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유명 스팀청소기 제작업체의 물류창고에서 붉은불개미 약 5900마리가 발견되고, 인천항에서 55마리를 추가로 찾아내는 등 검역본부가 악성침입종인 붉은불개미에 대한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오전 10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에 있는 스팀청소기 제작업체 A사의 물류창고 컨테이너 내부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검역당국이 의심 개체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이는 붉은불개미로 최종 확인됐다. 이날 발견된 개체는 약 5900마리에 이른다.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컨테이너는 지난달 8일 중국 광둥(廣東)에서 출발해 같은 달 10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 컨테이너는 이후 이달 8일 오전 6시께 안산 물류창고로 옮겨졌다. 환경부와 안산시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통제선과 방어벽을 설치하고 스프레이 약제를 살포하는 등 긴급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문제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인천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을 추적 조사한 결과 그곳에서도 붉은불개미 30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면서 “아직 여왕개미를 찾지 못해 지속해서 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9일 컨테이너가 들어온 인천항에서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붉은불개미를 55마리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이날 추가 발견한 개미는 자생으로 서식했다기보다는 해당 컨테이너가 안산으로 가기 전 먹이 활동을 위해 컨테이너 밖으로 나온 개미들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안산과 인천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모두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붉은불개미에 쏘이는 순간 따가운 통증이 느껴지고 붓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여러 마리에 쏘일 땐 현기증, 호흡곤란 등의 쇼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붉은 불개미는 2.6mm~6mm 정도의 작은 크기로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다. 주로 고온 다습한 곳에서 서식하며 도로 주변이나 잔디 등을 선호한다.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을 할 때 바람, 온도 상승기류 등에 따라 최대 수km까지 이동한다.

붉은 불개미는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독이 있어 사람이 물리면 통증,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사람은 쇼크 등의 증상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북미에서 일부 사망사례가 보고됐으나, 이미 2005년에 붉은 불개미가 유입돼 널리 정착한 중국과 대만(2004년 유입) 등에서는 이날까지 사망사례는 없다.

개미전문가인 상지대학교 류동표 교수는 “독성의 세기는 꿀벌 독성의 약 5분의 1(1/5) 수준이다”면서 “토착종인 왕침개미보다는 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와 기타 곤충의 독성통증지수는 붉은 불개미가 1.2 수준일 때 꿀벌이 2.0, 작은 말벌이 2.0이다.

붉은 불개미는 번식력이 강하고 천적이 없어 토착 개미와 파충류, 소형 포유류를 집단으로 공격해 서식지 파괴 등 자연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 이 개미는 지난해 9월 28일 부산항 감만 부두 야적장에서 약 1000마리가 발견된 후 인천항과 평택항 등 컨테이너 선적장이 있는 항구에서 발견됐다. 안산 물류창고는 여덟 번째 발견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