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나 혼자 산다>, <아빠! 어디가?>, SBS의 <백년손님 자기야>, tvN의 <꽃보다 할배> 등 2012년부터 등장한 관찰예능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요즘은 TV만 켜면 관찰예능만 보일 정도다. <전지적 참견시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MBC),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불타는 청춘>, <백년손님>(SBS) 등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랜선라이프>(JTBC), <아빠본색>(채널A), <현실남녀2>,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MBN), <아내의 맛>, <라라랜드>(TV조선), <둥지탈출>(tvN), <외식하는 날>, <야간개장>(SBS PLUS), <식구일지>(스카이티브이-채널A) 등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관찰예능이 방영되고 또 신규 편성으로도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먹방, 쿡방보다 더 높은 인기와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직장인 3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응답자의 93.5%가 관찰예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예능이란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제작진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관찰 카메라 형태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제작진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설정하거나 계획을 꼼꼼하게 짜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주제나 소재, 방송의 전달 목적 등을 출연진에게 던져주고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꼽은 관찰예능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을까? 그 첫 번째는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로 가장 크게 꼽히는 것은 소셜 미디어 활용에서 엿볼 수 있다. BTS는 팀 계정 하나를 공동으로 쓰면서 믹스테이프와 커버송을 발표하는 기본적 활동 외에 1주일에 2~3개씩 꾸준히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보내 팬과의 실질적인 소통을 이뤘다. 요리하는 모습, 애완동물과 장난치는 영상, 졸업식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팬들은 더욱 특별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MBC에서 방송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처음 와본 외국인들의 리얼한 ‘한국 여행기’를 통해 ‘여행’ 그대로의 보는 즐거움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좌충우돌 고생길을 담은 재미를 선사한다. 터키 온 친구들이 소주와 궁중음식을 먹고 경복궁을 찾아다니며, 멕시코 친구들이 즉흥적으로 맞닥뜨리는 모습을 통해 결국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고, 국적을 넘는 공감대 형성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관찰예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전혀 느껴보지 못한 미세한 것을 포착해낸다. ‘저것은 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야’, ‘나와 생각이 다르군’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관찰 예능을 보면서 타인의 관점과 내가 보지 못한 다른 점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결국 관찰예능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사생활을 들여다봄으로써 불편함을 뛰어넘어 간과되었던 새로운 이면의 관점을 보게끔 해준다.

두 번째, 시청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10년 넘게 예능을 주름잡았던 유재석과 강호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이들이 새로 맡았던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저조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이들의 시대는 왜 저물게 됐을까? 피디들은 “예능의 판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토크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고, 관찰 예능이나 일반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능은 톱 진행자를 섭외해 놓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 이제는 기획에 따라 적당한 출연자를 선택하는 포맷으로 바뀌고 있다. <하트시그널>,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비예능인이 중심이 되고 진행은 거드는 시대에 굳이 몸값 비싼 톱 진행자를 기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오랫동안 명성을 지켜왔던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때는 시청률 30%를 넘기며 재미와 공감을 자아냈지만 2015년 하반기 이후 “인위적이고 억지웃음이 많아졌다”는 평가와 더불어 한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매일 김치만으로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관찰 예능의 대세는 변화하는 사회현상에서도 읽을 수 있다.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고, 심지어 뛰어난 젊은 전문가조차 그들이 겪은 가혹한 경제 현실과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면서 사회진출 이전부터 채무자의 이력을 가져야 했다. 장기 불황으로 오랜 실업을 견디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최소 생계비를 받으며 온갖 아르바이트로 청춘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이들은 사회진출 이전에 이미 전쟁과 같은 삶을 경험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서일까. ‘결혼 및 2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27.1%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내 집 마련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응답이 63.2%를 차지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서 혼술, 혼밥이 이들만이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디지털에 의존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일상의 외로움과 상실의 표현이다. 긍정적 문화로만 치부해버리기에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나 혼자 산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아픈 현실을 공감해준다. 전현무는 자신의 반려견 또또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다녀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는 공감을 넘어 위안을 받고 스스로를 치유한다. 아픈 현실을 관찰예능이 시청자들의 희노애락을 채워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관찰예능에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