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글로벌 ICT 기업과 관련된 망 사용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계약 가이드 라인을 연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와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 사용료 실태점검에 나서는 한편 계약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한 정식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들이 연 700억원에서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는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의 망 사용료 논란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여기에는 통신사의 오판과 국내에만 존재하는 통신망 상호접속 규정 변경과 같은 복잡한 문제도 얽혀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구글은 유튜브를 2006년 인수해 동영상 서비스를 하면서 트래픽이 올라가자 각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는 대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거나 해저 케이블을 구축하는 한편,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국내 통신사도 캐시서버 구축에 동의했다. 자사 가입자에게 글로벌 ICT 기업의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데다 관리 운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캐시서버 설치는 '괜찮은 방법'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플랫폼 서비스의 트래픽이 예상을 넘어 폭등하자 네트워크에 무리가 생겼고, 결국 캐시서버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기고 말았다.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글로벌 ICT 기업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2016년 정부가 통신망 상호접속 규정을 변경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통신사를 이동하는 트래픽에 대해 무정산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폐기하고 상호정산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글로벌 ICT 기업의 트래픽을 1차로 처리하는 통신사가 2차 이용 통신사에게 트래픽 유발 비용을 제공해야할 상황이 오자 통신사 전체 망 사용료 규모는 더욱 증가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통신사들이 캐시서버 설치에 동의한 상태에서 갑자기 망 사용료를 더 내라고 주장하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초 계약이 여전한 상태에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계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사태 의혹을 부정하면서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망 사용료 계약 가이드 라인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정민구 PL 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전후사정을 봤을 때 통신사의 '어쩔 수 없는 오판'과 상호접속 규정 변경으로 불거진 문제가 글로벌 ICT 역차별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망 사용료 이슈는 물론, 현재의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가 적정수준인지도 광범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