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내년 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용자들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자의 콘텐츠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CNBC와 테크크런치 등 주요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하드웨어 생태계를 가진 애플이 비디오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며 일종의 포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OTT(오버더탑)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은 이미 카플 카라오케라는 플랫폼으로 비슷한 실험에 나선 상태라,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 애플이 인수한 잡지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텍스처. 출처=갈무리

애플이 자체 하드웨어 생태계를 통해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오리지널과 수급받은 콘텐츠 모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이미 시동이 걸렸다. 애플은 올해에만 10억달러를 투자해 24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영화 산업까지 진격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당시 애플은 애니메이션 영화 울프워커스와 다큐멘터리 엘레펀트퀸의 글로벌 판권을 구입했다. 대중에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애플이 정식으로 영화 판권을 구입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애플은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 퀄버 스튜디오의 제작시설 임대를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6월에는 소니 픽처스의 영혼이라 불린 제이미 엘리치와 잭 밴 앰버그를 영입해 콘텐츠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앰블린 텔레비전, NBC유니버설의 자회사인 유니버설 텔레비전과 함께 TV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토리 공동제작에 나서며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을 잡기도 했다.

애플의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요 하드웨어 단말기를 통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콘텐츠와 외부 수급을 받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면 전체 애플 생태계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애플 팬덤의 강화다. 만약 무료로 서비스되면 애플 팬덤의 스펙트럼은 더욱 커지고 단단해질 전망이다. 사상 최초로 1조달러 기업이 된 애플의 막대한 자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이 자체 하드웨어를 통해 콘텐츠 분야의 볼륨을 키우면 지나친 아이폰 매출 의존도도 탈피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구독형 비즈니스의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목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기존 구독형 비즈니스를 가진 스트리밍 업체들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비즈니스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잡지계의 넷플릭스라는 텍스처도 인수했다. 텍스처는 한 달 9.9달러를 내면 유력잡지 200개를 즐길 수 있는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이다. 텍스처 인수는 콘텐츠 사업자 DNA를 가진 애플의 기본적인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애플은 iOS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단말기에 탑재해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분류되던 아마존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극장 체인인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하는 한편, 영화 배급 서비스인 아마존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오프라인 극장 체인과의 연결을 통해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존이 특유의 멤버십 사용자 경험으로 오프라인 극장 체인을 포함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경우 시너지는 배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랜드마크 시어터를 통해 넷플릭스의 구독형 콘텐츠 모델을 오프라인에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소위 제3영역으로 불리는 예술영화 배급에 조예가 깊으며, 랜드마크 시어터도 예술영화 상영으로 유명하다.

애플이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영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애플 생태계 강화와 콘텐츠 부문 성장으로 요약된다.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구독형 비즈니스를 전개하면 기존 하드웨어 전략에만 머물렀던 애플의 로드맵이 크게 확장되는 성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외부 수급된 콘텐츠는 각각의 플랫폼 요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애플 비디오 스트리밍 전략이 일종의 ‘포털’로 성공하려면 세부 계약 확립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