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직원의 고용 및 해고 업무 뿐 아니라 직원들이 상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회사의 인사담당부서가 점점 덜 인간적이 돼가고 있다.   출처= VIKTOR KOE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기업들이 직원의 고용 및 해고 업무뿐 아니라 직원들이 상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회사의 인사담당부서가 점점 덜 인간적이 돼가고 있다.

배관 및 공조 회사인 SPS사(SPS Companies Inc.)는 매년 창고 직원에서부터 중역들까지 6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자신들을 세세하게 챙기는지, 상사가 자신의 사내 성장을 제대로 지원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포함되는, 30분 정도 걸리는 기밀 설문 조사를 시행한다. 회사가 이런 설문 조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으며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캔사스주에 있는 맨하탄(Manhattan)이라는 회사도 올해 처음으로 샌더(Xander)라는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직원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샌더의 개발사인 얼티메이트 소프트웨어그룹(Ultimate Software Group)은 샌더가 직원들이 (회사나 상사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지, 혼란스럽게 생각하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프트웨어가 설문 텍스트 블록에서, 언어와 기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방형 질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해 직원들의 태도와 의견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SPS의 한 임원은 샌더가 실행한 최근의 설문 조사 분석을 통해, 자신의 성질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직속 부하 직원들의 설문 보고서 피드백에서 “자신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 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샌더는 그러나 그의 부하 직원들은 “자신이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은 무엇이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인사 업무 컨설팅 회사 다오인 센트릭(Daoine Centric LLC)의 대인관계 전략가 제이슨 하이트는 직원들이 (회사나 상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회사에서 남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느냐 아니면 반대로 남보다 더 부진한 성과를 내느냐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또 그런 감정에 따라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도 알 수도 있다.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직원들의 업무 활동을 추적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것의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멤피스(Memphis)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역 은행인 퍼스트 호라이즌 내셔널 코포레이션(First Horizon National Corp.)의 경우, 그동안 3500명의 직원에 대한 설문 조사를 분석하는 데 인사 담당 부서 직원 6명이 꼬박 3달이 걸렸다. 게다가 관리자들이 그 분석을 토대로 향후 실행 계획을 내는 데 또 5개월이 걸렸다.

이 은행의 리더십 평가 및 개발 책임자인 마리오 브라운은 “그렇게 관리자들의 실행 계획이 나올 때쯤이면 우리는 벌써 다음 해의 설문 조사를 또 준비할 시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를 사용하고 나서 이 은행은 설문 조사가 종료되자마자 바로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은행은 이 조사에서 직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SPS는 샌더를 사용한 설문 조사 결과, 회사의 헬스케어 플랜이 너무 혼란스러워 부담이 크다는 결과에 따라, 이 헬스케어 플랜을 간소화했다. 인사부서 직원들은 샌더의 신속한 조사 분석으로 인해 절약된 시간을 이용해 웰빙 블로그 등 직원들에게 새로운 정신 및 신체 건강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 인공지능은 직원들이 몇 개월 걸리던 설문조사 분석을 즉시 처리한다.    출처= SteemKR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회사의 40% 이상이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공지능 도구가 인사담당 부서에까지 침투함에 따라 규제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얼티메이트 소프트웨어그룹뿐 아니라 하이어뷰(HireVue Inc.)나 신디오(Syndio) 등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채용, 해고, 임금 인상 등의 의사 결정을 돕는 인공지능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인공지능 도구들의 채택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정신 감정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고, 일부 회사 측 변호사들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자칫 편견에 치우치는 경우 직장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SPS의 코레이 케프하트 인사담당 부사장은 “일부 직원들이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인공지능 설문 조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디지털 사회학자 줄리 올브라이트 교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감정을 말 이외의 다른 방식(Nonverbally)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텍스트에만 의존하는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상황을 간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상태로 우울함이나 기타 감정의 징후를 인식하도록 훈련되겠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기술이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및 고용법 전문 로펌 리틀러 멘델슨(Littler Mendelson P.C.)의 게리 매티아슨 변호사는 모든 알고리즘의 편견은 보호받아야 할 소수 직원들에게는 뜻밖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용 알고리즘은 종종 장애가 있는 사람의 높은 결석률을 지적하며 그런 사람들의 고용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16년에 설립돼 직장 차별을 방지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평등고용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는 인사관리 업무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식 법률은 제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평등한 기회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매티아슨 변호사는 위원회가 조만간 공식 가이드라인을 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입장에서도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인간 관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하고, 회사가 어떻게 AI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공개함으로써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설문 조사는 기밀 조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익명으로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샌더는 직원들의 응답을 분석할 때 직원 개개인의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 이전 설문 조사에서의 응답, 기타 여러 가지 배경 정보를 고려할 수 있다. 개발사인 얼티메이트 소프트웨어는 이 도구가 기밀 유지를 위한 안전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관리자가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먼저 직원들이 설문 조사에 응답하게 한 후에 직원들과의 면담을 허용한다.

얼티메이트 소프트웨어는 “샌더가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실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면서 “인간도 신체 언어나 감정에서 단서를 얻으려고 하지만 그런 신호가 보내는 의미의 절반밖에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