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사흘 연속 중앙은행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출처= Livemin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사흘 연속 중앙은행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11일 폭스 뉴스(Fox News)의 폭스앤프렌드(Fox & Friends)에 출연해 "연준이 재롱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들이 하는 일은 어리석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연준이 통제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더니, 10일 다우지수가 831포인트나 급락하자 “연준이 미쳤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이 애써 키워놓은 주식 시장을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닛 옐런 전 의장의 후임으로 선택한 인물이다. 파월 의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 옐런 의장의 긴축 통화정책 방향을 고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왔다. 

연준은 지난달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1.75~2%에서 2~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번째 금리인상이었다.

2005년말 첫 금리인상 이후로는 8번째였다. 연준은 오는 12월과 내년 3차레의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난은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20여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증시 호황과 미 경제 호조'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미국 증시 폭락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난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일 뿐 연준에 정책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며 독립성 훼손 논란 진화에 나섰다.

커들로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20일 열리는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하며 주가 폭락으로 이탈할 수 있는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출처= FactSet

트럼프 발언의 톤은 독특할 수 있지만, 합법적 독립기관인 연준에 대한 비판은 연준 자체보다도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1913년 연준이 설립되기도 전에 중앙은행의 설립을 저지하려는 백악관과 의회의 공격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 비판은 필요한 것이었을런지는 몰라도 대개는 인기가 없었다.

정치인들은, 성장 어젠다가 몹시 괴로운 사안이거나 권력에서 물러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태생적으로 친성장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마이크 펜스는 부통령이되기 전인 2010년에 초기 오바마 행정부의 느슨한 통화 정책을 한탄했다. 그는 연준의 양대 책무(최대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 중 완전고용 측면을 거의 무시하며 "연준은 물가 안정과 달러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공개 된 기록에 따르면, 1972년 재선에 직면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아더 번스 연준 의장에게 통화 완화 압력을 가했다. 닉슨 대통령은 압도적인 차로 승리했지만, 1979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미국은 1970년 대에 만성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볼커 의장은 그 과정에서 경기 침체를 촉발하면서 지명자인 카터 대통령에게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볼커의 대담한 행동은 그를 중앙은행의 영웅으로 만들었고, 이후 수 십년 간 주식 및 채권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이 그의 후임으로 의장에 취임하면서 연준의 정책은 180도 바뀌었고, 그린스펀은 공개적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로 인해 사상 최고가 되었을 황소(활황) 시장이 그 싹부터 잘려버렸고 시장은 투기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상황까지 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긴축 의지를 완화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실업률이 1960년대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정부 지출 증가는, 전례 없는 경기 호황을 불러 오고 있다. 그 결과로 인한 채권 수익률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주식 시장의 상승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주식 투자자들이나 심지어는 연준 지도부를 지명한 사람을 지원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에 대한 공개적 분노 표출은 연준의 독립성이 건재하다는 것을 온 세계에 보여주는 신호라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