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위탁매매, 투자자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을 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대주주 승인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카카오가 메신저 가입자 4300만명을 바탕으로 카카오페이를 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자산관리서비스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선은 ‘위어바오’로 향하기도 했다.

위어바오는 2013년 6월 알리바바가 출시한 MMF(머니마켓펀드)다. 알리페이에 충전된 금액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간편결제는 ‘신용’, 금융과 찰떡궁합

알리바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자상거래다. ‘관계(關係)’ 문화가 주를 이루는 중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거래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로 알리바바 플랫폼은 오픈 후 업체 간 정보 교류만 있을 뿐 어떤 상업행위도 발생하지 않는 단순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나지 않았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중계자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알리바바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2004년 알리페이가 탄생했다. 중계 역할을 통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거래의 생명인 ‘신용’이 알리바바 성장에 기폭제가 된 셈이다.

유형이 아닌 무형 상품을 거래하는 금융산업의 생명은 ‘신용’이다. 알리페이가 제3자결제(간편결제)의 핵심인 신용을 구축했다면 최종방향은 ‘금융’이라는 종착지로 향한다. 위어바오의 출범은 이미 10년 전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인 ‘페이팔’도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라인 부정거래 위험 관리 조직·인력은 물론 딥러닝을 통한 사기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밑바탕이 준비된 상황에서 금융결제 편의성을 높여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플랫폼의 ‘확장’은 숙명(宿命)

간편결제는 ‘플랫폼’으로 불린다. 우선 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속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가치 교환이 더 큰 가치로 이어져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간편결제 거래액은 신용카드 거래액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약 3%대)이다.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간편결제 산업의 성장여력은 아직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맹점과 이용자 확보를 통한 거래 금액 증가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단순 ‘결제’에만 머물 것이라면 현재 주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비용이나 수익모델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플랫폼이라면 결국 ‘시간’과의 싸움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산업은 한번 굳어지면 쉽사리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만 해도 수많은 간편결제 업체들이 있지만 결국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 선봉장 간편결제, 경쟁력 제고… 규제 받쳐 줘야

결제와 플랫폼의 공통점은 ‘독식시장’이다. 특히 결제는 금융이라는 규제산업에 속해 있어 ‘독식’의 개념이 훨씬 강하다. 간편결제 업체를 중심으로 여타 산업이 합종연횡하는 가운데 금융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금융을 잡으면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간편결제 경쟁이 곧 금융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화두인 ‘핀테크’의 선봉장은 간편결제였던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핀테크가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금융시장의 높은 성숙도가 꼽힌다. 간편결제의 성장을 저해한 것도 신용카드 인프라다. 편의성을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간편결제 기업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신용카드 인프라가 국내 간편결제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외국계 업체의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한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의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성장의 기회는 있다.

국내 금융사와 유통·IT기업 간 경쟁이 아닌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플랫폼 특성상 소수만 남는다면 불필요한 ‘출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간편결제에 이어 핀테크 전반 지속가능한 수익기반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금융규제의 뒷받침이 필수다. 향후 ‘시간’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맹수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편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수료율과 부과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며 “고객 데이터를 이용한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없어야 하고 신규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인허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개별 스타트업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와 함께 핀테크 사업모델이 금융법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자문할 수 있는 원스톱 센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