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미국과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한국 증시가 급락했다. 이로 인해 해외·국내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급락한 11일 모든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와 공모 혼합형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예측이 힘든 이슈들이 많아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45.91포인트(2.13%) 급락한 2만5052.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7.31포인트(2.06%) 하락한 2728.37, 나스닥 지수는 92.99포인트(1.25%) 내려간 7329.06에 장을 마감했다.

12일 코스피는 전날 32.18포인트(1.51%) 오른 2161.85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약 100포인트 가량 급락하며 패닉상황을 보였던 증시는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피 주간 3% 이상 연속 하란한 사례. 출처=한국투자증권

이틀사이 다우지수가 14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증시 급락의 여파가 원유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또한 위축됐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값은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11일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인 2129.67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9월 23일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 주간 국내 주식시장은 약세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미 국채금리 상승과 뉴욕증시 급락, 기술주 실적 악화 우려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하락세였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65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빠졌으며 코스닥지수도 5.37% 떨어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역시 13조원이 날라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수요일 폭락에는 펀더멘털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파이칩 이슈가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비용증가, 이로 인한 실적 하향조정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는 언급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졌다"며 "지금까지 채권금리 급등, 달러 강세 등 가격변수가 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 기업의 실적과 경제 변수와 같은 펀더멘털 변수가 미국 증시 폭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본격화된 미국채 금리 상승,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리스크 재평가 등에 미·중 무역전쟁, 기술주의 실적 우려 등이 시장 약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 10월 예상 코스피밴드들이 빗나갔다. 리서치센터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급락 당일 펀드 수익률도 동반 하락

업계는 증시 하락으로 인한 금융투자상품 자금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12일 기준 주식형 펀드의 소유형 주식은 한 주간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중소형주식형 펀드 -8.15%, 일반주식 펀드 -6.86%, 배당주식 펀드 -6.19%를 기록했고, K200인덱스 펀드는 -5.67%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한 주간 6.24% 하락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남미신흥국주식, 브라질주식 펀드가 각각 1.88%, 5.36%로 상승한 반면, 아시아신흥국주식 펀드는 7.30% 하락했다.

국내 주식형혼합형 펀드 유형별 수익률.(2018년 10월 11일 기준) 출처=에프엔가이드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락한 11일 하루동안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18%를 기록했다. 국내혼합형은 –0.47%, 해외주식형 –0.77%였다.

같은날 액티브주식형펀드 전체 설정액에서 13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으며, 국내혼합형펀드 설정액도 70억원이 유출됐다. 인덱스펀드 전체로는 877억원이 들어왔다.

물론 이날 펀드 설정액 유출입은 현재 코스피 하락으로 인한 환매로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경우 환매 신청을 하면 4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5일 이상의 추이를 지켜봐야 증시 하락으로 인한 환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증시 급락 당일 많은 환매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른날과 비교해 환매 특이점은 없다고 했다. 한화자산운용도 같은 의견이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날 다른날과 비교해 특별히 환매 신청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증시 폭락 속에 ETF에서도 대규모로 자산 유출이 발생했다"며 "주식형 ETF에서 자산이 나갔으며 고위험 채권에서 대규모로 투자자가 이탈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는 채권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외국인 채권자금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유출됐다. 코스피가 급락해 안전자산 선호도는 올랐지만 금리 인상 이슈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어 신중론이 제기됐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방향성이 하락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많이 오를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채권 투자 입장에서 이자수익 챙기고 위험 주식 대용으로 채권에 대한 관심을 늘려갈 시점으로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국내 금통위까지 약세가 예상돼 채권투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약세장 전망…환매 혹은 반등 기다림

4분기 코스피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코스피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지수 레벨다운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경기둔화에 이어 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이익의 하향조정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IT·인터넷 기업의 급락. 미국 증시 상승추세 하향이탈. 출처=대신증권

해외주식 중 비중이 높은 미국시장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이제 미국 주식시장마저도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미국 주식시장도 글로벌 경기에 부담 주는 변수들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펀드 환매 가능성과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 매니저는 "미국은 너무 올랐기 때문에 빠졌고 한국 시장은 미국에 연동 돼 하락했다"며 "국내 증시의 경우 조만간 반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차익 실현 이후 환매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약세를 보인 미국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테크 주식 동향을 잘 봐야 될 것"이라며 "차후 금리인상으로 달러 약세가 실현될 경우 한국 시장이 상대적인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세가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펀드 환매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그동안 해외주식에서 10%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면 굳이 변동성 이슈들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기다리지 않고 환매를 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분기 다양한 경제 이슈들이 남아 있어 12일 반등에 나선 코스피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