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모빌리티는 단순하게 이동의 플랫폼을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부터 시작된 기술의 발전은 모빌리티 전반의 틀을 바꾸고 이동과 데이터의 흐름을 재정의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까지 노리고 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이 모빌리티의 최종 지향점을 ‘MaaS(Mobility-as-a-Service)’로 본 이유다. MaaS는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높일 수 있으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통해서도 개인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모빌리티가 바꾸는 것

현재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는 단순한 단독 플랫폼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연계 플레이가 중요하다. 우버는 지난 2018년 5월 영국의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버진트레인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문자메시지로 우버 탑승 예약 링크를 받아 도착한 역에서 바로 우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승차공유와 기존 철도망의 연결이다.

중국의 디디추싱도 2017년부터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로 온전히 확보할 수 없는 ‘이동의 라스트 마일’을 챙긴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각 교통 시스템의 통합과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플랫폼 가능성이 핵심이다.

전혀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현실이 되기는 어렵지만 하늘을 나는 유인 드론이나 플라잉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는 2016년부터 자회사인 A3를 통해 플라잉카를 개발하는 바하나(Vahan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3월에는 아우디와 협력해 2도어 자동주행 포드(Pod)와 수직 이륙 및 착륙을 지원하는 드론 형태의 쿼드콥터(Quadcopter) 모듈로 구성되는 ‘Pop.Up Next’ 콘셉트를 공개했다. 우버도 2016년 수직이착륙을 지원하는 플라잉 택시 서비스를 구상하는 우버 엘리베이트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비행택시 아이디어가 우버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국 드론 회사 이항(EHANG)이 개발한 유인 드론 이항184도 있다. 최대 적재 중량은 100㎏이며 승객이 기내 태블릿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 운항하는 방식이다. 8개의 프로펠러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 500미터 상공을 시속 100㎞로 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차량공유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물류시장까지 넘보는 우버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우버가 플라잉 택시 로드맵을 공개하며 미 항공우주국과 미 육군 연구개발 사령부와 드론 소음방지 연구개발에 나선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육군지 <아미 타임스>(The Army Times)에 따르면 우버와 미 육군 연구개발 사령부는 무인 항공기, 즉 드론의 소음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도 모빌리티와 큰 관련이 있다. 차량공유가 지향하는 미래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고 필요한 상황에만 자동차를 호출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되며, 그 자체로 자율주행차는 승차공유의 마지막 지향점이 된다.

KT 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따르면 동력원과 운전주체의 변화가 시작되면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의 손이 해방되면서 내부 공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자동차의 디자인이 격변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는 운전하며 이동하는 곳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즐기는 곳이 된다. 디자인도 여기에 걸맞게 변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핸들을 잡을 필요도 없고 모두가 앞을 볼 필요도 없다. 운전이 필요 없으니 좌석에 착석하는 개념이 아닌,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공간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다리를 펴고 눕는다면 사람이 보는 쪽은 천장이다. 이 부분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정착하는 디자인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분야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생한다.

자율주행기술이 아직 완전한 단계는 아닌 가운데, 이를 발전시키면 화물도 모빌리티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대형차나 승용차를 이용한 화물 운반 외 음식 같은 간단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혁명도 벌어지고 있다. 배송용 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물류 전반에 파급력이 커지는 셈이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피자헛에서 딜리 플레이트라는 배송용 로봇을 시연하는 한편, 실리콘밸리의 베어로보틱스와 함께 3단계 로드맵으로 거리 배송용 로봇을 준비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는 물류와 배송을 아우르는 이동의 플랫폼을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이 있다. 우버이츠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 기반의 물류 인프라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모빌리티가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내며 물류와 관련된 모든 산업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이를 중심으로 핀테크와 다양한 파생 서비스의 등장도 노려볼 수 있다.

밍 마 그랩 최고경영자(CEO)는 11일 한국을 찾아 모빌리티가 단순한 이동이 아닌, 다양한 산업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봤다. 밍 마 CEO는 “이동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한국 모빌리티 업계에도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통신사들도 커넥티드카 모델로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변경, 다양한 부가 서비스 창출에 나서고 있다.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애플카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중심으로 승차공유의 틀을 라스트 마일까지 확장하며,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 거점 비즈니스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가 ICT 기술과 연동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