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제3자결제(간편결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업체의 독보적인 점유율로 인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간편결제는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는 데다 결제 유도가 수월하다 보니 업체와 제휴 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업체와만 제휴하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소비자가 결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벌어진다.

▲ 자료=각 사 취합

보이지 않는 장벽

간편결제 서비스는 소비자의 편리성과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특정 업체 물건을 구매한다거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선 업체가 지정해둔 간편결제를 이용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국내에 게임 콘텐츠를 판매 중인 S사의 게임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게임머니를 충전해야 한다. 게임머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를 해야 한다. 결제수단은 카카오페이, 페이코, 스마일페이 등이다. 일반 신용카드와 인터넷 뱅킹, 문화상품권 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간편 결제를 이용하면 일정 금액 할인 등 혜택을 주고 있다.

게임머니를 쉽게 구매하고 결제하도록 간편결제를 이용한다. 이러한 게임머니는 해외 상품을 구매하려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방법도 복잡하다. 국내 문화상품권 격인 아마존 디지털 코드를 구매해 북미 서버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한 뒤 결제해야 한다. 이때 주소지를 잘못 설정하면 사용불가코드로 처리돼 게임머니를 충전할 수 없고, 여러 단계를 거쳐 카드를 등록한 뒤 카드결제 승인을 받아도 결제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미국의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팔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국내 거주자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페이팔 가입 후 등록되는 주소가 미국이어야 하는 데다 등록한 결제카드의 실제 청구지 주소가 미국이어야 한다. 즉 한국이 주소지로 된 신용카드는 이용할 수 없다. 결제를 위해서는 미국 지역에 주소지를 둔 카드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이때 미국 주소지 신용카드를 임의로 채워 넣으면 현지 인스펙터가 주소를 점검해 결제시스템에서 벤(Ban)을 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사 게임을 즐기는 A씨는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좋으나 플랫폼마다 고유의 간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또 간편결제가 해당 지역에 계좌가 없다면 결제를 막는 경우가 있어 대리결제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주요 간편결제 업체 현황. 자료=각 사 자료 취합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 전쟁 여파는 소비자 몫?

최근 대기업을 비롯해 통신회사, 포털, 쇼핑몰 등 다양한 업계에서 고유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으로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심지어 같은 계열사 내에서도 각각 다른 서비스를 시작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페이는 네이버가 만들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에서 라인 페이를 따로 출시했다. 계열이 분리된 NHN엔터테인먼트에선 페이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SK그룹은 테이핀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도 시럽페이를 따로 론칭한 뒤 통합했다. 이후 11페이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SK텔레콤은 T페이를 만들어 상용화 중이다. LG U플러스는 페이나우를 쓰고 LG전자는 LG페이를 쓴다.

회사 고유의 간편결제가 많다 보니 서로 규격이 달라서 호환되지 않거나 제휴 협의가 안 돼 결제를 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S사 인터넷 쇼핑몰은 자사에서 만든 간편결제 시스템만 이용 가능하며 다른 간편결제 시스템은 결제할 수 없도록 막아놓고 있다. E사도 중국의 위챗페이와 국내 SSG페이, BC페이, 삼성페이는 받으면서 타 신용카드사의 앱카드를 일절 받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온라인 결제, 페이나우 등 국내 점유율이 높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L페이와 SSG페이, 페이코가 최근 도입됐으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페이 이용이 어렵다는 점은 여전하다. 일부 회사는 가상의 임시 카드번호를 받아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였지만, 이런 이유로 본인 인증이 불가능해지면서 적립이나 할인 혜택 등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반면 중국은 간편결제 이외에 다른 결제 방법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넘쳐나는 위조지폐와 신용카드 복제 때문에 현금이나 카드를 잘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두 가지만 사용한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말 기준 결제시장 점유율이 54.3%에 이른다. 위챗페이는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이 38.15%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합치면 결제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중국의 결제 대부분이 두 간편결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라면서도 “다만 결제시스템 획일화를 위해 간편결제 업체 간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결제 플랫폼은 다르더라도 결제 진행 방식을 같게 한다든가, 사용자 정보 입력 방식을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간편결제 업체는 타깃팅 광고로 수익을 낸다. 고객 구매 데이터를 확보해 수익을 내기 위해 페이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다”라면서 “그런데 너무 많은 간편결제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영세 중소판매자의 PG사 수수료가 더 높아지는 역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