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 조선업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9월 세계 수주물량의 65%를 달성했다. 9월 한달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 25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중 163만CGT를 수주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계실적으로도 한국은 950만CGT로 중국을 앞지른 1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조선업 회복 기미 보여’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의 선박 수주 1위 행진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LNG선, 컨테이너선과 같이 고부가 선박에서 기술력에서 월등하게 타 경쟁국과 비교해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한국 조선 수주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업이 최근 좋은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LNG선 분야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LNG수요로 인해 LNG운반선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늘어나는 LNG선 수요에 대응해 빨리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점도 한국 조선 수주실적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오히려 많이 비어 있던 도크로 인해 수주 물량을 빨리 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도 현재 수주 반등의 원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지난해 20척 정도였던 글로벌 LNG선 발주 물량이 10월 초인 현재까지 40척으로 벌써 2배 가량 늘어났다”면서 “국내외 선주들의 LNG선 발주가 올해 특히 많았다는 점이 수주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LNG선(왼쪽부터). 출처=각사

조선 수주 파란불 오래 갈까?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증가세가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선가 상승과 발주물량 증가가 꾸준해야 조선사들의 실적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를 전환점으로 보고 있는데 일단 수주 물량을 계속 한국 조선사들이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 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현재 선가 오름세가 소폭인점 오른 가격을 선주들이 적극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선사들에 배를 발주하는 선주들은 선박 가격 오름세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가 8월 129포인트에서 9월 130포인트로 1포인트 상승했는데 실제 선가 가격 상승세는 아직 관망세라는 것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선종별 선가 추이를 봐도 유조선(VLCC)은 9월 9150만달러로 8월보다 150만달러 상승했지만 LNG선은 1억 8200만달러로 가격 변동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오른 선가를 수용해 선박 가격이 실제로 높아지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선주들이 늘어나는 LNG 수요에 맞춰 오른 선박 가격을 흔쾌히 지급할 수 있는 지점이 되면 조선업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전망은 어두워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미국 석유개발사 엘로그(LLOG)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1기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플랜트 수주 이후 근 4년만의 신규 수주다. 계약 규모는 5130억원이다.

4년만에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설비를 수주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 전망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양플랜트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해양플랜트쪽 반등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가 변동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유가 상승 국면이 1년 정도 오래 지속돼야 해양플랜트 설비를 발주하는 오일메이저들도 본격 검토를 할 수 있다”면서 “유가 변동 흐름을 지켜봐야 해양사업 개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부터 해양플랜트를 담당하는 해양사업본부 가동을 중단하고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해양플랜트 설비를 4년만에 수주했지만 당장 해양사업본부 소속 인력의 일감이 당장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해양설비 수주가 의미가 크긴 하지만 실제로 설계, 구매, 제작 단계에 거의 1년이 소요돼 빨라도 내년 8월부터 직접 제작이 가능한 만큼 그때까지는 일감이 없는 상황은 유지된다”면서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해양부문 수주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