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BMW에 이어 국내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선보인다. 벤츠는 해외에서 인정받은 드라이빙 인스트럭터(운전 교육 담당자)를 직접 고용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었다. 세계 최초 AMG 브랜드 레이싱 트렉인 만큼 벤츠가 거는 기대도 크다. 다만 벤츠가 국내 모빌리티 문화단지 설립을 선포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문화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우려스런 대목이란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8일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독일 AMG 본사에서 개발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세계 최초 AMG 브랜드 전용 레이싱 트랙 'AMG 스피드웨이(AMG Speedway)'에서 '메르세데스-벤츠 GT'가 트랙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8일 오전 경기 용인시 ‘AMG 스피드웨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부터 일반인 대상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AMG스피드웨이는 지난 5월 개장한 세계 최초 AMG 브랜드 트랙이다.  지난해 말 벤츠코리아는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와 MOU(양해각서)를 맺고 이곳의 사용권을 얻었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독일 AMG 본사에서 개발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이다. AMG 본사에서 인증받고 국내·외 수준급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인스트럭터가 초급부터 고급 수준까지 단계별 맞춤 교육을 한다. 참가자는 운전에 대한 기본부터 안전, 레이싱 관련 드라이빙 기술까지 익힐 수 있다.

벤츠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가 국내 모빌리티 문화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틴 슐츠 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가 성공적으로 운영돼왔다. 기존 벤츠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인, 잠재 고객까지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 페밀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AMG 스피드 웨이 드라이빙 아카데미 프로그램. 자료=벤츠코리아, 이코노믹 리뷰

BMW 드라이빙 프로그램 vs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BMW는 벤츠보다 앞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BMW의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은 ‘어드밴스드(Advanced)’와 ‘인텐시브(Intensive)’가 있다. 어드밴스드는 BMW의 본격적인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 과정을 인수하면 BMW 트레이닝 프로그램 증명서를 준다. 교육시간은 약 3시간, 요금은 12만~24만원이다. 다목적 코스부터 다이내믹 코스, 원선회 코스, 핸들링 코스, 가속과 제동 등을 익힐 수 있다.

인텐시브는 어드밴스드에서 업그레이드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이다. 9시간 동안 진행되며 요금은 80만원이다. 어드벤스드와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좀 더 세부적인 운전 방법을 가르친다. 이외에 드리프트를 배울 수 있는 ‘M 드리프트’, 눈으로 다져진 노면 주행법을 익히는 ‘스노우 베이직’과 ‘스노우 M 드리프트’ 등이 있다.

이제 국내에서 막을 올린 벤츠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은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둔 ‘AMG 퍼포먼스(AMG Performance)’와 보다 전문적인 드라이빙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AMG 어드밴스드(AMG Advanced)’, 여성만을 위한 ‘AMG 포 레이디스(AMG for Ladies)’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AMG 퍼포먼스 100만원 ▲AMG 어드밴스드 미정 ▲AMG 포 레이디스 60만원 등이다.

AMG 퍼포먼스는 운전면허가 없는 소비자 외에 참가 제한이 없다. 프로그램 참가 가능 인원은 40명으로 1일 동안 교육을 한다. 프로그램은 안전교윢, 퍼포먼스, 펀&테크닉 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에 사용되는 차량은 벤츠 AMG C63S쿠페와 GT다.

AMG 어드벤스드는 BMW와 마찬가지로 사전단계인 퍼포먼스를 수료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 가능 인원은 20명으로 2일간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안전교육과 리밋, 트랙&테크놀로지, 드라이빙 퍼포먼스, 어드벤스드 레이스 트랙 테크닉, 타이어마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용 차량은 벤츠 AMG GT다.

여성 드라이버를 위한 운전 교육프로그램 AMG 포 레이디스는 정원이 30명이다. 반일 간 교육되며 안전교육과 퍼포먼스&글래머, 액션&펀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교육용 차량은 A45, CLA 45, C63 S 쿠페 등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레이싱 트랙 주행(AMG RACING TRACK-TRANING)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MW 드라이빙센터와 비교해 프로그램이 적은 편이지만 벤츠는 추후 수요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의 AMG 마스터스 프로그램 1인당 요금은 AMG GT3가 7290유로(약 950만원), AMG GT4가 5690유로(약 740만원)다.

