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농지소유 면적에 따라 지급되는 현행 직불금 제도 때문에 하위농가와 상위 농가의 소득격차가 11배 이상 차이 나면서 ‘농가 간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7년 쌀 고정직불금을 수령한 전체 농가(77만8376호)의 1헥타르 미만의 경지를 소유한 영세농은 약 72%인 55만7406호다. 5ha 이상 대농은 전체의 3% 수준인 2만2896호다. 출처=농식품부

10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과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천안시을)을 비롯한 국회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내용에 따르면, 현행 농업직불금 제도가 면적 단위에 비례해 지급되면서 대농과 영세농 간의 직불금 수령액 차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부가 제출한 ‘고정직불금 지급 현황 내역’에서 지난해 기준 고정직불금을 받는 전국의 77만8376농가 중 1헥타르(ha, 3025평) 미만의 경지를 소유한 영세농가 수는 전체의 71.6%인 55만7406호다. 이들이 지급받은 직불금 전체 금액은 2358억9400만원이며, 전체의 28.5%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직불금 수령액은 40만원인데, 이는 전체 농가가 수령한 직불금 평균치인 110만원보다 70만원이 적은 수치다.

그러나 2만호가 조금 넘는 5ha 이상(1만5125평)의 경지를 소유한 대농(2만2896호)은 전체 농가 수의 3%도 되지 않지만, 이들의 직불금 평균 수령액은 900만원으로 1ha 미만의 영세농과 비교해 무려 22.5배 많았다. 이들에게 지급된 전체 직불금은 2039억5700만원으로, 3%도 되지 않은 대농이 전체 직불금 지급금액(8212억6500만원)의 약 1/4(24.6%)을 차지한 것이다. 

또한 직불금 상한면적인 29ha 이상 30ha 미만의 경지를 소유한 농가는 변동직불금을 포함해 한해 평균 직불금만 54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해 쌀 고정직불금 전체 수령액은 8285억6900만원이다. 이 중 전체 농가 수의 3% 수준인 5ha 대농의 직불금 수령액은 전체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농식품부

김현권 의원은 “면적에 따른 직불금 격차는 농가 간 소득불평등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가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이 2005년 727만2000원에서 2016년 787만1000원으로 8.2%(59만9000원) 소폭 늘어난 반면에, 농가소득 상위 20%를 차지하는 5분위 계층은 같은 기간 6996만7000원에서 8893만7000원으로 27.1%(1897만원)나 증가했다”면서 “하위 1분위와 상위 5분위 간의 농가소득이 11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행 면적 단위 직불금 지급 방식은 농가 간 소득 격차를 발생시키고, 농가의 대부분인 영세농의 소득보장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면적 단위 직불금에서 기본 소득형 직불제로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천안시을)은 쌀에 편중된 지금의 직불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완주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 받은 ‘농업직불금 중 쌀 직불금 집행액 비중’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쌀 직불금을 시행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총 9개의 농업직불금 예산으로 17조6270억 원을 집행했다. 이 중 쌀 직불금 예산규모는 14조5566억 원으로 전체의 82.6%를 차지할 만큼 편중이 심한 편이다.

박완주 의원은 “현재 쌀에 편중된 직불금 구조를 개선해야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을 막고 밭작물 직불금과의 균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농업직불금 전면 개편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개호 장관은 “농업인 소득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직불제 개편을 완료할 계획이며, 2020년부터 농업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