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 2015년 2월 4일.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일한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정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이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시간, 서울택시운송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불법유상 운송행위 일삼는 우버는 영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우버는 국내에서 우버택시 서비스를 포기했다.

#2. 2017년 11월 20일 국회. 난처한 표정의 토론회 참석자들과 기자들이 앉아있는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고함을 질렀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 합법화 움직임에 반발하며 토론회를 주최한 김수민 의원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토론회는 불발됐고, 이어진 공개협상무대에서 택시업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3. 2018년 3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넓은 대회의실에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역시 택시업계 종사자들이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는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팻말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토론회를 주관한 야당의원 보좌관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선창하자 택시업계 종사자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카풀 반대’와 ‘카카오 규탄’이라는 팻말이 난무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가 사회를 보는 사이 카풀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4. 2018년 8월 21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가 모였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막기 위해 공동 투쟁방안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며 택시 생존권 사수를 위해 공동 투쟁한다”면서 “카풀 합법화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5. 2018년 10월 18일 서울 광화문. 성난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미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두 차례 집회를 연 이들은 청와대 앞 1인시위를 거쳐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카풀 반대’의 정서가 넘실거린다.

국내 모빌리티의 첫 관문… 카풀

모빌리티의 개념은 광범위하며, 그 의미도 중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시동을 걸지 못했다. 특히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 심각하다. 업계에서는 카풀이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미래를 보여줄 단서라고 생각하며, 카풀 서비스의 여부에 따라 큰 줄기의 전략이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 ‘카풀=모빌리티’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풀이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첫 걸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택시업계의 반발이다. 이들은 운송교통 교란과 승객 안전, 그리고 생존권 보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고 있다. 서문에 소개한 5개의 사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15년 택시업계는 글로벌 기업 우버를 사실상 몰아낸 승리의 DNA를 스스로에게 각인시켰으며,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택시업계는 서울시 토론회와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공식적 해커톤 제안을 뿌리치며 강경투쟁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2018년 3월 택시업계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야당과 협력해 투쟁 강도를 끌어 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 호출료 논란을 거쳤다. 2018년 8월 택시업계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등판 등에 자극을 받아 공세수위를 올렸고 2018년 10월부터 택시업계와 ICT 업계는 강대강 대치를 시작했다.

카풀 논란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2016년 5월 풀러스는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됐으나 풀러스는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에 주목했다. 출퇴근 시간은 카풀 유상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2016년 12월 한 차례 파란이 일었다. 카풀앱이 불법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 통화에서 “풀러스가 출퇴근 때라는 예외사항을 확대해석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법률자문단이 반박성명을 내는 한편 국토부도 그해 12월 23일 별도의 자료를 내고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서며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2017년 말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신성장기술펀드(네이버-미래에셋 합작펀드)와 옐로우독, SK,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부터 220억원 투자를 받은 풀러스가 유연 근무제를 기점으로 영업시간을 확장하는 실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풀러스는 “유상 카풀 서비스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은 합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로 영업했다. 그러나 최근 출퇴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지 않는가. 당연히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인 세상이다. 그러니 풀러스가 합법으로 영업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태는 심각하게 돌아갔다. 풀러스의 선언이 있은 후 서울시가 풀러스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이다. 풀러스는 즉각 “출퇴근시간 선택제 카풀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우려를 접하고, 당초 계획된 시행 일정을 4개월 이상 연기하며 관련 전문가들과 합법적 범위 내에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검토를 거쳤으며, 이에 따라 시간대 설정 및 변경 제한 등 조정을 거쳐 시범서비스를 오픈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으나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 “서울시가 고발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한 법령 해석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부담감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의지를 꺾는 행위다”고 지적했으나 이미 본격적인 전투의 깃발이 올라간 후였다.

카풀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며 김수민 의원실 토론회와 국토주의 중재 노력, 서울시 토론회, 4차산업 혁명 위원회 해커톤 시도가 모두 무위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풀러스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던 럭시는 올해 2월 카카오에 인수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품는 이유는 서비스 보완이다. 2017년 12월 기준 카카오 T 가입자는 17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 최대 카카오 T 택시 호출수는 240만건에 달하는 등 모바일 택시 호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문제는 실질적인 택시 공급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18일 카카오 T 택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발생한 카카오 T 택시 호출은 약 23만건에 달한 반면, 당시 배차 가능한 택시(운행 중 택시 제외)는 약 2만6000대 수준이었다”면서 “호출의 80% 이상이 공급 불가능한 상황인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공개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서도 재확인됐다.

