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드래곤 최고의 흥행작 <미스터 션샤인>. 출처= CJ ENM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의 영역 확장은 콘텐츠 IP(지적 재산권)의 직접 제작 업체나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와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특히 독자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흥행으로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은 업체가 있으니 CJ ENM(구 CJ E&M)이 애써 길러 내놓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CJ ENM의 귀한 자식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M(현 CJ ENM의 E&M 사업부문)이 드라마 콘텐츠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6년 5월 제작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분사된 직후인 2016년 6월 스튜디오 드래곤이 선보인 드라마 <38사기동대>는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 OCN의 역대최고 시청률인 6%를 달성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후 스튜디오 드래곤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들의 판권을 해외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린다. CJ E&M의 드라마·예능 채널 tvN에서 2014년 10월 방영된 <미생>과 2016년 1월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연이어 일본의 방송사에 판권이 수출돼 리메이크 된다. 이후 스튜디오 드래곤은 순간 최고 시청률 22.1%를 기록하며 역대 케이블 TV채널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드라마 <도깨비>(2016.12)로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한다.  

일련의 성과에 힘입어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콘텐츠 제작 경쟁력으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가치를 평가받게 된다.

▲ 출처= DB금융투자

날아오를 줄 알았는데...

일련의 화려한 전적으로 스튜디오 드래곤은 상장 직후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14위 회사로 뛰어오르며 투자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회자된다. 

당시는 미국의 넷플릭스, 중국 아이치이 등 OTT(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업체들의 영역 확장과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상장 첫날인 2017년 11월 24일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는 5만5300원대에서 거래가 시작돼 단숨에 7만18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 최근 3개월 스튜디오 드래곤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 증권

이후 미디어 업계의 여러 호재들의 중심에 있으면서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는 12만3500원으로 최고가(2018.7.13)를 기록한다. 그러나 최고가를 찍은 지 한 달도 안 돼 주가는 9만원대까지 하락하며 미디어 업체 특유의 오락가락하는 주가 추이를 보이며 10만원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이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은 글로벌을 필두로 한 미디어 업계의 업황도 호재인데다가 자체 경쟁력이 뛰어남에도 부진한 주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한줄기 빛 <미스터 션샤인> 

주가의 불안정한 흐름 가운데서에도 스튜디오 드래곤은 안정된 실적으로 운영의 기반을 유지한다. 분사 첫해인 2016년 매출 1544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이었던 실적은 이듬해 각각 2868억원, 33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시점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향후 전망을 완전히 바꾼 작품이 등장한다. 바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항일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튜디오 드래곤의 야심작 <미스터 션샤인>은 배우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등 화려한 캐스팅에 제작비 430억원이라는 큰 스케일로 본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다. 여기에 <미스터 션샤인>은 넷플릭스와 286억원(최소 가격)에 송출 계약을 맺으면서 자사의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으로 내놓는 첫 걸음을 뗀다. <미스터 션샤인>은 18.1% 라는 높은 국내 방송 시청률과 더불어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다. 넷플릭스 측의 시청률이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단기 관점에서 <미스터 션샤인>으로 인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직접 수익을 약 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 출처= CJ ENM, DB투자증권

일련의 조건들로 투자업계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액을 지난해 대비 59.7% 늘어난 1238억원, 영업이익은 229.1% 늘어난 219억원으로 예상했다. 국내 상장기업 분석 사이트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전체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4.7% 늘어난 3863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89.1% 늘어난 624억원으로 전망했다. 

DB금융투자 신은정 연구원은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종편과 케이블채널 위주 드라마 송출 플랫폼 확장으로인한 편성매출 증가, <도깨비>, <시그널>, <미스터 션샤인> 등 히트작 전문 작가와 연출진의 소속으로 해외 판권 가격상승에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업체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 수혜를 1차적으로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 등이 있다”면서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현재보다 약 5만원 오른 15만원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글로벌 미디어 업종의 우상향 흐름과 디즈니의 미디어 확장 전략. 출처= DB금융투자

일련의 전망에는 넷플릭스·아마존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콘텐츠 시장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것이 반영돼있다. 넷플릭스는 올 한해 원활한 콘텐츠 공급을 위해 약 80억달러(약 9조640억원)를, 아마존은 50억달러(약 5조66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도 21세기 폭스 인수로 미국 3위 OTT 사업자인 훌루(Hulu)의 지분 60%를 확보하면서 OTT 사업에 확장에 대해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NH투자증권 이화정 연구원은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의 콘텐츠 확보와 OTT 경쟁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은 자사의 아시아 시장 맞춤형 콘텐츠제작 역량과 유통 경쟁력으로 OTT 확장기에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속 작품이 성공하면...

<미스터 션샤인> 이후로 예정된 스튜디오 드래곤의 작품은 드라마 <남자친구>(11월 tvN 방영 예정)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12월 tvN 방영 예정) 등이 있다. 해당 작품들도 <미스터 션샤인>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캐스팅과 큰 스케일로 화제가 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약 이후 작품들이 <미스터 션샤인> 수준의 성공을 거둔다면 스튜디오 드래곤의 실적과 주가도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완전한 상승 국면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국내 업황 조건도 좋다. 거기에 맞출 콘텐츠 제작 경쟁력도 있다. 과연 CJ ENM이 귀하게 키운 용(Dragon), 스튜디오 드래곤은 과연 전에 없는 콘텐츠 업계의 ‘션샤인’에 기회를 잡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