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의 주춧돌을 놓은 두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3세대 항암제인 면역치료제에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면역항암제는 미국계 글로벌제약사 BMS와 일본계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미국계 글로벌제약사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BMS의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스위스계 글로벌제약사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 등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인 GBI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69억달러(약 20조원)로 해마다 23.9% 증가해 오는 2022년 758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계획 승인 수는 2016년 대비 약 30% 증가하는 등 후발주자와 바이오벤처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3세대 항암제로 평가받는 면역관문억제제, NK Cell까지 연구 중

항암제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뉜다. 1세대 화학 항암제는 약물 성분이 직접 암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는 약물이 정상세포까지 파괴해 면역체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강한 독성으로 탈모, 구토, 극심한 체력저하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2세대 항암제는 표적 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하지만 암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3세대인 면역항암제는 인체가 보유한 면역세포를 도와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다. 암세포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이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법과 구분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억제한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어도 대부분의 암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고, 인체 면역시스템의 기억능력과 적응력을 이용해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볼 수 있다. 이 항암제의 특징은 장기간 지속되는 효과와 장기 생존 가능성, 폭넓은 항암효과, 낮은 부작용 등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P. 앨리슨(70, 남) 미국 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76, 남) 일본 교토대학교 특별교수는 암세포의 단백질 중에서 인체 면역기능을 속이는 기전을 밝혀냈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면역체계를 다루는 T-세포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단백질인 CTLA-4를 발견하고, T-세포의 기능 정지를 풀어 면역세포가 종양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항체를 개발했다.

혼조 다스쿠 교수는 T-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또 다른 단백질인 PD-1을 발견했다. 그는 PD-1이 CTLA-4처럼 면역세포를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 혈액에서 이를 추출한 뒤 바이러스를 이용, 암 세포가 지닌 특이적 키메릭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발현하도록 한 뒤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방식인 CAR-T 세포 치료제가 연구되고 있다.

▲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모습. 출처=사이언스

최근 바이오업계는 CAR-T 치료제보다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에 집중하고 있다. CAR-NK는 종양세포와 바이러스 감염세포 등 비정상세포를 즉각 인식해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진 면역세포로 위험성이 적고, 환자가 아닌 건강한 타인의 세포를 활용할 수 있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하는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과 R&D

미국 제약협회(PhRMA)가 공개한 ‘2018 항암제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1120개에 이르는 항암제와 항암백신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지난해에만 총 47개에 이르는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이 추가됐다.

식약처가 분석한 2017년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에서 면역항암제 승인 건수는 2015년 68건에서 2016년 68건 지난해 89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치료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 치료로 전환되는 추세가 국내 임상시험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양한 암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으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면역항암제로 시중에 출시된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제약사 MDS의 ‘키트루다’, BMS와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가 대표적으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두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은 각각 10년, 12년 남았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의 개발기간이 평균 7년에서 10년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제약사들은 두 의약품의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미국의 항체신약 개발 전문 기업인 소렌토(Sorrento Therapeutics)와 합작투자회사인 이뮨온시아를 설립하고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합작 회사인 이뮨온시아에서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1종이 올해 상반기부터 임상 1상에 진입했다”면서 “유한양행 자체적으로는 여러 바이오벤처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있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동아ST, 동아제약 등의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가 각각 51%, 49%씩 출자해 1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바이오시밀러 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합작사인 디엠바이오(DM Bio)는 올해 6월 미국 보스턴 컨벤션전시관에서 열린 ‘바이오 2018’에서 옵디보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아ST는 올해 초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의 자회사인 바이젠셀은 자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VT-EBV-201’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면역항암제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되는 것으로, 2021년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CAR-NK 치료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페이트 세라퓨틱스(Fate Therapeutics, 느카트라 세라퓨틱스(Nkartra Therapeutics), 난트퀘스트(NantKwest) 등 스타트업들이 활동 중이며, 국내에서는 녹십자랩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CAR-NK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