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올해부터 달라진 풍속도가 눈길을 끈다. 국감의 단골인 대기업 총수들이 사라진 장면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해 국감에 4대그룹 총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야 합의가 불발되며 무산됐고 이외에도 총수 대부분 국감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의 위력이다. 지금까지 의원들은 국감에 증인을 신청할 때 소위 ‘묻지 마’ 신청이 가능했다. 누가 증인을 신청했는지 알려지지 않았고, 덕분에 의원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보일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증인석에 불러 세우는 일이 빈번했다. 이 과정에서 의미 없는 망신주기가 횡행했고, 증인을 무리하게 신청한 후 채택이 불발돼도 의원들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 공세에만 매몰되는 분위기도 보여줬다.

국감에 의미 없이 증인들이 불려나와 진땀만 흘리며 시간만 보내는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국가와 관련된 모든 현안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 증인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이상적인 현상이 얼마나 있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원들은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국감에 출석시켜 황당한 질의를 이어가는 한편, 말문이 막히면 되도 않는 고성을 지른 일도 다반사였다. 글로벌 무대를 누벼야 하는 기업인들은 어쩔 수 없이 ‘욕’을 먹으며 시간만 버렸다.

이제 문제는 의원들이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지는 의원들도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국감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진행되는 편이다.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아 야당의 날선 공격이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10일 외교부 국감에서 강경화 장관이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을 한 후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대법원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한때 퇴장하는 등의 소동은 있었으나 대중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스타 의원은커녕 이슈몰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의원들의 ‘날카로운 한 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의 실책을 제대로 짚어낼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가장 휘발성이 큰 이슈는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생계형 민생사범 사면 대상에 중범죄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내용과 부동산 시장의 투기성 자금 유입 가능성에 그치고 있다. 스타 의원은 바라지 않으니, 제대로 된 송곳 같은 질문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급부로 ‘쇼잉’만 벌어지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국감에서 퓨마 사살의 부적절성을 언급하기 위해 뱅골 고양이를 우리에 넣어 왔다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판만 받았다.

국감은 정부의 1년을 찬찬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사안을 바로잡아야 하는 자리다. 경영에 정신없는 기업인에 대한 무분별한 증인 신청이 잦아드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아직 의원들까지 좋아지는 국감 분위기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 같지는 않다. 국감에 성역은 없다. 반드시 필요한 증인은 세우면서 의미 없는 행위는 지양한다. 여기에 의원들의 돌직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