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싱글족,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소형가전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62만가구로 나타났다. 2000년 222만 가구였던 1인가구는 17년 사이 152.6%나 증가했다.

이러한 가구원의 변화는 가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형가전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9% 성장했다. 소형가전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전체 국내 가전 소비시장도 4.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소형가전 시장의 확대는 전체 가전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소형가전이 생활가전 품목 매출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이는 1~2인 가구가 가전 시장에서 중요한 고객이 되었다는 뜻이다.

▲ 스메그 1인 소형 냉장고. 출처=스메그코리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현재 소형가전·가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1.8%였다. 2014년(46.2%)과 비교하면 소형가전·가구 보유자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가구형태별로 보면 1인 가구의 소형가전·가구 보유 비율이 66%로 2인 가구(60.2%), 3인 가구(61.5%)보다 높았다.

소형가전이 급성장한 배경은 예비부부와 젊은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워라밸’을 고려해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경향 등이 꼽힌다. 주 52시간 도입 등 일과 휴식의 균형이 강조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 주목받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1인 가구가 점점 더 소형가전의 기능성과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기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인테리어 등 감성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토스터기, 커피머신 등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외국 브랜드 소형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 에어프라이어는 최근 자취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형가전이다. 출처=한경희 생활과학

최근에는 가사 노동 부담을 덜고, 마음의 여유를 주는 가전제품들도 인기다. 집에서 스스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홈카페족’들도 생겨났다. 최근 자취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형가전은 ‘에어프라이어’이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 제품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 20대 사이에서 ‘요리스타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방가전의 경우 LG전자, 쿠쿠, 필립스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LG전자 전기레인지의 올해 2분기 판매량은 1년 사이 2.5배가 늘었고, 쿠쿠의 전기레인지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필립스 에어프라이어의 경우 3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0% 가량 성장했다.

소형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이 대형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커피메이커나 오븐, 그릴 등 통상 프리미엄 주방 기기로 알려진 품목이 소형화 흐름을 타고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출시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형가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소형 가전을 구매함으로써 집안 분위기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영국 가전 브랜드 '모피리처드'의 소형가전 제품. 출처=모피리처드

국내 소형가전 시장 성장을 보고 영국 소형가전 브랜드 모피리처드도 지난 7월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모피리처드는 영국 내에서 일부 다리미, 전기주전자, 토스터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20~30%에 이르고 있다.

모피리처드 판매 담당 매니저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월등히 높은 한국시장은 서양 문화와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된다”면서 “모피리처드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주전자,토스터기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보고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