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10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가운데, 의원들은 무능한 과기부의 행태를 꼬집는 한편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논란을 정조준했다. 현장에서 스마트폰 생체인증 보안의 허술함이 지적되며 큰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과기부 국감의 백미는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논란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기업들이 공정과세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소위 구글세 징수를 공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과세 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구글은 국내에서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200억원의 세금을 냈으나, 업계에서는 구글이 최대 5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4231억원의 법인세를 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격차다.

글로벌 기업의 망 사용료 면제 논란도 제기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네이버는 연 700억원을 망 사용료로 내지만 구글은 내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합동 조사반을 꾸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질타에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합동조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구글세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논란을 두고 "매출도 잘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국감에 참석한 존 리 구글 코리아 대표는 "국가별 매출은 민감한 영역이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 "제 포지션으로는 국내 매출이 구글 코리아로 잡히는지, 구글 본사로 잡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기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1기 활동을 종료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 혁명 위원회가 유명무실했다고 날을 세웠다. 변 의원은 "전략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4차위 지원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기 전체 위원 평균 회의출석률은 64.5%, 민간위원 출석률은 70.4%로 확인됐다. 문제는 정부위원 출석률이다. 25%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논할 뿐, 핵심적인 액션플랜을 논의하는 것에는 미온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위원인 장관을 대신해 차관이 출석하는 일도 많았다. 6명의 정부위원 중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을 제외한 5명의 장관은 8번의 회의 중 1회에서 3회만 출석했고 나머지 회의는 차관이 대리출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 역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8번의 전체회의 중 앞선 세 번의 회의에만 출석했고 올해 개최된 회의에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의 가짜뉴스 단속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주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불거졌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짜뉴스 대책 만드는 일에 국가 권력이 총동원됐다"면서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권을 잡기 전에는 가짜뉴스에 관대하더니, 정권을 잡으니 무슨 알고리즘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가짜뉴스 단속안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이러한 주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0일 논평을 통해 "소위 ‘가짜뉴스’ 처벌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일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작 및 혐오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들이 자율규제와 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해외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허위사실의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면서 "특정한 규제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가짜뉴스’ 대책을 국회와 시민사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에 맡기고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으로 위조된 고무찰흙 지문으로 스마트폰의 생체인증 암호를 무력화시키는 장면도 시연됐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직접 실리콘으로 위조된 고무찰흙으로 아이폰과 결제페이 인증을 뚫는 장면을 보여줬다. 송 의원은 "가짜지문을 10분만에 제작할 수 있다"면서 "결제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간편결제 저변 확대가 이뤄지는 가운데, 생체인증이 쉽게 무력화된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독일 해커집단 '카오스컴퓨터클럽(CCC)'은 지난해 5월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S8 홍채인식 보안을 무력화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올라온 영상을 실제로 확인한 결과 방식은 다음과 같다. 도구는 소니 디지털 카메라, 삼성 레이저프린터, 콘택트 렌즈다. 카메라로 홍채 사진을 찍고 프린터로 인쇄한 후 인쇄된 종이에 콘택트 렌즈를 올려 안구의 곡면을 복원한다. 이후 갤럭시S8 홍채인식을 시도하면 보안이 풀리는 프로세스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CCC는 독일 국방부 장관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바 있는데, 당시 고해상도 CCTV 카메라로 장관 스마트폰에 묻은 지문을 확보, 위조된 지문인식 정보를 삽입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이러한 방식이 홍채인식 시스템 공격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으며, 실제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초고해상도 CCTV로 홍채 및 망막을 인식, 이를 바탕으로 해킹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편리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는 점이 정설이다. 우선 정보를 수정할 수 없어 한 번 유출되면 피해의 장기화를 각오해야 하며 송 의원의 시연처럼 생체인식 정보를 위조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ICT 기술의 발전으로 생체인식 기술 고도화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편 국감장에서는 지난 5년간 과방위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이 74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오는 25일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75톤 시험발사 과정을 생중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단말기 완전자급에 대해 유영민 장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으며, 황창규 KT 회장은 5G 장비사를 조만간에 선정하며 화웨이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개인 횡령 의혹이 제기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