▲ 메르세데스-벤츠 GT에 탑승한 채 레이싱 트랙 주행 교육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벤츠는 이후 초보자 단계인 ‘AMG 익스피리언스(AMG EXPERIENCE)’부터 어드벤스드보다 한단계 위인 ‘AMG 프로(AMG PRO)’와 최상위 단계인 ‘AMG 마스터스(AMG MASTERS)’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AMG 마스터스 단계는 어드벤스드에서 더욱 섬세해진 코치에 더해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자의 트랙 주행 데이터를 비디오로 분석하고 문제점까지 집어준다.

마틴 슐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품·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일반인이 스피드에 대한 목마름을 감출 필요는 없다”면서 “스릴 넘치는 드라이빙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마스터스 프로그램까지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츠코리아는 트랙 주행 프로그램 이외에 ▲AMG의 성능의 원천을 직접 배우고 교감할 수 있는 ‘AMG 이모션 투어(AMG EMOTION TOUR)’ ▲BMW의 ‘M 택시(M TAXI)’와 같은 ‘AMG 레이스 택시(AMG Race Taxi)’ 등을 담은 ‘AMG 스페셜 이벤트(AMG SPECIAL EVENTS)’ ▲겨울용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인 ‘AMG 윈터 스포르팅(AMG Winter Sporting)’까지 체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앞서 선보인 유럽 지역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민첩한 운전을 가능케 해주는 ‘온로드 프로그램’, 다소 젊은 운전자에게 수준급의 운전기술을 전수하고 안전요소까지 교육하는 ‘콤팩트 트래이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4.3km의 긴 코스와 67m의 낙차를 가진 다이내믹한 코스는 AMG 아카데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면서 “세계 자동차 연맹에서 1등급을 받은 트랙에서 AMG 본사가 인정한 인스트럭터가 차별화된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수요에 대해서 디미트리스 사장은 “현재 벤츠코리아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아카데미 신청을 받고 있으며 추후 가족 단계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AMG 스피드웨이 차고에 준비된 다양한 차량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AMG 서킷, AMG급 퍼포먼스 보여줄까

업계는 벤츠가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선보인 가운데 격려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 A씨는 “한국은 자동차를 ‘럭셔리’라는 관점에서 본다. 반면 유럽 등은 ‘토이’의 개념이 강하다”면서 “드라이빙 퍼포먼스 자체의 즐거움을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독일 뉘르부르크링 레이싱 트랙은 저렴한 가격(최대 약 9만원)에 민간에 개방되는 등 유럽 지역은 다양한 자동차 문화 체험 공간이 많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관련 문화층이 두텁지 않을 뿐더러 펀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소비층이 있더라도 많은 인원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한 장소에서 느끼기 어려운 데다 시끄러운 소음으로 주변 시각이 좋지 않다.

모터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역시 A씨와 비슷한 의견이다. B씨는 "유럽에선 수동변속기 자동차 수요가 의외로 많다. 수요가 많은 이유는 단지 수동 운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라면서 "반면 한국은 자동차를 재미가 아닌 자본적 가치 관점에서 대한다고 본다. 성능이 좋은 자동차 일수록 달리기 최적화된 차가 아니라 비싼 사치품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사치와 재미의 간극을 벤츠가 어떻게 주도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어 “다만 최근 레이싱 게임 주변기기 판매 수요가 늘었다는 점은 벤츠와 자동차업계에 호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최근 국내 모 레이싱 기어 유통회사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들은 바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가 ‘펀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한다”이라고 덧붙였다.

벤츠는 AMG 스피드웨이를 드라이빙 아카데미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디미트리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벤츠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화형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AMG 서킷은 모빌리티 문화를 만드는 데 훌륭한 조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MG 스피드웨이는 그간 서킷 체험, 마케팅 이벤트, 신차 출시, 내부 교육의 장 등 대내외용으로 두루 활용돼왔다. 벤츠는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주도하기 위한 기획들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벤츠는 앞서 여성 벤츠 운전자를 위한 ‘쉬즈 엔젤’ 프로그램에 이어 오는 20일 기부 자전거 대회 ‘기브앤바이크(GIVE ’N BIKE)‘ 행사 등을 열며 복합 문화공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 AMG 스피드웨이 전경.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