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일을 이용, 친구들과 울릉도를 가려했습니다.

물론 태풍 때문에 가지 못했습니다.

다섯 부부 열 명이 오래 전에 어렵게 날을 잡아

결행하는가했는데, 못 가게 되니 많이들 아쉬워했지요.

그래서 떠나기로 한 날 빗속에 모여 점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게 점심을 하면서 구호로 울릉도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그렇게 마치나 했는데, 밖을 보니 햇빛이 비치는 겁니다.

친구들이 동시에 이심전심으로 ‘너무 서운하니 아예 져녁까지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이어,운동도 하고 져녁까지 먹으며 오래 붙어있었습니다.

점심이 울릉도 1박째였고,져녁이 울릉도 2박째라면서 말이죠.

내년 봄 다시 도전을 굳게 약조하고 헤어졌습니다.

오전에 만났을 때 다들 화난 듯했던 친구들 표정이 환하게 되어서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오전부터 헤어지기까지

열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나름 성장한 듯 했습니다.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태풍을 원망하다가,

마무리할 때는 남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마음속에 요동을 쳤던 몇 가지 생각들을 펼쳐봅니다.

먼저 야속한 태풍을 원망하다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내 스스로 깜박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외출했다가

너무 추워 목도리도 사고, 스웨터도 사서 입고 집에 오는 때가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어이없는 일로 치부했을 터인데, 지금은 내게 관대해졌습니다.

내가 관리가 안 되는데, 초자연적인 태풍을 내가 어찌 거스르겠나?

오히려 엉뚱하게 태풍의 수고(?)가 생각되는 겁니다.

그즈음 실시간 태풍 진로 기사입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230킬로미터 인근 해상에서

북서진 중인 콩레이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서진하다가

5일 오전 점차 북동쪽으로 진행 방향을 바꿔

6일부터 남부지방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그처럼 태풍은 정말 밤낮을 잊고 쉼 없이 며칠을 올라왔는데 말이죠.

그날 집에 돌아오니 방송에 시골 농부들 소식이 나오는데, 내 눈귀를 잡아 당겼습니다.

1년 동안 애써서 지은 농사를 이번 태풍으로 망친 그분들이

가졌을 상실감이 전해져 왔습니다.

집 베란다에 지난 여름에 목화 두 송이를 사와 심었는데,

목화 꽃이 피더니 이 가을에 밭에서나 보던 솜이 달린 겁니다.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솜이불 만들어줄 수 있으니 장가가라고.

목화 두 송이에서 이런 결실의 기쁨을 얻는데,

자식같이 농사지은 모든 것을 잃은 마음이야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진심으로 그 마음을 알게 되고,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태풍은 나를 폭풍 성장, 아니 태풍 성장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