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14%를 넘기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최초로 40만명 선이 무너졌다. 줄어드는 인구에 식품업계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모델로 소화와 영양을 고려한 실버푸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상 기대한 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시급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의 전망과는 달리 시장은 거북이 걸음이다. 업계도 실버푸드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와 지원 그리고 높은 가격이란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실버푸드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줄어드는 인구에 식품업계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모델로 소화와 영양을 고려한 실버푸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5104억원에서 지난해 1조1000억원으로 약 두 배 성장했다. 올해는 2조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16조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국내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5104억원에서 지난해 1조1000억원으로 약 두 배 성장했다. 올해는 2조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16조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실버푸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주요 식품대기업들은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현대그린푸드, 하림, CJ프레시웨이, 매일유업, 아워홈 등이 실버푸드 ‘연화식’ 시장에 진출해 이제 막 발걸음을 땠다.

우리 보다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실버푸드 산업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편의점, 마트, 레스토랑 등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집으로 정기적으로 배송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전망과는 달리 걸림돌이 많아 거북이 걸음이다. 식품업계는 일본처럼 실버푸드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지원 등 정부의 생태계 조성에 적합한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실정에 맞는 기업들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영양섭취 부족도 실버푸드 식품 개발의 이유로 꼽힌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65세 이상 노인 2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섭취 부족은 1일 권장 열량 섭취량(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의 75% 미만에 해당하고, 칼슘 등의 섭취량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칼슘은 전체의 약 82%, 지방은 약 71%나 부족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노인도 약 31%나 됐다. 이렇게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의 대사기능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오게 된다.

▲ 연화식은 씹고 삼키기에 부드럽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만 영양 성분과 기능적인 성분들을 부가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영양식이 필요하지만 실버푸드는 식품이기 때문에 특정 효과를 직접 언급할 수 앖다. 업계는 이런 부분에 대한 법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 변비약 광고들이 모델을 젊은 여성에서 노인으로 바뀔 만큼 노인 변비 문제도 심각하다. 연화식이 씹고 삼키기에 부드럽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맞지만 영양 성분과 기능적인 성분들을 부가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영양식이 필요하지만 실버푸드는 식품이기 때문에 건강식품처럼 특정 효과를 직접 언급할 수 없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인 규제 완화들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도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기준·규격을 제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령친화식품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고령자의 섭취 편의와 영양개선을 위한 식품의 경도(50만N/m2 이하)와 영양성분 함량 기준을 신설했다. 특히 고령친화식품을 제조할 때 원료 준비 단계에 소독·세척 기준 등을 신설하고 최종제품에는 대장균군(살균제품), 대장균(비살균제품) 규격을 마련해 안전관리도 한층 강화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소 김미영 팀장은 “정부차원에서도 신사업이니 많은 규제들과 기준들이 생기고 있다”면서 “메디푸드, 케어푸드로 불리는 실버푸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정부에서 어르신들 보조금을 지원할 때 식품은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그렇다보니 수입보다 지출이 많고 수명도 길어지니 가장 먼저 아끼는 것이 식비이기 때문에 실버푸드 시장이 형성되는데 더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연화식의 높은 가격도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최초 연화식을 내놓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대그린푸드는 5000원부터 3만원대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그러나 매일 모든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업체들은 연구·개발 비용은 가격 상승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아워홈 식품연구원 김미영 팀장은 국내 연화식(실버푸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정부지원, 높은 가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현재 일본은 아무리 비싸도 일반식에 비해 50%정도 높은 수준이다. 통상 일반식보다 10%에서 20%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본의 실버푸드 선도기업 큐피사 관계자는 “처음 실버푸드를 출시할 때 가격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면서 “적정 수준의 가격이 돼야 시장이 넓어질 수 있고 나중에 이익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일반식과 큰 가격 차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도 “일단은 처음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많은 소비자들의 경험으로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치아건강 상태도 연화식 시장의 장벽이다. 치아건강이 좋지 않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잘 돼있다. 틀니나 임플란트 시술 등으로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많지 않고 씹을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해 연화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아워홈 2013년 처음 연화식을 개발할 때는 일본의 기술을 들여오려 했지만 B2C 위주의 일본과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국내 시장, 고령자들의 건강상태 등이 맞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2015년 자체 연구를 시작할 때도 국내는 생산에 적합한 연구성과가 없어 아워홈이 그간 노인 급식사업으로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과 고령자 취향,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제품을 연구해 올해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4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적정한 부드러움을 찾기 위한 테스트에서 대부분이 부드러운 식감보다는 원물 그대로의 식감을 더 좋아했다”면서 “연화식을 어르신들 대상으로 연구개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치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나 영유아들도 먹을 수 있도록 개념 확장이 필요하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