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미국과 터키의 갈등으로 리라화 통화 가치를 올해 40%나 떨어뜨린 미국 목사가 풀려났다. 리라화는 즉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브런슨 목사가 풀려나면서 터키 경제는 호흡기를 달았지만 중동 지역에서 터키가 고립된 상황인 데다 미국과 마찰 여지도 남아있어 향후 경제 전망은 안갯속이다.

터키 이즈미르 법원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선고 공판에서 테러조직 지원 혐의에 유죄 판결하고 징역 3년 1개월 15일을 선고했다. 법원은 브런슨 목사가 가택연금 기간을 포함해 24개월간 성실히 복역했다는 점을 고려해 가택연금과 여행금지 명령을 모두 해제했다.

브런슨 목사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나는 결백하다”면서 “나는 예수를, 터키를 사랑한다”고 진술했다. 라셉 타이립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터키 법원은 누군가의 명령을 받지 않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1993년 이래 터키에 체류한 브런슨 목사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과 쿠르드 무장조직을 지원하고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2016년 10월부터 가택연금됐다. 미국은 지난 8월 터키 법원이 목사를 석방하지 않자 터키산 철강에 50%, 알루미늄에 20%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40%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발 금융위기가 초래됐다. 터키리라화는 브런슨 목사의 석방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2.6%가량 크게 올랐다. 석방이 확정된 이후 달러 대비 리라화(USD/TRY)는 5.87리라로 6리라 아래에 머물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터키 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이스탄불 증시 대표 지수인 BIST100(XU100)은 전날보다 2.02% 오른 9만6657.44을 기록했다. BIST 100은 올해 2월 사상 최초로 12만선 터치했으나 미국과 불화가 깊어지면서 급락했다. 터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과 비교해 18bp(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한 18.28%를 기록했다. 

▲ 이스탄불 BIST100(XU100) 추이. 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미

브런슨 목사가 풀려나면서 터키 경제가 호흡할 여지를 찾았으나 안정세를 찾기엔 상항이 여의치 않다.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연간 물가상승률은 25%에 달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01% 이상 올랐다. 이는 2003년 10월이후 15년래 최고치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정책금리를 기존 17.75%에서 24%까지 크게 올리며 캐리 트레이더 심리를 부추겼다. 무역수지는 선방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지난 8월 29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59억9000만달러) 비교해  59% 감소했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무역적자다.

특히 터키와 미국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앞서 미국은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터키의 반발을 사왔다. 이후 터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S-400 미사일 시스템 구매 5개 계약 의사를 지난 11일 확고히 했다. 터키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협력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산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선 터키가 미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터키 정부는 미국 관리들에게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음을 보여주는 음성 녹음과 영상을 전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논쟁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입장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당국자들이 지난주 일어난 이 살인 혐의 증거를 미국에 제시하자, 사우디 지도부는 터키 대통령과 공개 대면을 요구했다. 터키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우디와 대면을 거부했다.

▲ 터키 연간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