최바다 럭시 전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피인수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가진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스타트업 규제로 인한 압박이 카카오모빌리티 피인수 결단을 내리게 한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최 전 대표는 “카풀앱 불법 논란이 번지며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경쟁사와 달리 최대한 현행법의 틀 안에서 움직이려 노력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성장하려고 했으나 카풀앱을 불법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투자자들도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럭시를 품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택시 호출기능 중 유료 기반의 ‘우선 호출’ 과 ‘즉시 배차’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택시부터 시작된 카카오모빌리티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했다. 정 대표는 “교통이라는 말은 공급자 마인드”라면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급의 유연성과 연결을 통한 데이터 확보,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이동경로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ICT 업계와 택시업계의 충돌은 극을 향해 달렸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대 택시업계 연합회는 3월 19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카카오택시의 부분 유료화 정책에 반발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부분 유료화로의 전환은 승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모처럼 조성된 택시산업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면서 “과거 T맵 택시가 도입하려던 추가요금 지불수단과 유사한 것으로 이에 대해 법제처는 이중 추가요금 지불 기능은 부당요금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또 “승객과 택시기사 간의 시비와 분쟁의 빌미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는 택시업계의 입장과 의견은 물론 소비자인 택시 승객의 경제적 부담 증가라는 문제는 도외시한 채, 택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통한 기업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택시합승 공론화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물러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4월 10일 서비스 특성에 따라 최대 5000원의 호출료를 책정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택시업체의 공세에 밀려 1000원의 호출료만 부과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1000원은 일반적인 콜택시 호출료와 동일하다.

▲ 정주환 대표의 카카오 모빌리티가 난관에 봉착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양쪽의 전투가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던 가운데 6월, 풀러스의 위기가 업계에 알려졌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대표직에서 내려왔고, 대대적인 감축이 이뤄졌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차차크리에이션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드라이버가 차량을 렌트해 평소에는 자기 차량처럼 운행하다가 라이더(고객)와 매칭이 되면 우버처럼, 카풀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라이더가 탑승하는 순간 드라이버는 대리기사가 되며 ‘렌터카+대리기사’ 모델을 구축했다. 김성준 차차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4월과 6월 사이 풀러스가 좌초되는 가운데 차차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한편, 정부의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가 일부 보이며 모빌리티 업계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택시업계가 공개대화에 나서지 않으며 3월 야당 주최 토론회에서 강경투쟁 일변도를 강요하는 한편 풀러스가 무너지고 있었으나, 차차의 실험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말부터 스텝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택시 4단체는 7월 31일 성명서를 발표해 “누구를 위한 4차 산업 혁신성장인가? 택시업계 생존권 위협하는 자가용 불법영업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법 자가용 영업, 즉 카풀이 불법인 데다 운송질서를 교란한다고 강조했다. 우버를 허용한 외국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정부가 규제 개선을 빙자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택시 4단체가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시민의 안전한 교통 서비스 보장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를 혁신성장본부의 민간본부장으로 위촉한 사실도 지적했다. 비록 민간인 자격이지만, 정부가 참여하는 조직에 지나치게 편향된 인사가 위촉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이재웅 대표에 대해 “특정 기업의 이익만 보장할 것으로 보이는 인사”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차차도 일격을 당했다. 국토부가 사실상 택시운송으로 보고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차차는 “국토교통부가 차차 서비스의 핵심 요인들, 즉 라이더의 앱 호출 이후에 발생하는 장기 대여의 일시적인 단기 대여 전환과 대리기사 알선을 합법으로 인정했다는 점에 놀랐다”면서 “새로운 공유서비스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택시업계가 국토부를 다양한 측면에서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꿋꿋하게 서비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인 당시 차차 이사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라이더가 국토부의 결정에 반발해 항의했더니 국토부 관계자가 별다른 말을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8월 21일 택시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카풀 합법화 반대를 위한 공동 투쟁방향을 결정하며, 택시 4개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따라 공동대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재웅 쏘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의 민간본부장으로 위촉되며 택시업계가 반발했으나, 그 사이에 대화의 기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택시 4단체는 <이코노믹리뷰>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인터넷기업협회가 나선다면 카풀 문제를 논하겠다”고 말했다. 카풀과 관련해 일체의 대화를 거절하던 택시업계가 모빌리티 시대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지탄받는 현상에 부담을 느끼는 한편, 일종의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대화의 희망은 약 20일 만에 끝났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카풀업체와 규제 개혁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카풀업체는 자기들만의 이야기만 했다”면서 “국토부가 최근 카풀 서비스의 1일 2회 운행 허용과 같은 절충안을 제안했으나 카풀업체는 무조건적인 합법화 주장만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기업협회 등을 통한 대화의 가능성도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와 관련된 모든 대화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카풀 합법화 자체를 무위로 돌릴 수 있는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택시업계는 이 법안의 통과를 조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택시업계와 ICT 업계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반 카풀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카풀 이용자들로 구성된 카풀러는 8월 성명을 통해 “택시업계는 카풀 운전자 200만명이 80% 가동할 경우 택시 시장의 59%가 잠식되어 하루에 약 17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운전자 5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카풀 시장의 규모부터 왜곡해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수치”라고 정조준했다.

