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이 사업이 왜 될 것 같아?” 내가 창업한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한 지 71일 차, 짝꿍이 퇴사하고 새로운 사업체를 꾸리기 시작한 지 18일 차. ‘플라워월’이란 새로운 사업이 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는지를 그녀가 물었다. 스몰웨딩에 대한 20~30대의 80%가 넘는 긍정적인 관심, 스몰웨딩이 정형화된 결혼식장이 아닌 색다른 공간을 물색하여 남다른 설치를 해야 하는데 꽃 장식은 결혼식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 꼼꼼히 생각해본다. 어떤 확신이 1인 기업의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가? 창업의 과정 중에 이런 질문은 불쑥불쑥 머리에서 자라난다. 심지어 팝콘처럼 처음엔 작은 알맹이였는데, 갑자기 펑하고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른다. 지금 내가 하는 사업. 정말 잘 될까?

부정적 시선과 긍정적 시선. 그렇다. 무관심을 제외하면 크게는 두 가지일 테다. 항상 머릿속에는 이 두 진영이 치열하게 싸운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제거하기 위해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여당, 야당 정치인들의 선거를 앞둔 토론회와 같다. 토론장은 아수라장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쇼펜하우어는 이기는 대화법에 관한 토론술을 기술한 책(논쟁적 토론술)을 발간한다. 이 책에는 자신의 논증이 다소 약하고 오류가 있더라도 ‘반드시 이기고야 마는’ 대화법이 있다. 일종의 토론을 위한 손자병법으로 생각해도 좋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논쟁에 휘말릴 때가 있다. 그때가 필자인 나는 지금 이 순간 혼자서 창업을 시작한 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머릿속 두 진영인 잘될 것인가, 아닌가와 싸운다.

먼저 이러한 생각의 본질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이 잘 될까?는 얼핏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의 질문 같다. 당연히 물어볼 수 있고 물어봐야 할 것으로 여긴다. 심지어 나는 1인 기업 컨설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비즈니스 파트너와 친구 등 가리지 않고 이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이제 뭘 할 건데?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짧게 얘기해봐.’ 흠… 이건 마치 갑자기 투자자들 앞에 뚝 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은 즐기자”라고 하거나 “아~이 뭘 그런 걸 물어봐, 나도 아직 준비 중이야”로 말할 순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상대는 이미 ‘훗, 풋내기 녀석 준비되지 않았구나. 저 나이에 인생을 도박판으로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생각해버렸다.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상대의 음~~ 하는 표정을 보면 나는 이미 성벽의 방어를 실패한 성주와 같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하나뿐인 목을 내어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언제 어디든 어떤 상황에서도 이 질문에는 이겨야 한다. 단순히 상대를 설득해서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집을 부리라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 모두는 잘 될 것이라는 맹신적인 긍정주의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매일 쓸데없이 벌어지는 머릿속의 전투에서는 이기라는 것이다. 총알이 떨어지고 있어도, 부상자가 속출해도, 절반 넘게 동료들이 전사했어도 끝내 지켜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자리 잡기 위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다.

중간 점검으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넌 이제 물러날 곳이 있니? 너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힘이 작용했니?’ 아니다. 우리는 창업자다. 나는 1인 기업가가 되고 싶어, 스스로 창업한 곳을 졸업했다(내가 졸업이라는 표현을 스스로 쓰는 이유는 7년간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투자한 곳을 ‘때려치우다’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해서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가? 그것은 결국 이러한 싸움을 지속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통해서 자금의 숨통이 틔우기도 하고, 사회의 인식변화로 음지에서 양지로 강제소환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신념이 궁극적으로는 옮음을 증명해줄 무수한 사건들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정적인 시선들과 맞서서 싸워야 한다.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이겨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머릿속 전투는 합리적인 의심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하게 매일 매일 벌어지는 소모적인 혼자만의 전투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참고로 쇼펜하우어의 어떤 상황에도 상대를 이기는 대화술의 38가지 법칙을 공유한다.

1. 질문을 퍼부어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라

2. 상대가 화를 내도록 유도하라

3. 상대가 발끈하면 바로 거기가 약점

4. 유식하게 들리는 허튼소리를 쏟아내라

5. 내 주장에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찾아내라

6. 상대의 논거를 뒤집어버려라

7. 약점을 잡았다 싶으면 끈질기게 몰아붙이라

8. 상대의 주장을 확대해석하라

9. 거짓된 전제를 이용하라

10.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은근슬쩍 이용하라

11. 상반되는 두 명제로 상대를 조정하라

12. 원하는 명제의 반대를 제시하여 상대의 의료를 찔러라

13. 한 가지를 시인하면 전체를 시인한 걸로 밀어붙여라

14. 권위에 호소하라

15. 논쟁의 물줄기를 틀어라

16. 불리하면 삼천포로 빠져라

17. 상대를 은근히 ‘비호감’으로 만들어라

18.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19. 세련된 반어법으로 대응하라

20.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외쳐라

21.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틀리다고 이야기하라

22.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23. 미묘한 차이로써 방어하라

24. 시안을 보편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서 버티라

25.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비틀어라

26. 동음이의어를 이용하라

27. 상대가 무리한 주장을 하도록 자극하라

28. 청중에게 호소하라

29. 서둘러 결론을 내려라

30. 이미 승리한 것처럼 뻔뻔스러운 태도를 취하라

31. 우격다짐으로 억지 결론을 이끌어내라

32. 반증 사례를 찾아 단숨에 끝내라

33. 동기를 건드려서 의지에 호소하라

34. ‘나무’를 반박함으로써 ‘숲’ 자체를 물리치라

35. 내 결론을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36. 마구잡이로 질문을 던져라

37. ‘안개작전’을 써먹어라

38. 이길 수 없다면 인신공격도 불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