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위안화 하락은 자본 유출의 불안정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유지하려는 중국에 도전이 되고 있다.    출처= Money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경제가 3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 자본 유출 가중, 그리고 위안화 가치 하락 가속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더욱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이들 3중고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이들 3중고가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과연 이 같은 도전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들의 자금 확보를 위해 9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면서, 위안화의 대달러 환율은 6.93을 기록하며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통화 가치는 최저 수준)에 육박했다가 10일 단기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통화는 6.91 수준으로 조정됐다.

중국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중국 중앙은행의 노력으로 위안화의 해외 거래 중심지인 홍콩의 은행 간 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中 통화정책 갈수록 복잡해져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600억달러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더 고조됨에 따라, 자국 통화를 관리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관리하기 위해 환율을 이용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을 압박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속도와 규모는 언제나 세계 시장에서 반복되는 불안의 대상이다. 투자자들이 중국이 견실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막대한 부채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를 위시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고 미국의 경제가 과열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는 전망에 따라 중국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관리들이 경제 부양책을 내놓거나 이번처럼 시중 은행의 지불준비금을 줄여 줌으로써 취약한 경제 부문에 비정상적인 자금 지원을 제공할 때마다, 중국 시장과 경제에 대한 포트폴리오 관리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의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은행 간 대출금리 1일물 금리(위안화 차입 비용)는 9일, 전날 1.745%에서 3배 가까이 상승한 5%를 기록하며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1주일 대출금리도 전주 대비 4%포인트 오른 7.6%로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 금리가 높을수록 자금을 차용해 위안화에 투자하는 비용은 더 높아진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과거 중국 당국은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이 가중되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은행 간 대출 금리를 더 올리곤 했다. 때로는 국유 은행들로 하여금 역외에서 위안화를 구매하도록 지시하는 정책을 쓰기도 했다.

위안화 약세, 양날의 검

달러 강세, 중국에 대한 미국산 수입 관세 부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이 최근 몇 달간 위안화 하락을 주도했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가 중국 수출업체에 대한 무역 압력을 상쇄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국민들과 기업이 자본을 보다 안전한 피난처에 배치함으로써 통화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홍콩 미즈호은행 켄 청 아시아통화 전략가는 “정부가 직접 자본통제를 강화하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 역외 유동성 긴축 정책을 펴는 것이 위안화 하락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네덜란드의 다국적금융그룹 라보은행(Rabobank)의 마이클 에브리 아시아태평양 전략가는 “중국이 평소보다는 좀 더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큰 망치보다는 작은 망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위안화 약세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안정도 원한다”며 “정치적 측면에서 미국의 반응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위안화의 대달러 환율이 이번 주 6.93을 넘으면서 2017년 1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출처= Xe.com

중국인민은행이 9일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내리면서 대부분의 상업 은행들은 중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1.2조 위안의 현금을 확보했다.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내린 것은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정책 입안자들은 또 소득세를 인하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방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인프라 지출을 할 것을 장려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의 시장 조치만 보면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위안화 가치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0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美, 中 통화조작국 지정할까 

BNP 파리바 자산 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의 치로 중국 경제전문가는 “최근 위안화정책에 관한 인민은행의 변화는 변동성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위안화가 무질서하게 급락하지 않고,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민은행은 위안화 하락을 묵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 통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프라이빗 뱅크 픽텍자산운용(Pictet Wealth Management)의 룩크 루옛 통화전략가는 “이 문제에 대한 중국 중앙은행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주권적 통화 정책과 환율 안정을 기하기 위해 엄격한 자본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J.P. 모건(J.P. Morgan)은 최근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과 중국 통화 정책의 차이가 커짐에 따라, 향후 몇 달 동안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통화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하다. 지난 2015년 8월 중국이 예상치 않게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자, 중국의 성장 속도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원자재 등 철강 가격과 미국의 관련 주식이 일제히 하락한 적이 있다.

위안화 하락은 무역 상대국의 통화 관행에 관한 미국 재무부의 반기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가 재부상하며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통화를 조작함으로써 세계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위안화가 너무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비록 그가 당선된 이후 중국을 통화 조작국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