을 덮으라고 할 때도 있고요. 재판까지 가기 전에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략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기업도 정치인들처럼 그렇게 해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기업은 정치인과 전혀 다른 주체입니다. 존재 이유나 방식이 다릅니다. 주변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죠. 정치인의 위기관리가 일부 멋지고 시원하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기업이 차용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치인들은 위기관리 그 자체도 정치 행위일 수 있습니다. 정치를 위해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또한 종종 정적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를 정면대결로 맞받아 쳐서 정치적 승리를 노리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치력을 믿고, 일부 공중들의 공격에 침묵할 때도 있고, 반대로 강하게 반격해 여론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에게 위기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자사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위기를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기업은 없습니다. 경쟁사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를 맞받아치고 이를 시장의 승리로 이끄는 소설 같은 상황은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자사에 대한 공중의 비판과 공격에 침묵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업도 그리 흔치는 않습니다. 반대로 기업 간에는 항상 사과하고 고개 숙이고 성실하게 개선하는 모습을 더 상급의 위기관리로 칩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기업의 위기관리와 같이 투명성, 정직성, 책임감 표명 및 개선 등의 전략을 기반으로 자신의 위기를 관리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기업이 배우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정치인들의 다양한 전략과 계략 그리고 아이디어를 기업이 적극 벤치마킹해야 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정치인과 기업의 위기관리는 서로 전혀 다른 경기방식이라 벤치마킹한 내용도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기업 VIP들이 여럿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합니다. 사업만큼 정치가 돌아가는 형국에도 VIP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치인 누구는 멋지게 위기를 관리했다, 반대로 누구는 잘 못했다 등의 평가도 줄을 잇습니다. 정치인 개인적 위기관리 스킬에도 찬사나 비판을 다양하게 쏟아냅니다. 말 그대로 여러 평가와 의견들이 엇갈리는 것이지요.

기업의 위기관리에 정치인의 위기관리 기법을 바로 적용하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결과는 비즈니스 연속성과 연결되어야 하기에 이해관계자 대부분의 긍정적인 평가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위기관리는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결속을 주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양갈래로 갈립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평가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기업 VIP들이 보는 대형 정치인들의 위기관리 기법과 전략이 자칫 멋져 보이고, 리더십의 모습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정치인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의 위기관리가 훌륭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들 때는 정치와 기업은 여러모로 다르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대로 위기 시 의사결정해야 살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실수나 실패가 있었다면 투명하게 나와 인정하고 용서 구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더 이롭습니다. 책임이 자사에게 있다면 그 책임을 얕은 수로 피하려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개선과 재발방지를 이야기한다면 꼭 지켜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과정을 정치인과 같은 관점에서 정략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위기가 더 위험해 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다른 기업의 위기관리를 공부해 따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절대 정치인들의 위기관리를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