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베놈> 속 징그러운 베놈의 비주얼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악당 조커는 배트맨에게 “You Complete me(네가 날 완벽하게 하지)”라는 대사를 한다. 하라는 <베놈> 이야기는 안 하고 엉뚱한 영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싶겠지만 이런 ‘밑밥’에는 이유가 있으니 아래를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전 세계 수많은 마블코믹스 팬들에게 영화 <베놈>은 개봉 전부터 어마어마한 기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은 ‘실망스럽다’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혹자는 ‘폭망(완전히 망함)’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나올만한 데에는 어느 정도 이유는 있지만 그렇다고 ‘폭망’의 대명사인 D사의 슈퍼히어로 시리즈들과 동급으로 평가될 정도는 아니다. 

마블코믹스 원작의 ‘베놈’은 만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악당이다. 사사건건 스파이더맨의 앞길을 막고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하지만 늘 스파이더맨에게 패해 저지당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악당 캐릭터임에도 베놈은 수많은 마니아들이 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원작에서 베놈은 스파이더맨과 엮이는 중간 중간에 여러 사람에게 옮겨가며 깃드는데 깃드는 숙주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선한 존재 혹은 악한 존재가 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베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 <베놈>이 실망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존재가 없어 극중에서 선악의 모호함이 표현될 수 없는 원천적 한계 때문인 듯하다.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왜 갑자기..”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 영화 <베놈>을 보면 그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베놈>은 잔인한 장면 때문에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영화였다가 약 30분에 이르는 장면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이 장면들이 삭제돼서 영화의 재미가 반감됐다”고도 하지만 사실 스토리상 잔인한 장면은 없어도 그만인 듯 하다. 만약 이 삭제된 장면에서 베놈의 성격이 바뀌는 부분이 잘 설명됐다면 조금 다른 문제이겠지만.     

다시 말하면, 스파이더맨과 함께 엮이면서 선과 악을 오고가는 경계에 있을 때 베놈의 매력은 완성(Complete) 되지만 베놈이 단독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그를 충분하게 설명하기는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스토리로 설명이라도 잘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영화에서 베놈의 성격 전환을 설명하는 장면은 ‘급조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베놈 특유의 ‘끈적끈적함’ 그리고 화려한 액션만 보면 영화는 분명 많은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캐릭터의 성격을 완벽하게 살릴 수 없는 원천적 한계와 스토리의 부족한 설득력을 제외하면 영화 <베놈>은 액션 영화로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마블’ 영화답게 <베놈>도 영화가 끝난 후에 나오는 짧은 조각 영상이 있다. 영상의 내용은 이후 베놈의 세계관이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만약 이것을 이어서 후속 작품이 나온다고 하면 감독은 스토리에 공을 아주 ‘많이’ 들여야 할 것 같다.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