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10일 개편된 모바일 첫화면을 일반에 공개했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가 가진 연결의 정체성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가능하면 연내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선을 그었지만, 네이버가 소위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플랫폼 공공성 논란을 겪으며 생태계 장악력을 일부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은 누구나 베타 테스터로 참여할 수 있다. 일반의 반응을 보며 추후 보완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 네이버가 모바일 첫화면을 개편했다. 출처=네이버

첫화면 "구글과 네이버 그 어딘가"
눈길을 끄는 곳은 첫화면이다. 지금까지 뉴스 콘텐츠 등이 붙어있던 첫화면은 검색창 중심으로 개편됐다. '살짝' 변경된 네이버 로고 아래 기존 그린윈도우(검색창)이 커졌다. 이 대목만 보면 구글 모바일 첫화면을 연상하게 만든다.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를 보면 날씨 정보는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4월 간담회에서 "날씨 정도는 모바일 첫화면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날씨 아래에는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들이 존재하고 그린닷이라는 인터랙티브 버튼이 있다. 누르면 뉴스판과 검색차트판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한다.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네이버는 추후 그린닷에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 개편을 하며 구글의 방식을 따랐으나, 기존 방식을 아예 포기한 것도 아니다. 기존 모바일 화면에서는 검색 트래픽이 자연스럽게 첫화면에 배치된 콘텐츠 트래픽으로 이어졌으나 개편된 화면은 그렇게 되기 어려워졌다. 다만 그린윈도우 아래에 다양한 네이버 플랫폼으로 빠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겼고, 그린닷까지 설치한 장면은 '모바일 첫화면에 유입되는 검색 트래픽 외 다른 트래픽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을 통해 첫화면을 검색 트래픽 중심으로 갔지만, 그린닷이나 하단의 다양한 플랫폼 연결을 남기며 기존 방식도 고수했다.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보인다. 연결이라는 원초적인 플랫폼 가치에 집중하면서도 네이버 검색엔진에 대한 호불호가 여전한 가운데 검색 트래픽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는 스와이핑
이스트랜드와 웨스트랩도 눈길을 끈다. 그린윈도우처럼 이스트랜드는 기존 네이버의 텍스트 중심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랩이 비밀무기다. 네이버는 커머스를 중심으로 웨스트랩을 새롭게 구성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첫화면을 검색 중심으로 잡으며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갔지만, 콘텐츠 가두리 생태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스와이핑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 콘텐츠들이 제공되던 네이버 '판'들이 오른쪽으로 스와이핑하면 다 보인다.

언론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뉴스판은 오른쪽 스와이핑의 첫 판에 위치해 그나마 '트래픽 생존률'을 보장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언론사들을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모바일 화면처럼 뉴스 콘텐츠 중심으로 배열을 하지 않는다. '언론사의 이름을 보고 들어오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각 언론사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다음 스와이핑에는 '마이뉴스'가 나오기 때문에 일부 보완재가 될 수 있지만 이번 개편의 핵심 중 언론사와의 관계만 보면 결국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배치 의지 상실'로 요약된다. 네이버는 첫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를 빼고 뉴스판으로 이동시키며, 뉴스 배열의 권한을 오로지 언론사에게 배분한 후 한 발 물러났다. 선택도 온전히 이용자의 몫이다.

강력해진 커머스
네이버의 개편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웨스트랩이다. 현재 커머스가 배치됐다. 프로젝트 꽃을 중심으로 모인 소상공인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며, 네이버의 오픈마켓 전략이 더욱 강력해진 분위기다. 기존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협을 느낄 전망이다. 네이버는 상생의 화두를 중심으로 커머스의 빅데이터까지 노리는 한편, 추후 셀럽을 중심으로 하는 동영상 이커머스 전략까지 가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의 커머스 강화는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충격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판매 창구와 같은 단편적인 사례를 넘어, 거대 판매자와 일반 판매자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눈길을 끈다. 웨스트랩에 노출되는 제품의 우선순위는 내부 랭킹 데이터와 이용자의 선호도를 통해 결정되며, 대기업의 제품이라고 최상단을 차지하는 일은 광고를 단행하기 전에는 없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배달앱 플랫폼의 불편한 관계가 연상된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에 들어가는 순간 완벽하게 '원 오브 뎀'이 되어 버린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작은 골목 상점과 동일한 자리에 위치해 동일하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하며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사들이 불만을 가진 지점과 일맥상통한다. 네이버라는 거대한 커머스 플랫폼의 등장이 모바일 첫화면을 통해 전면에 걸렸다는 점은,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대한 파급력은 물론 기존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플랫폼 업계의 상황도 잘 보여준다.

네이버는 물론 현재 카카오도 커머스 부문을 분사하는 한편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강화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커머스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1020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트렌드를 '공부'할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소위 82피플들이 새로운 세력화를 이루는 장면을 보면 '허황된 일'이 아니다. 여기에 동영상 전략을 빠르게 펼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