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에 이미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세속적인 가치를 따지기 이전의 맑고 순수한 동심에 의해 포착되고 맑은 영혼에 의해 걸러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한 인간의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생을 두고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때로는 달콤한 추억으로 남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씁쓸한 회한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스려 다듬어진 것이기에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도 않으며, 이미 걸러져 순화된 것이기에 아득하고 그리울 따름이다.
김명식(서양화가 김명식,김명식 작가,김명식 교수)의 작업에 대한 의욕과 열의는 익히 알려진 바이다. 작가의 작업은 그간 의욕에 찬 수차례의 개인전을 통한 인상적인 변화와 변모를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그의 작업에 일관되게 관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연륜을 더함에 따라 그 내용을 풍부히 해 온 독특한 정서와 정감임이 여실하다.
김명식 화백(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은 근 10여 년에 이르는 기간을 <고데기>라는 일련의 제목을 지닌 작업으로 매진하였다. <고데기>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오늘의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옛 이름이다. <고데기>로 대표되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천진한 기억과 애틋한 감상이 교차하며 이루어내는 낭만적인 서정이었다.
△글=김상철(평론가/월간미술세계주간)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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