카풀러는 마지막으로 “택시업계가 국민들의 택시 수요를 모두 맞춰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택시의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방해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승차난으로 인한 고통은 뒷전으로 미루고,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길래 카풀러 단체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택시업계가 엉터리 통계로 카풀 운전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모는 것도 모자라 억지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면서 “5만 카풀 운전자를 대표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각 층의 전투가 치열한 가운데 택시업계의 강공모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10월에만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T맵택시를 키우려는 SK텔레콤의 행보가 이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ICT 업계도 연이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8일 커넥티드카 솔루션 전문기업 엔지스테크널러지와 업무협약을 맺은 가운데 15일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어 16일에는 카카오 T 카풀 크루를 모집하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재웅 대표가 지휘하는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의 100% 자회사 VCNC(브이씨엔씨)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타다’를 공개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박재욱 대표는 8일 “플랫폼 서비스를 하며 데이터와 관련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모빌리티의 쏘카와 데이터 운영의 VCNC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커플앱을 운영하며 플랫폼과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이를 쏘카와의 접점으로 삼아 모빌리티 시장에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가 많아진 현상, 이에 따른 불합리함을 서비스 출시의 당위성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서울에만 작년 기준 310만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나 이동의 사용자 경험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의 84개 도시 대상 조사 결과 평균 주차시간은 95.8%에 이른다. 자동차 운용 효율성이 낮다. 극단적으로 5%의 차량이 24시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VCNC의 주장과는 달리, 택시업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카풀 전쟁 2라운드… 관건은?

택시업계는 카풀 합법화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사회가 ICT 업계가 아닌, 택시업계와 카풀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카풀 서비스 합법화에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대부분의 언론이 잘못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택시업계는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카풀은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것은 카풀을 ‘업’으로 삼은 ICT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리활동이다. 이 상무는 “전국 2200만대 자가용이 모두 택시가 된다면 심각한 교통질서 훼손이 우려되고,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9월 19일 일반에 배포한 택시업계의 ‘시민에게 드리는 글’과 ‘택시가족들께 드리는 글’에 힌트가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카풀을 알선하며 이득을 취하는 유사택시 영업이 등장해 반세기 동안 일군 택시산업 시장이 더 어려워졌다는 논리가 핵심이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은 면허가 없는 운전자의 카풀 영업을 금지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우버가 서비스업체가 아닌 운수업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정부가 공유경제 육성을 위해 카풀영업을 운전자당 1일 2회 허용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에서 자가용 카풀 영업을 허용할 경우 택시 운행실적의 약 59%가 잠식되고 약 27만명에 달하는 택시기사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면서 “카풀업체에서 운전자 200만명을 모집해 정부 권고대로 운전자 1인당 하루 최대 2회 운행에 80%를 가동할 경우 택시 하루 총운행실적(538만건)의 약 59%가 잠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1일 약 17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며 자가용 카풀 영업이 합법화된다면 택시산업은 죽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ICT 플랫폼 사업자 주도의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태에서, 이를 마냥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이 상무는 “우리의 사정과 생각이 제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발생한 오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풀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이 바로 교통의 공급과 수요를 카풀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카풀을 마냥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업계의 자정활동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40%는 기사가 부족해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택시 자체도 25만대에 이르는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대목에서 밤늦은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면 운행되지 않는 택시, 공급과잉 상태의 택시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요금인상 등을 통해 기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승차거부와 같은 부작용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승차거부나 불친절 등은 자정활동을 통해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또 ICT 발전을 적극적으로 체화할 필요성도 충분히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택시를 타보면 기사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확고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ICT 플랫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카풀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면서 택시업계와 4차 산업혁명의 만남에 기대를 가져 달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카풀 반대가 아닌, ICT 기업의 영리활동인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며 택시업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자정활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대안으로 SK텔레콤의 T맵택시와 연합,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카카오 T의 카풀 크루 모집이 시작되자 전운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택시업계는 16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영업의 불법성 여부와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택시종사자의 생존권 침해 우려로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풀 영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라면서 “승차공유라는 미명 아래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불법 여객운송행위를 알선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카풀앱 업체인 럭시를 인수하고, 카풀운전자 모집을 통해 서비스 개시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택시업계가 카풀에 반대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ICT 업계는 다양한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면서 기회를 엿보겠다는 각오다. 정부 발(發) 규제 개혁 의지가 변수다. 4차산업 혁명 위원회가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발표회에 참석해 의료기기 규제 완화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규제에 깊게 반성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강한 규제 개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가 규제 개혁 1호라면, 2호는 은산분리 완화다. 문 대통령은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던 붉은 깃발법까지 거론하며 규제 개혁 의지를 천명했고, 8월 31일에는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 의지를 선언하며 업계에서는 ‘다음 차례가 모빌리티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ICT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는 시대의 트렌드”라면서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모빌리티는 충분히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업계가 보조금 등 주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강공모드로 나서고 있으며, 관건은 모빌리티의 시장 안착 과정에서 ‘얼마나 완전한 모델이 구축되느냐’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기사를 모집하며 예열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ICT 업계만큼 택시업계도 어렵고, 규제가 상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를 통해 택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우리나라 택시요금 수준이 해외 주요 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택시업계의 어려움도 충분한 만큼, 이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