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 10월 49만9000원에 LED TV를 출시하며 반값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최근 이마트의 반값 마케팅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40만원대 32인치 LED TV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해외 직수입으로 품질 좋은 브라질 원두를 시중가 절반 가격에 내놓는가 하면 최근에는 반값 휴대폰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공격적인 행보에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거품뺀 가격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목동점의 이마트 커피매장. 갓 볶은 원두의 고소한 커피향이 매장에 넘쳐난다. 매장 직원 한명이 이마트 반값 커피로 유명한 ‘브라질 세라도 원두’를 분쇄기에 열심히 갈고 있다. 시간은 오후 8시, 이마트 커피 판매대에 남아있는 제품은 단 한 개. 근처에는 이마트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를 1kg에 1만7900원에 판매한다는 푯말과 ‘신선한 원두를 제공하기 위해 일 1600개 (전 매장 137개 기준)만 한정 판매한다’는 푯말이 눈에 띈다.

평균 한 매장당 1일 9~10개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량이 적다보니 목동점에서는 1인1개에 한정 판매하고 있었다. 오후 8시 마지막 원두를 구매한 사람은 회사원 김현영(32)씨. 평소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원두커피를 직접 내려마신다는 그녀는 “두 달 전 집 근처 카페에서 100g에 7000원을 주고 원두를 구입했는데 이마트에서 1kg에 1만7900원에 판매하니 놀랍다”고 말한다.

친구가 건네준 이마트 커피 맛을 보고 구매하게 됐다는 그녀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도 나쁘지 않아 주저 없이 구매하게 됐다”며 직원에게 원두를 갈아달라고 주문한다. ‘개인이 마시기에는 양이 많지 않냐’는 질문에도 가족이 5명인데 모두 ‘원두커피 마니아라 큰 걱정 없다’며 웃어 보인다.

지난 달 출시했던 반값 TV ‘이마트 드림뷰'(Dream View)’에 대한 반응은 원두커피보다 더 뜨거웠다. 가전매장에서 이마트 TV를 물어보자 매장 직원은 대뜸 “ 너무 늦게 오셨어요”라고 안타까워한다.

지난 10월 목동점에 배당된 30개의 TV는 나오자마자 매진됐다는 것. 출시된 지 이틀 만에 5000대를 완판했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구매했냐는 질문에 직원은 “요즘 LDE TV가 보통 40인치 이상 제품이 많은데 반해 반값 TV가 32인치 모니터다 보니 컴퓨터 모니터를 겸용해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고 한다.

“개인보다는 PC방 등의 업자들이 많아 한 사람이 여러 대 구매해 갔다”는 말도 덧붙인다. 반값 마케팅 중 가장 최근 제품인 반값 휴대폰도 상황은 마찬가지. 초기물량 1000대 중 목동점에 할당된 7개의 제품은 출시된 지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됐다. 기능이 단순화된 2G폰이고 기본요금이 최소 4500원으로 저렴하다 보니 주로 어르신들이 구매했다는 것이 매장 직원의 설명이었다.

LED TV, 원두커피, 휴대폰이 절반가격 뚝!요즘 유통가에는 이마트의 ‘반값 마케팅’이 단연 화제다. 대형마트라는 성격상 저가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별한 이슈거리가 아님에도 최근 이마트의 반값 마케팅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반값 마케팅 대상 상품이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라 LED TV나 원두커피, 휴대폰 등 최근 소비자의 핫 트렌드 상품을 절반가에 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소비자들을 위한 가격 혁명을 기본으로 하는 '新가격정책'을 선언했던 이마트는 그 이전에도 자사 PL 상품을 통해 자전거, 골프채, 해외 직소싱 랍스터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왔다. 그러다 지난 10월 32인치 LED TV를 49만 9000원에 출시하고 이틀 만에 5000대를 완판하는 기염을 통하며 반값 마케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는 삼성이나 LG의 동일사양 LED TV 대비해 약 39%~42% 저렴한 가격이었다. 서비스도 TG 삼보와 제휴하여 100개 서비스센터에서 A/S를 실시하며 보완했다. 이마트의 반값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마트의 반값커피 브라질 세라도 원두는 해외 직수입을 통해 중간 마진을 없애 가격거품을 뺐다.

지난 8일에는 해외 직소싱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브라질 원두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브라질 커피농장에서 원두커피 생두를 직수입한 후 커피전문기업 ‘자뎅’과 함께 로스팅한 원두커피인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를 1만7900원(1kg)에 판매한 것이다. 이는 기존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원두커피 중 가장 저렴한 상품보다 20~40%, 국내 커피 전문점의 원두커피보다 50~80%가량 저렴한 가격이었다.

지난 11일부터 출시한 반값 휴대폰 역시 반응이 뜨겁다. 이마트 내 휴대전화 대리점 모바일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I&C’는 이동통신망 재판매(MVNO) 사업자 프리텔레콤의 휴대폰 판매를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MVNO는 KT와 SK텔레콤 등 기존 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제공받는 서비스로 KT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재판매하는 것이다. 프리텔레콤은 KT에서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기본요금이 최소 4500원인 ‘프리씨 후불요금제’다. KT 통신사의 기본요금 1만 2000원에 비하면 반값 이상 저렴하다. 무엇보다 휴대폰 구매 시 이제는 필수가 된 가입비와 약정 기간, 의무 서비스도 없다.

관련업계 품질 폄하속 ‘긴장감’이러한 이마트의 반값 행보에 대해 관련업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가장 이슈가 됐던 반값 TV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품질의 차이가 크다’며 비교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비교 자체에 대한 질문을 일축하는 듯했지만 출시 초반만 해도 예민한 반응이었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인 권희원 부사장은 고려대에서 열린 LG전자 채용특강에서 “이마트 TV의 저품질로 사고 나면 후회할 것”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TV가 저렴하기만 해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좋은 품질은 소비자가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반에 예민했던 그들이 품질을 거론하며 더욱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이마트 TV를 사용해 본 사람들의 품질 지적에 대한 반응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마트 원두커피와 달리 이마트 TV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전반적 평은 ‘저렴한 TV가 나와 반갑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분위기다.

네티즌 박성현씨는 ‘드림뷰 TV를 저가형 TV라는 동일선상에서 중국 하이얼 TV와 비교했다’며 이마트 TV의 장점에 대해 ‘LED, 풀 HD TV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58만 8천원인 중국 하이얼 TV에 비해 가격대에선 경쟁력을 가진다’고 평한 반면 ‘다소 약하게 설정된 사운드와 USB 2.0 단자가 없다는 것,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면’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마트 TV가 가격적인 장점 외에 품질 부분과 디자인, 배송, 서비스 부분을 보완하면 대기업과 같은 메인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직접적인 해외소싱을 통해 원가를 줄인 커피에 대해서도 관련업계 반응은 여유로운 편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마트 커피가 원두커피시장 파이를 넓혀 되레 반기고 있다” 며 “스타벅스는 차별화된 기술로 커피 풍미를 잃지 않기 때문에 박리다매형 이마트 커피로 인해 손님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서식품의 경우도 원두 판매는 대부분 기업 대상 판매가 많아 소비자 대상 원두 매출 비율은 전체 매출의 6~7% 정도며 매출액 역시 월 평균 50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마트 원두커피로 인해 설사 맥스웰 하우스의 원두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전체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통신업계는 이전까지 온라인 판매망에만 의존해왔던 MVNO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이 이마트를 통해 판로를 확장함으로써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실 이마트의 반값 휴대폰으로 인해 이마트 뿐 아니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모두가 '내년 상반기 MVNO 진출설'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내년 상반기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도 이들 중소업체의 휴대폰 시장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이동통신사 관계없이 가입자 인증모듈(USIM)만 있으면 개통할 수 있는 제도다.

업계관계자는 “그동안 부진했던 MVNO 사업이 방통위의 블랙리스트제도와 대형마트 라는 양날개를 달게 되면 통신3사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반값 휴대폰에 대해 이마트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라 일축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MVNO 진출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마트의 반값 마케팅 행보는 관련업계에 크든 적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이마트의 공격적인 반값 마케팅 행보는 최근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맹명관 중소기업혁신경영연구원 교수는 “대형 할인마트는 구조상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며 그 대안이 PL(Private Label - 자체 라벨)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트의 PL상품은 ‘대기업 상품과 중소기업 상품 사이의 중간 포지션을 지키며 시장을 세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L 상품을 통해 대형마트들은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는 그의 지적대로 실제 이마트의 PL상품 매출은 1996년 200억원에서 2010년 2조 8000억원으로 140배 성장했다.

맹 교수는 대형마트의 공격적 행보에 품질차를 거론하며 안심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안일한 자세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다. 이마트의 반값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한다면 단순 프로모션에서 그칠 것이나 지속적으로 반응이 좋다면 거품 뺀 중저가 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결국 그 시장은 대기업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는 기존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에 진출한 것처럼 대기업들 역시 대형마트의 저가 시장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양자조직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LG에서 이마트 TV에 대해 품질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저가 TV 생산에 들어갔다는 것은 맹 교수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미니 인터뷰 | ㈜이마트 MD전략본부장 하광옥 부사장 “합리적 소비 유도는 대형유통사 책무”

이마트의 반값 프로세스, 어떻게 가능한가.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통 단계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도 가격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다. 이마트가 선보이는 해외직소싱 및 PL상품들이 여기에 부합되는 상품들이다. 최근, 이마트 TV가 호응이 높았던 이유는 세계 최대 LCD 생산업체인 TPV와 함께 중간 유통단계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 역시 직접 브라질 농장을 방문해 중간 마진 없이 국제 시세로만 커피 생두를 들여왔기 때문에 가격거품을 뺄 수 있었다.

가장 효과가 컸다고 평가하는 품목은 뭔가.최근에 선보인 이마트 TV이다. TV는 삼성과 LG로 양분돼있는 국내 TV시장에서 이마트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도전의 의미를 가진 상품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진 이마트 TV가 굉장한 고객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 즉 ‘이마트 TV는 기존 시장을 뺏어오는 게 아니라 TV시장 전체 규모를 키웠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이마트 TV가 판매되는 동안 삼성과 LG의 TV도 이마트에서 판매가 크게 늘었었다. 또한, 이마트 TV에 대한 시장 반응으로 삼성과 LG도 중저가 TV를 출시한다고 밝힌 것도 소비자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다.

반값 마케팅에 대해 업계 반발이 적지 않은데…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마트의 상품을 찾아주는 고객이다. 고객들이 이마트를 왜 찾겠는가?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는 한 이마트 TV와 이마트 원두커피 같은 상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이런 이마트의 노력이 소비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제품 품질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이번에 이마트가 TV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품질과 A/S이다. 이마트 TV는 LCD 세계 최대 생산 업체인 대만의 TPV가 생산한다. 이마트 TV는 32인치 LED로 현재 시판 TV 중 최고수준 해상도인 Full HD(1920*1080) 방식이다. 또한, 이마트는 A/S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TG삼보와 A/S 전문계약을 체결해 고객들이 전국 100개의 TG삼보 전문 서비스센터에서 신속한 A/S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 TV는 글로벌적으로 검증된 업체에서 생산된 상품이다. 또한 사후 A/S 보장도 품질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면 TG삼보와 같은 전문 업체가 함께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